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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국민을 미국 밑반찬으로 만들려 해"

[울산] 현직 교사 구속 소식에 경찰 과잉 진압 비난 이어져

등록|2008.07.01 10:07 수정|2008.07.01 10:45

▲ 엄마와 함께 온 아기가 촛불을 들고 있다 ⓒ 박석철


촛불집회를 마치고 집회장을 나가던 현직교사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30일 울산대공원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을 성토하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30일 촛불집회는 거리행진 없이 끝났지만 시민사회단체와 학생 노동자가 참여하는 울산시민대회가 열리는 1일의 폭풍전야를 예고했다.

오후 7시부터 열린 촛불집회 자유발언대에 오른 한 교사는 자신이 "첫 촛불집회에 배후로 지목된 전교조 교사"라고 소개한 후 "어제(29일)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가 억울하게 구속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교사는 아내가 2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촛불집회에 나와 아이를 보러 처음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이라며 "공무원은 15일 이상 자리를 비우면 직장을 잃게 돼 도주 염려가 없고, 경찰 간부가 폭행을 당했다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사복 경찰외는 없는 데도 증거 인멸이 있다며 구속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전교조 교사이겠거니 판단해 학생들의 참가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교사들을 얼마나 가볍게 봤으며 구속까지 했겠나, 빨리 석방되도록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지금 서울에선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치고 피를 흘리고 있다"며 "폭력경찰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 30일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 박석철


고래보호 등 동물보호 활동을 한다는 한 40대 여성은 "소를 가두고 동료 소를 갈아 먹이로 먹인 데 대해 소들이 원한에 사무쳐 있는데, 이 쇠고기를 먹으면 사람이 미치지 않겠느냐"며 "미친소는 절대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친소를 먹으면 안되듯이, 이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 못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국가는 물, 건강,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데 국가가 앞장서서 이것을 파괴하려 하는 데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30대 남성은 "누가 시민들이 이 자리에 오게 했나,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경찰에 한마디 하겠다, 민중의 지팡이가 그러면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97년 IMF 때 여고 3학년이었다는 한 여성은 "IMF를 불러온 당이 '촛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며 "IMF 장본인 YS가 '촛불 든 시민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하는 데, 정말 너무 웃기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촛불집회 장소 무대앞에 설치된 영상 장치에서 오마이TV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은 "어제 부모님과 장례식장에 갔더니 쇠고기 국이 나왔고, 부모님이 한우라고 해도 먹지 않았다"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국민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데 대통령이 왜 하지 않나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은 "지금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미국의 밑반찬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촛불을 든 여러분을 존경한다"라고 했고 함성과 박수가 나왔다.

▲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구속된 교사의 석방을 외치고 있다 ⓒ 박석철


20대 여성은 "신문을 보니 김대중 정부 때 1500억불이던 외환보유고가 노무현 정부 때는 1100불이 더 불었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5개월 째인데 400만불이 날아가고 신문은 제2의 IMF를 우려하고 있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도 고등학교 때는 정치에 무관심했는데, 지금 많은 시민들이 무관심해 화가 난다"며 "여기(울산대공원)서 산책하시는 분들, 나라가 망해가는 데 이대로 있을 겁니까"하고 외쳤다.

영상장치에서는 한 여학생이 만든 촛불집회 거리행진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이 여학생은 "앞으로 블로그에 '민영화' 관련 동영상을 올려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교육담당 조이영자씨는 "이제 시민들이 그동안 노동자 시위 때 가해진 경찰의 폭력 실상을 아실 것"이라며 "7월 2일 광우병 쇠고기 총파업 때 시민들의 지지를 믿는다, 총파업으로 시민에게 화답하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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