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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해임은 KBS 이사 사임 수순 밟기"

[인터뷰] 신태섭 동의대 교수 "KBS이사 사임 안하면 감사한다고..."

등록|2008.07.01 11:25 수정|2008.07.01 11:26

▲ KBS 이사인 신태섭 교수는 7월 1일자로 동의대로부터 해임 결정을 받았다. ⓒ 윤성효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가 대학 측으로부터 해임 결정 통지를 받은 뒤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 교수는 30일 오후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태섭 교수는 2006년부터 임기 3년의 KBS 이사를 겸직해 왔다. 2001년부터 동의대 전임강사로 강단에 선 그는 7월 1일자로 해임되었다. 총장의 허가 없이 KBS 이사를 맡고, 출장 때도 총장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게 해임 사유다.

신 교수는 "학교 측이 내세운 이유는 한 마디로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조만간 부산지방법원에 해임무효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해임무효확인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해임 날짜가 7월 1일자이지만 계속해서 연구실에 나올 예정이다. 학교 측에서 강제로 연구실을 정리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동의대 총장은 네 차례 그를 불러 KBS 이사 사퇴 압력을 넣었다. 신태섭 교수는 "총장은 제가 KBS 이사를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으며, 그럴 경우 학교가 어려워진다며 계속해서 사퇴 압력을 가해왔다"고 털어놓았다.

KBS 이사들은 이번 해임에 대해 "다들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다음 KBS 이사회 때는 "이번 징계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신 교수는 대학측으로부터 2007년과 2008년 2월 각각 사회봉사평점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이는 대학 측이 신 교수가 KBS 이사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신 교수는 KBS 이사를 맡으면서 학과장을 통해 겸직신청서를 냈는데 그동안 처리된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는 "출장도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해 왔는데 이번에 새삼 문제 삼는 것이며, 출장으로 인한 수업 결손도 없고 보강도 다 해주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정부는 KBS를 장악하려는 시나리오 속에서 제가 스스로 사표를 내 주기를 바랐다"면서 "스스로 사표를 안 내니까 그 다음 작전으로 해임시킨 것이며 이것은 보복이며 수순 밟기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태섭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상식과 정의를 한꺼번에 허물어버려"

▲ 신태섭 교수가 해임 결정과 관련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 무엇이 제일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고 불법과 몰상식을 저지르고 있다. 언론장악을 위해 뒤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야비하게 사퇴압력을 가하더니 안 되니까 해임시킨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인 살인이다. 집요하게 눈과 귀와 입을 막으려고 하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우리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절차를 짓밟은 것이다. 개인의 야심인지는 모르지만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상식과 정의를 한꺼번에 허물어 버리는 형태에 가슴 아프다."

- KBS 이사는 어떻게 해서 맡게 되었나?
"전체 11명이며, 임기는 3년이다. 모두 비상근이다. 이사회는 방송법에 의해 구성된 의결기구라 보면 된다. KBS의 예산결산과 사장 임명 제청뿐만 아니라 평가까지 맡는다. KBS는 공영방송이니까 공적 소유이며, 이사회는 그 공적 소유를 대표하는 기구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하고, 소수자의 특권도 보장하도록 그런 틀을 잡아주는 게 이사회다. 과거에는 방송위원회에서 추천해서 이사가 되었는데, 저는 언론학계와 지역 대표해서 맡은 것이다. 학계와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고, 학계와 지역의 이해관계를 KBS에 반영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정연주 사장 팀제 도입에 간부사원들 불만"

-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봐서 긍정적이다. 정연주 사장이 KBS에 와서 한 일은 자율성 부분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보도건 시사, 교양, 드라마, 오락 등에 있어 일하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제도화했다. KBS 구성원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보수도 있고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도 있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말한다. 보수적인 면부터 진보적인 면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를 위해 팀제로 바꾸었다. 과거에는 국장 등 간부들이 위에서 틀어쥐고 앉아 좌지우지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팀장과 선임을 맡았다.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구조가 되었다는 말이다. 자연적으로 나이든 사람은 불만이었다. 보직이 날아가고 평사원이 된 것이다. 간부사원 속에는 정영주 사장에 대해 불만도 있다."

