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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학교 출입 통제 법안, 무조건 학부모 잘못인가?

학교 편리 위한 통제수단으로 보여...근본 원인 찾아 교사 폭행 방지책 마련해야

등록|2008.07.03 15:15 수정|2008.07.03 15:15

▲ 학부모의 교사 폭행 사건,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 윤태

교권보호를 위해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 추진을 하고 있는 한국교총과 여당. 이 문제가 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학부모가 갑자기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을 막고 교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술 취한 사람 혹은 화가 난 사람이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일이 자주 있어 운전석 주변에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해 버스기사를 보호하도록 의무화 한 지 몇 년 됐다.

교권 보호 위한 학부모 학교 출입 금지 법안은 버스기사 보호(궁극적으로 승객보호) 위한 칸막이 설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 교총과 여당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 법적, 제도적으로 막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생각 말이다.

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걸까? 원인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언론보도에 따르면 체벌한 교사를 학부모가 폭행하는 경우, 교사가 답안지 쓸 시간 안 줬다고 학교로 찾아가 폭행하는 경우 등등 항상 그 매개는 학생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 일방적으로 학부모의 잘못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출입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는 학부모, 학생, 교사 그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는데 학부모의 그릇된 행동으로만 치부하고 이를 저지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문제만이 교권이 추락한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다투던 친구 중 한 명이 엄마에게 전화 걸어 일러 바쳐 엄마가 5분 안에 학교로 달려와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아이와 싸운 친구를 때린다면 선생님 기분은 어떻고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이 상황 자체가 교권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누구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나? 친구와 싸운 아이 잘못인지, 학교로 달려온 학부모 잘못인지,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곧바로 보고가 가능케 한 휴대폰이 문제인지, 휴대폰을 사준 엄마 잘못인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교사의 잘못인지 애매하다. 그러나 대개 이러한 원인을 찾아내기보단 지나친 행동을 한 쪽이 잘못했다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 때문에 학교를 수시로 드나들며 급식, 청소, 교통 지도 등 봉사활동을 하는 대부분 평범한 학부모들은 마음이 씁쓸할 것 같다. 승객과 버스 운전기사 사이에는 굳이 믿음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없겠지만 학부모와 교사의 사이는 반드시 믿음과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오히려 장벽이 되지 않을까?

이번 법안 추진은 학교 측의 편리성을 위한 하나의 통제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통제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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