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볼 수 없을 풍경 '을지로 순환선'
[리뷰] 최호철 작품 <을지로순환선>과 김영택 작품 <펜화기행>
▲ 을지로순환선. ⓒ 거북이북스
여기 10여 년 이상 묵힌 진국 두 작품집이 있다. 최호철 작품 <을지로순환선>과 김영택 작품 <펜화기행>이다.
<을지로순환선>은 최호철 작가가 10여 년간 그린 작품으로 첫 작품집이기도 하다. 나름 이름 있는 작가가 첫 작품집이라니 조금 의아하다 싶다. 물론 그가 내놓은 작품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른 작가 글에 그림으로 참여한 것이니 이 작품이 오롯이 최호철이란 이름 하나를 단 첫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최호철 그림을 만화와 회화 경계에 있는 '현대 풍속화'라고 한다. 그림은 한 장이지만 그 안에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한데, 작품 속 인물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조금씩 그 안에 동화되어 버린다.
▲ 을지로순환선‘공동수도’ ⓒ 최호철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우리 사는 풍경' '일하는 사람들' '큰 세상, 작은 목소리' '우리 집 이야기' '스케치로 담은 기억' 총 다섯 가지 테두리로 묶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기도 한 '을지로순환선'은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지하철 안 풍경을 꽤 세심하게 살펴서 그린 작품이다. 최호철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난해서 먹고사느라 바쁜 서민들이다.
▲ 을지로순환선‘무선을 향한 유선시대’는 픽하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 최호철
국립현대미술관은 책 표지로도 쓰인 '을지로순환선'과 '와우산'이라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최호철은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졸업 뒤엔 순수 회화와 함께 펜화를 근간으로 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작품 영역을 넓혔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로 있다.
그의 작품들은 앙굴렘세계만화축제를 비롯해 로댕 갤러리에서 열린 '나의 아름다운 하루'전에 전시되면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 김영택의 펜화기행. ⓒ 지식의숲
국내 미술계에 펜화를 개척하며 문화재를 펜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김영택은 작품 하나에 보름쯤 걸리며, 대략 50만 번 손길이 간다고 한다.
그 50만 번 손길이 지나간 자리엔 여수 향일암, 양산 통도사, 보은 법주사, 경북 봉화 닭실 마을 청암정, 창덕궁 후원, 낙안읍성 같은 전통건축물이 꼼꼼한 필체로 아름답게 남아있다.
산, 물, 흙, 사람, 하늘,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펜화 소재를 찾아 전국을 돌며 만난 자연과 사람에 대해 수필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기도 한데, 새로운 형식으로 된 문화유산 답사기라 할 만하다.
▲ 김영택의 펜화기행범어사 일주문은 단청문양까지 세밀하게 그리느라 펜 선을 80만 번쯤 썼다고 한다. ⓒ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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