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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촛불 천사들

세상을 바꾸는 평화의 혁명

등록|2008.07.05 09:35 수정|2008.07.05 09:35

봉헌전면재협상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병렬 열사의 분신 장소에서 촛불을 봉헌하고 있는 시민들 ⓒ 최종수

불의와 폭력에 침묵하지 않고
영혼의 촛불을 들고 외치는 사람들
유모차에 잠든 갓난이에서부터
칠순 할아버지까지 모두 천사입니다

내가 촛불을 들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촛불을 들겠지,
불의의 시대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촛불을 치켜든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부모와 유모차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 ⓒ 최종수

야간자율학습 두 시간보다
촛불을 밝히는 두 시간이 더 소중하다며
촛불을 든 학생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청소년들입니다

토플이다 자격증이다 취업공부만 하지 않고
88만원의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자며 외치는 청년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청년들입니다

어린 아들딸과 함께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에 맞춰
촛불을 높이 들고 춤추는 아빠와 엄마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입니다

촛불춤촛불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 아빠와 두 딸들 ⓒ 최종수

그러나 그러나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못하고
국민을 종업원쯤으로 여기는,
비폭력의 꽃 촛불을 배후세력으로 몰아가는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대통령입니다

장관 자리 하나 차지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을
도장 찍듯이 팔아넘긴 장관들
세계에서 가장 졸렬한 장관들입니다

어제는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쌍심지를 켰던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일보
오늘은 광우병이 안전하다고 굽실거리는,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은 안중에도 없는 조중동문 신문들은
세계에서 가장 저질의 신문들입니다

손자와함께 손자와 함께 촛불을 들고 있는 할아버지 ⓒ 최종수

교복을 입은 채 쪼그리고 앉은 학생들
국민이 뿔났다는 T셔츠를 입은 청년들
종이컵에 초를 꽂고 촛불을 나누어주고서는,
촛불의 바다로 나가 어둠을 밝히는 봉사자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봉사자들입니다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연단에 올라
별처럼 영롱한 영혼의 소리를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의분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발언자들입니다

불의의 어둠에 침묵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행진하다가
물대포와 맞서면 비폭력을 외치고,
곤봉으로 때리면 맞고
군홧발에 머리가 축구공처럼 채이고
물대포에 맞아 실명까지 한 시민들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시민불복종 저항입니다

촛불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학생들 ⓒ 최종수

국민을 종으로 여기는 대통령
권력에 굴종하는 장관들
국민을 배신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촛불을 폭도로 모는 조중동문 신문들
구린내 나는, 구조적인 모순을 태우려고 영혼의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유모차 아이에서 학생 시민 아저씨 할머니까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영혼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촛불은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평화의 혁명입니다
촛불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이며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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