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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외국인들 "촛불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링크(LINK)회원들, "보수단체와 관련없음" 주장

등록|2008.07.06 04:42 수정|2008.07.06 08:06
촛불집회 참가자들로 세종로가 가득 찼던 5일 낮, 보수단체들도 청계광장에서 소위 '맞불집회'를 열었다. 5시가 가까워오자 주최측은 '신데렐라'노래를 개사한 노래를 틀면서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신데렐라는 엄마와 유모차를 탔더래요.
엄마가 가는 곳엔 어디든 갔더래요.
싸바싸바 알싸바 물세례도 받고요.
싸바싸바 알싸바 큰 길에서 잠도 자요.
…(중략)…신데렐라는 엄마의 보호가 필요해요.
정의사회구현은 북한이 더 필요해요.
싸바싸바 알싸바 젖먹이도 아는데요.
싸바싸바 알싸바 울 엄만 왜 그럴까?


▲ 집회 시작시간인 5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 무대 앞이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 김상훈


전형적인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천 명을 공언했던 주최측의 예상과 달리, 이날 집회는 백여 명으로 시작했다. 그나마 대열 앞줄을 이루고 있는 '단체'들을 제외하면 순수 참가자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비가 그치고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을 때도 최대 삼백명을 넘지 않았다.

그들은 거친 어조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했다. 촛불반대 1인 시위로 화제가 됐던 이세진씨는 단상에 올라 "그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한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촛불은 남한이 아니라 억압받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켜져야 한다"며 촛불집회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한 탈북자는 "광우병은 MBC에 의해 조작되었다"며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라는 노래를 "광우병 미친 방송, MBC 좌파방송"으로 개사해 불러, 참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전체적인 집회의 성격은 '반북'을 구호로 내거는 여느 보수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단상에는 '촛불이 필요한 곳은 북한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참가 단체들도 '탈북자 국인 연합회' '탈북자 동지회' '자유북한 방송' 등 반북단체가 주를 이루었다.

▲ 맞불집회 참가자들과 항의하는 시민들 모습. 중간에 빨간 유인물을 기준으로 위쪽이 집회참가자, 아래쪽이 항의하는 시민들 ⓒ 김상훈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시민들의 거센항의가 이어졌다. 욕설과 막말이 오갔고 가벼운 몸싸움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집회 초반에 전대협 회원들이 지나가자 한 여성은 "니들은 아무것도 몰라, 이 깡통들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쳐 충돌을 막았고, 저녁 7시 30분쯤 집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 중에는 약 한 달 전에 비슷한 장소에서 촛불반대 집회에 참가해 본 기자와도 인터뷰를 했던 정모씨도 있었다(기사보기). "집회에 참여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씨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그 때는 순수하게 이세진씨를 응원하러 나왔었지만, 지금 보니 이씨는 원래부터 저런 단체에 소속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저런 집회엔 참가할 수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 단상에서 연설을 하는 링크 회원들 ⓒ 김상훈

외국인들 "우리는 촛불에 반대하지 않는다"

'맞불집회'를 예고하면서 주최측은 '이번 집회에 외국인들도 50~100여 명 참가할 것'이라고 홍보를 한 바가 있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 검정색 옷을 맞춰입은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 회원들과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몇몇 외국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로 미국 국적의 교포들로 이루어진 '링크'의 대표 홍으뜸(미국명 Adrian Hong)씨는 단상에 올라 "북한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힘을 모아 북한을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연설을 마친 이들은 이번에는 촛불집회 쪽으로 자리를 옮겨 똑같은 연설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 후, 약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북한 민주화 운동본부' 회원들과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알 수 없습니다" "북한 동포들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따위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일렬로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링크' 부대표인 송하나(미국명 Hannah Hong)씨는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검은 옷을 맞춰입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행진하는 링크 회원들 ⓒ 김상훈


이들이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지나가자 시민들은 "왜 구태여 그런 것을 여기서 하냐" "훼방 놓으려고 작정한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들이 촛불집회 단상이 있는 시청역에 다다르자 한때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촛불집회 진행 요원들의 통제와 시민들의 협조로 저녁 7시 35분 경 무사히 행진을 마쳤다.

집회가 끝난 후 '링크'와 같이 행진을 한 '북한 민주화 운동본부' 박강엽 정책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박씨는 "'링크'와 '북한 민주화 운동본부'는 2004년 경부터 연대를 해 왔다"며 "오늘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오로지 '북한 인권 문제'만을 위한 것이지, '링크'와 '북한 민주화 운동본부'는 공히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사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링크의 대표 홍으뜸씨도 "우리는 촛불집회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직 순수하게 북한 인권만을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며 "그쪽(집회를 주체한 보수단체)에도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기에 충분히 오해할 만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이 우리를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면서도 " 우리가 들고 다니는 선전물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유인물에 이런 우리의 뜻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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