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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도 반기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

등록|2008.07.07 14:12 수정|2008.07.07 14:12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 미국 쇠고기가 판매된 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8000인분이 팔려 나갔다고 합니다. 그 많은 고기들이 지금 어디에 떠돌고 있을지, 혹시나 내가 자주 가는 쇠고기 집에서도 그 고기들을 산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개인보다는 상인들이 사갔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입니다. 광우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와 자주 가던 쇠고기 전문점에 갔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그래도 이름 있는 곳이었고, 주말 저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없었습니다. 미국 쇠고기 개방 문제가 없었을때만 해도 주말엔 자리가 없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거의 첫 손님 같았습니다.

주문을 하면서, 메뉴판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 벌써 원산지 표시 했네' 하고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식당 아저씨께서도 한 마디 거드시더군요.

"솔직히 미국산 (쇠고기) 쓰는 곳은 이제 별로 없다. 그런데도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전체 쇠고기 매출이 떨어져 있어서 걱정이다. 차라리 원산지 표시제를 더 강화해서, 손님들이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해서 식당 주인들이 반발이 심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제가 간 곳은 확실히 미국산을 안 써서 그런지 원산지 표시제를 더 강화했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식당 주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말로만 원산지표시제를 한다고 해놓고,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원산지표시가 잘 되고 있는지 어떤지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면 -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어이 없는 뉴스를 봤습니다. <정부 소형식당 원산지 단속 사실상 포기>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 였습니다.

'법적으로는 이번주부터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가 모든 식당과 급식소로 확대되지만 실제 단속 등 행정력이 서민들이 사는 골목골목 작은 식당에까지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여론에 떠밀려 일단 원산지 표시 대상을 '모든 음식점의 모든 쇠고기'로 무리하게 늘려놓긴 했지만 막상 시행 시점에 이르자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행정단속 대상과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그는 "처벌.단속 위주로 가면 정책이 실패하게 돼 있다"며 "원산지 표시 좀 안했다고 범죄자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 단속이 심하면 소비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해 원산지 단속 수위를 적절히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처음 소형식당이나 반찬까지 원산지표시 단속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단속하기 힘들텐데 했을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막상 단속을 할려니 힘이 들었나 봅니다. 어째서 이 정부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한 말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인지. 단속을 한다고 했으면, 제대로 단속을 해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저도 자주 쇠고기 전문점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소비가 이루어져야 소를 키우는 농가에도 그렇고, 식당 분들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 같이 살아야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굳이 미국산은 먹고 싶지 않은 분들은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모든 식당에 원산지 표시제가 확실하게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우만 취급하는, 혹은 미국산은 취급하지 않는 선의의 식당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뭐~ 손님들이 별로 없는 덕분에, 식당 아저씨와 종업원들의 풀~ 서비스를 받으며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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