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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에 갇힌 한자말 (1) 일인(日人)

[우리 말에 마음쓰기 357] '신(新)', '고문서(古文書)' 다듬기

등록|2008.07.01 11:38 수정|2008.07.01 11:38
ㄱ. 일인(日人)

.. 갱구 가까이의 언덕에는 빨간 양철 지붕을 한 이층집 광산 사무실이 있었는데, 사무실 뒤는 일인(日人) 기사들의 관사였고 ..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신경림, 전예원,1983) 291쪽

 “갱구 가까이의 언덕”은 “갱구 가까이에 있는 언덕”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기사들의 관사였고”는 “기사들 관사였고”나 “기사들이 사는 관사였고”로 풀 수 있습니다.

 ┌ 일인(日人) = 일본인
 │   - 학부형회가 있으면 엄마는 꼭 참석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일인이고
 │
 ├ 일인(日人) 기사들의 관사였고
 └→ 일본 기사들 관사였고

 ‘일인’이라고만 쓸 때 헷갈릴 수 있다면 ‘일본사람’으로 풀어 쓰면 됩니다. 묶음표를 치고 ‘日人’을 넣는다고 안 헷갈릴까요. ‘한인’으로 쓸 때 헷갈린다면 ‘한국사람’으로 풀어 써야 알맞고, ‘미인’으로 쓸 때 헷갈린다면 ‘미국사람’으로 풀어 쓸 일입니다. 처음부터 안 헷갈릴 말을 써야지, 헷갈릴 만하다고 자꾸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는 일은 썩 좋지 않아요.

ㄴ. 신(新)

.. 전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운동으로 알려진 이 신(新)사실주의 영화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157쪽

 ‘시작(始作)’은 ‘처음’으로 다듬어 “처음도 없고 끝도 없다”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전후(戰後)’는 ‘전쟁 뒤’로 다듬습니다.

 ┌ 이 신(新)사실주의 영화
 │
 │→ 이 새 사실주의 영화
 │→ 이 새로운 사실주의 영화
 └ …

 ‘新’이라는 한자말을 붙이는 ‘신도시’를 쓸 때 따로 한자를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 알아들으니까요. 그렇지만 ‘신도시’보다는 ‘새도시’로 적어 주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더욱 수월하게 알아보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사실주의’로만 적어 주어도 알아들을 수 있으나, 이렇게 적기보다는 ‘새 사실주의’로 적어 놓으면 말느낌도 살아나지 싶습니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서 ‘새로운’을 넣어도 되고, ‘처음 나오는’이나 ‘달라진’을 꾸밈말 삼아서 넣어도 됩니다.

ㄷ. 고문서(古文書)

.. 생명의 소용돌이자 자연의 고문서(古文書)인 우포를 지키기 위해 ‘푸른우포사람들’이 모였습니다 ..  <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 우포늪>(강병국, 지성사, 2003) 146쪽

 “생명의 소용돌이자”는 “생명이 소용돌이치고”로 다듬어 봅니다. “우포를 지키기 위(爲)해”는 “우포를 지키려고”로 손봅니다.

 ┌ 고문서(古文書) : 옛 문서. 또는 오래된 문서
 │   - 그것 없인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해도 고문서의 창고밖엔 안 되는 거요
 │
 ├ 자연의 고문서(古文書)인 우포
 │→ 자연의 옛 문서인 우포
 │→ 자연을 담은 옛책인 우포
 │→ 자연이 담긴 오래된 책인 우포
 └ …

 한글로 ‘고문서’로만 적는다면 헷갈릴까요. 글쎄. ‘고문서’라는 말을 아는 이라면 한자를 묶음표에 넣든 안 넣든 잘 알아보리라 봅니다. ‘고문서’라는 말을 모르는 이라면 한자를 묶음표에 넣더라도 못 알아보리라 봅니다. 그러니까, 아는 이한테는 군더더기요, 모르는 이한테는 쓸모없는 셈입니다.

 ‘옛책’이라 하면 못 알아들을 사람이 없습니다. ‘오래된 책’이라 해도 못 알아들을 사람이 없습니다. 말이든 글이든 자기 혼자만 알아듣자고 쓰지 않잖아요. 듣는 쪽에서 바로바로 알아듣도록 하면서 뜻을 함께 나누고자 쓰는 말과 글이잖아요. 좀더 마음을 기울이고 둘레를 살피면서 말을 하고 글을 쓰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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