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계파 의원, 지방의회 멍들게 한다"
지방자치와 지방의회 개혁을 위한 여수 시민토론회 3일 열려
▲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열린 시민토론회 - 좌로부터 김만수, 주철희, 한창진, 정송호, 박효준 ⓒ 오문수
7월 3일 오후 6시부터 밤 9시까지 여수지역사회연구소 회의실에는 6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모여, 제4대 전반기 지방의회 의정평가와 개선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창립 13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그동안 시의회는 집행부인 의장과 부의장이 법적인 문제를 일으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탄을 받아왔다. 한편 올 초에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며칠 전에는 도시공사 설립과 관련하여 몸싸움까지 벌여 일부 뜻있는 시민들로부터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지역사회연구소 김만수 시민정책위원장은 "시장이 어제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를 시민이 반대한다면 유보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시민단체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성과다, 여수시의회는 시정을 견제하는 것이 책무이고 시민단체는 시의회와 시장을 견제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한창진 전남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벌레들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턱대고 앞에서 날고 있는 놈만 따라서 빙빙 난다'는 파브르 곤충기를 예로 들면서 계파 정치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토론을 위해 최근 3년간의 의회속기록을 분석했다.
다음은 한창진씨의 발언 요지다.
의문시되는 제도 변화 효과 -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자치
2006년 5·31일 지방선거는 지방의원의 무급 명예 봉사제에서 유급으로, 소선거구제에서 2~4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및 정당 공천제가 실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변화는 개인적 역량과 지역주민과의 소통보다는 특정 정당의 공천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투표결과 여수시는 26명의 시의원 중 민주계 14명, 열린우리당 11명, 무소속 1명이었으나 보궐선거로 원내구도는 민주당 16명, 열린우리당 10명으로 나뉘었다. 이후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표결에 들어가면 항상 14명 내외에서 찬반이 갈리고 있다.
시정 견제 기능 포기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
전반기 의회에서 처리한 조례안은 모두 115건이다. 그 중 단 한 건도 유보 또는 부결시키지 않았다. 시의원들이 위원회에 참여하면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로비뿐만 아니라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위력을 과시한다.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수당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급제가 실시되었으므로 사실상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수당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은 공무의 연장이라고 해서 회의 수당을 받지 않는다.
효율성이 낮은 의정 활동 - 한 번도 발언하지 않은 의원이 9명이나 돼
2008년 3월 5일 제104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는 간담회에서 의사일정 합의를 하고도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의사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됐다. 전반기 동안 34번의 시정 질문이 있었는데 전체 26명 의원이 1.3회 질문을 하였고 한번도 발언을 하지 않은 의원이 9명이나 됐다.
성명서와 건의문을 제외한 의원 발의는 14건으로 대부분이 시장이 제출한 안건이다. 그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관련 단체 지원을 위한 발의 등을 빼면 몇 건 안 된다.
본회의는 51회 열렸고, 6058분 동안 회의가 진행됐다. 이것은 각 회의당 평균 118.78분으로 2시간 동안 회의를 한 것이다. 의원 1인당 평균 회의 시간을 따지면 2년 동안 111회 266시간 정도 한 것이다. 1년에 60회, 140시간 정도 회의를 하고 연봉 4천만원 가까이 받는다.
집행부에서 제출한 안건이 상임위에서 거의 원안대로 가결되고 구체적 추진계획 없는 결의문 채택이나 지적에 그치는 질문으로 구속력이 없는 것도 있다. 일부에서 집행부가 저렇게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찬 것은 모두 의회와 일부 의원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도덕성과 전문성 가진 의원 필요해
정송호 여수닷컴인터넷뉴스 기자는 전문성을 가진 의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의원들의 직업별 분포를 보면 일견 다양해 보이지만, 실제 정치 활동을 하면서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의원들이 있어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한 의원의 겨우 2007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시설에 3억원의 예산이 집중돼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1억여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한편 우수 의원의 평가 기준이 의정 활동이어야 하는데 지역구 주민의 민원처리 정도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는 소시민적 태도도 시정돼야 할 문제이며 의원 겸직 문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 서완석 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오문수
여수시의회는 지난 2007년 역동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행정 분야에 대한 책임 담당제’를 운영해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대의 기관으로서 올바른 의회상을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넘도록 이것은 단지 계획수립으로 끝나고 말았다.
의원의 페쇄성 극복이 문제
질의에 나선 여수경실련 박효준 사무국장은 의원이 논의의 중심에 서지 않고 당파성을 띠거나 ‘내가 입법기관’이라는 독선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정당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친 의회라면 개인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통과될 확률이 87%인데 공무원들이 의안을 제출할 때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또한 전문성에 기초한, 의회의 인적 구성을 교체하는 프로그램이 당장 실시되어야 한다."
시민의 정치 세력화 필요해
지역사회연구소장인 주철희씨는 “오현섭 시장이 민선 3년차 간담회에서 시민이 반대한다면 구겐하임미술관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도시공사문제로 의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격론이 벌어지자 ‘시민홍보 작업해’하면서, 다음날 공무원과 시민들을 불러 여수도시공사설치 타당성 교육을 실시하고 할머니들까지 시의회에 방청토록 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며 "시민의 각성과 시의원들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 끝까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여수사립지회 부지회장인 김태문씨는 “지방의회의 본질을 망각하고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는 지금의 의회 개혁은 불가능하다. 2년 후를 생각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올바른 후보자를 뽑을까만 생각하지 말고 올바른 후보자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서완석 시의원은 “시의회가 이렇게라도 변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힘이다.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참여가 우선돼야 하며 시민단체의 관심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천상국 여수YMC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오문수
시의원을 지냈고 현재 여수YMCA 이사장인 천상국씨는 “시장의 시정 자문기구에 4~5명의 국장이 참여하여 앉아 있다가 표결권만 행사한다. 국장이 어떻게 시장의 의견을 거스를 수가 있는가?”라고 말하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토론에는 26명의 시의원 중 3명만 참석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거부하는 정치가! 독선에 빠진 정치가! 이들이 중고생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했다. 정치가들의 열린 귀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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