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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민을 머슴으로 알고 이기려고만 해"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7·5 국민승리 선언 촛불문화제'

등록|2008.07.07 10:03 수정|2008.07.07 10:03

▲ '7·5 국민승리선언 100만 촛불대행진'이 시민 1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충북도청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6·10 이후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참석자들이 '공안탄압 분쇄' '쇠고기 전면 재협상' '구속자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김홍장

이날 집회에는 각계각층이 다양한 복장과 구호가 적힌 피켓을 선보여 축제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들은 밤 늦도록 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축제 한마당을 만들어 나갔다.[청주 현장] ⓒ 김홍장

▲ 다시 돌아온 여중고생들이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거리 행진의 선두에 섰다. 그 뒤를 따르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 김홍장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7·5 국민승리 선언 촛불문화제'는 지난 6·10대회 이후 최대 인파(주최측 추산 1500여 명, 경찰 추산 600여 명)가 참가한 가운데 청주시 일대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28~29일 경찰의 폭력진압 이후 충북대책회의 내부 분위기는 '강경진압에는 강경대응으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종교계의 참여로 분위기는 다시 축제와 평화의 촛불로 바뀌었다.

이날 집회에서 충북대책회의는 시작부터 '최근 충북경찰이 대책회의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충북도청을 방문했을 때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1인 시위를 전개했는데도 경찰은 오히려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했다"라면서 "경찰이 방해해 놓고 경찰이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공안탄압의 시작이자 보-혁 대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정략적인 표적수사다.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대에 오른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 면담 1인 시위와 관련해 "사법처리 대상자 모두 민주노동당 당원이거나 간부"라며 "이번 출석요구를 당에 대한 '표적수사'로 규정해 중앙당 차원에서 정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는 7일로 예정된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어떠한 정치탄압과 공안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전면 재협상' 등의 구호도 외치고 '헌법 제1조', '아리랑', '잘살거야' 등 흥겨운 음악도 부르며 집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이전 집회보다도 더 다양해진 구호가 적힌 각종 홍보 피켓과 모자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 집회현장에는 자신들의 요구 구호가 적힌 모자, 두건, 피켓 등이 어우러졌다. ⓒ 김홍장

▲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1500여 명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며 사직로를 따라 거리 행진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여중고생들의 참석이 두드러졌다 . ⓒ 김홍장

다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충북도청 앞의 열기를 이어 사창사거리까지의 거리행진에 참여했다. 사창사거리에 도착한 행진대열은 집회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주변 상인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참석자들은 촛불 축제 거리 한마당 행사를 자정 무렵까지 지속했다.

한 참석자는 "이명박 정부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하는 일마다 국민들이 오히려 뒤처리해야 한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한 참석자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취임 몇개 월도 안돼 경제 기본도 망각한 고환율 정책 등으로 경제를 파탄내놓고는 또다시 국민에게 '경제를 살려내라'고 협박하고 있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부실투성이 정책으로 민생은 절단났다"고 혹평했다.

그는 또 "고집 불통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들끓는 촛불 민심은 외면한 채 부시의 사랑에 눈먼 미국의 푸들 같다"라며 "얼마 전 '뼈아픈 반성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더니 뒤돌아서자마자 국민에게 폭력을 휘둘러 국민들을 또 속였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국민을 머슴으로 알고 이기려고만 하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이 직접 나서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이날 집회에는 유모차 부대, 여중고생, 문화계, 예술계,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 등 이 지역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 김홍장

▲ 유쾌한 반란의 주역은 바로 여중고생들이다. 이들은 집단지성의 중심에 서서 때로는 광장에서 때로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변하고 진화하며 군중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 김홍장

공무원노조 노조원이라 밝힌 한 참석자는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을 놀고먹는 세금도독으로 취급하는가 하면 개혁의 걸림돌로 몰아 마녀 사냥식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라면서 "정부는 80년대 구시대 방식으로 읍면 동장을 동원해 정부정책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무원 노조는 앞으로 정부의 이러한 구시대적 부당업무 지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촛불방향과 관련해 충북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는 "국민들은 이제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수준을 넘어 시간이 흐를수록 혐오감을 보이고 있다"라고 진단한 뒤 "향후 촛불 방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부실정책에 대한 국민 불복종 운동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창 사거리까지 행진한 집회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이며 거리축제 열기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자정이 가까울 무렵 마을단위 촛불 문화제로 확대해 나가기로 하고 자진 해산했다. ⓒ 김홍장

▲ 다시 나타난 여중고생들은 한손에는 촛불을, 한손에는 풍선을 손에 쥐고 행진대열의 선두에 섰다. ⓒ 김홍장


촛불 든 집단지성은 신기루와 같다. 이들이 어떻게 변하고 진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집단지성은 수백만이 자발성에 근거해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는 거대한 실존체이면서도 눈으로는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 이들은 수시로 광장에 나타났다,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나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 정국을 풀어낼 조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이들 집단지성의 진화된 저항에 가로막혀 계속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이제 공은 이명박 정부에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민심을 달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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