- 노조며 일부에서는 정연주 사장에 대해 불만이 많던데?
"정연주 사장이 했던 일들 중에 또 하나가 지역방송(총)국 개혁이었다. 지역국을 줄였다.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불안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기술분야도 인력이 줄어들면서 고급연구기능 중심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 그 방증으로 노조를 통해 나타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었는데, 노조는 앞으로 더 불안하게 될 것이다. 새 정권은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방송국의 예산권도 국가가 통제하겠다고 한다. KBS2-TV도 민영화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공영방송의 위상이 위축될 것이다. 이윤 추구만 해야 한다. 그것은 구성원의 이해관계에 상충한다. 지금까지 KBS는 낮은 수신료에도 불구하고, 났지만 공영방송의 틀은 일정하게 지켜왔다."

▲ 신태섭 교수 연구실 문에 붙어 있는 안내판. ⓒ 윤성효


- 현 정권은 정영주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이 심한 것 같던데?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고 너무 공공연하다. 사퇴하지 않으니까 KBS에 대해 특별감사에다 검찰 소환 요구도 하고 있다. 국세청을 동원해 외주제작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나가라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그랬고, 여권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이사회를 통해서도 하고 있다. 법적으로 정연주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강제적으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 정연주 사장의 특별한 비리를 찾기가 어려우니까 압박하는 것이다. 압박도 잘 안되니까 이사회를 통해 하려고 한다. 외부에서 압력을 넣어서 계속해서 무리수를 둔다."

-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는?
"현 정권은 방송이나 언론을 상업적 이윤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방송은 물론 산업적 측면도 있지만 공적 영역이 중요하다. 공적영역이 살아있으면서 산업 측면과 같이 발전해야 한다. 공적 부분을 희생양으로 해서 대기업이 경제적 이익이나 권력을 독식하도록 하는 것은 불행이고 민주주의 파괴다. 현 정권은 산업적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또 현 정권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언론을 직접 장악하려는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두 가지 모습이 병행해서 나타난다."

- 일부에서 신 교수를 과거 참여정부 사람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런 표현 자체가 우습다. 동아일보가 그런 칼럼을 썼더라. 정권이 바뀐 뒤 몇몇 보수 정치인들이 '좌파'니 '노빠', 시민단체가 방송계를 장악하고 언론 선진화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몇몇 인사들에 대해 사퇴 압력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자기들이 편리한 대로 갖다 씌우는 것밖에 안 된다. 참여정부 때 브리핑제도 개선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 취지는 좋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반대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내세운 반대와 다른 각도였다. 그래서 절충안을 마련해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한 적도 있다. 그런 말은 실질적인 면은 눈 감아 버리고 편리하게 갖다 붙이는 이야기밖에 안된다. 그런 명제 자체를 부정하며 비열한 공격적인 방식으로 쓰이기에 따질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

"사회봉사평점 2년 모두 최고점수"...사실상 KBS 활동 인정

- 해임 뒤 다른 KBS 이사들의 반응은?
"해임 전에 열린 이사회 때 한번 논의했다. 당시에는 전개 상황을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다들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이사들은 두 가지를 합의했다. 어처구니없는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개인적으로 비공식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여권 이사들은 비공식적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 비공식이라는 말은 곧 안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럼에도 중징계가 나오면 동의대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기로 했다. 해임 뒤 이사회를 했는데 입장 표명이 결정되지 않았다. 다른 안건으로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7월 1일자로 해임이니까 이후에 논의하자고 해서 넘긴 상황이다."

- 동의대 측의 해임 사유에 보면 총장의 허가 없이 KBS 이사직을 겸직했다며 교직원복무규정 등을 어겼다는 주장이던데?
"KBS 이사는 다른 기업체의 사외이사와 성격이 다르다. 사외이사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특별법인 방송법에 의한 이사회다. 상법에 보면 사기업체의 경우 사내와 사외이사가 있다. 그런데 KBS 이사는 사내와 사외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이사다. 모두 비상근이다. 사기업체의 사외이사와 성격이나 위상에서 다르다. 인사복무규정에 보면, 영리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사외이사를 하고자 할 때는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해당 회사에서 총장한테 사외이사로 위촉하려니까 승인요청서를 보내야 한다. 허가여부는 학교 인사위원회 소관이다. 그러나 KBS 이사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에서 추천해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하는 절차로 되어 있다. 소속의 장한테 허락을 구하는 게 없다."

- 그래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절차적 과정을 거쳤다. 주변에서 혹시나 모르기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2006년 KBS 이사를 맡으면서 학과장을 통해 겸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뒤 피드백이 없었다. 대학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처리된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됐다는 것인데, 학과장을 통해서 간 겸직신청서가 왜 처리되지 않았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교수들은 매년 사회봉사업적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대학측에서 만든 사회봉사평점 자료를 보니, 2007년 2월 한국방송공사라 하여 10점으로 되어 있었고, 2008년 2월에는 배점이 20점으로 높아졌는데, 이태 모두 최고점수를 받았다. 사회봉사업적을 인정한 사실을 보면서, 2006년 학과장을 통해 낸 겸직신청서가 처리된 줄 알았다. 지금 와서 총장의 허가가 없었다며 그 규정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 동의대 정문 전경. ⓒ 윤성효


-KBS 이사회 참석차 출장시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외부 출장, 특히 회의에 나갈 때마다 출장신청을 해서 명령을 받고 나간 게 아니다. 부산진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여러 차례 회의에 참석했지만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자율적으로 출장 문제를 처리해 왔다고 보면 된다. 비용을 수반한다든지 학교 업무와 관계된 경우가 아니면 학회 활동이나 출장은 자율적인 여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해 왔는데 새삼 문제를 삼은 것이다."

- 대학 측은 KBS 이사회 참석차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데?
"학부 수업을 빠진 경우는 없다. 대학원 수업이 문제다. KBS 이사회는 정기적으로 매주 수요일에 해왔다. 대학원생들은 직장인도 있고 해서 야간에 주로 해왔다. 주간 수업을 야간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의 휴강 관련 서류를 낼 수 없다.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해온 것이었고, 묵인되어 왔다. 이사를 맡은 첫해인 2006년 2학기 때 한 과목이 이사회와 부딪히는 경우가 있었다. 그 때는 오전에 1~3교시 수업을 했고, 하는 수 없이 수업을 못할 경우 보강을 해주었다. 수업을 하지 않고 불성실하게 하고, 출석부를 허위기재했다고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인데, 사실이 아니다."

"총장, '교육부 감사 압력'에 KBS 이사 사퇴 요구"

- KBS 이사에서 사퇴하지 않으니까 대학 측에서는 어떤 압력을 넣었는지?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두 차례 총장이 불러서 갔다. 총장은 KBS 이사를 한 것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가감사를 하겠다며 압력이 온다고 했다. 제가 사퇴하면 감사를 안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종합감사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총장은 감사를 할 경우 학교가 어려움에 처한다고 했다. 사퇴를 안하면 외부 환경에 의해 중징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어디서 그런 대화를 나누었으며, 증거는?
"총장실에서 이야기했다. 당시 배석자가 있었다. 이후부터 학교 안에서도 소수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상식적으로 그런 정도의 일이 아니면 이런 사유로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해임을 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 왜 해임됐다고 생각하나?
"정부는 KBS를 장악하려는 시나리오 속에서 제가 스스로 사표를 내 주기를 바랐다. 스스로 사표를 안내니까 그 다음 작전으로 해임시킨 것이다. 이것은 보복이며 수순 밟기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의 경우 결격사유라는 게 있다. 징계로 해임처분 이상을 받은 자는 3년이 지나지 않고서는 사립학교 교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현재는 해임이 됐으니까 KBS 이사 자격도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KBS 이사를 사임시키려고 수순 밟기 차원으로 해임으로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해임결정 뒤 시민사회 등에 하고 싶은 말은?
"상당히 고맙다. 부당함에 공감하면서 힘내라고 한다. 시민과 네티즌들이 격려를 하고 있어 힘을 얻는다."

- 앞으로 계획은?
"두 가지다. 법률적 구제 절차를 밟는 일을 곧 시작한다. 해임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해임무효확인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낼 것이다. 또 이번 사태의 부당성,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한 무리한 행보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는데, 그같은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디어를 둘러싸고 보혁 갈등이라고 표현하던데 동의할 수 없다. 이것은 보혁갈등이 아니라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다. 보혁갈등으로 해석하면 보수가 초라해지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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