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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앵커, 넥타이 풀고 '완소남' 되시라

한여름 반짝 넥타이 안 매기 운동은 이제 그만

등록|2008.07.07 15:42 수정|2008.07.07 17:29

▲ ⓒ 최은경


요 며칠 계속 날씨가 덥다. 그러나 '찜통더위'라는 말을 하기에는 좀 이른 것도 같다. 아이들은 이사오면서 바로 창고에 넣어둔 에어컨을 가리키며 '엄마, 당장 에어컨 설치하자'며 땀을 바작바작 흘렸다. 나는 사막의 열기를 미리 경험해 보는 셈치고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며 외면했는데 과연 냉풍기 없이 올 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에 있는 나도 이런데 넥타이를 매는 남자들은 어떨까?

넥타이 안 매기, 한철 행사로는 해결 안 돼

따지고 보면 이 '넥타이 안 매기 운동'은 항상 반복되었던 것 같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전력소비를 줄이자며 넥타이를 풀자는 뉴스가 어김 없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반짝 나왔다가 시원한 바람이 불면 어느덧 스르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다음 여름이 되면 또 '매지 말자' 호들갑을 떨었다.

우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남자들이 넥타이를 왜 매는지 이해가 안 간다. 텔레비전을 보면 여자들은 한겨울에도 민소매를 입고 나오는데 남자들은 한겨울은 물론 한여름에도 양복에 넥타이를 꽉 조이게 매고 나온다.

그런 상반된 차림을 한 사람들이 함께 진행을 하면 그 때 방송국 온도가 살짝 궁금해진다. 몇 도일까? 민소매 여성은 추운데도 참고 있는 것일까. 반대로 더운데도 넥타이 정장 남성은 사나이 기백으로 역시 참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진중권씨의 경우 넥타이를 안 매서 무척 보기 좋다. 진씨의 경우 토론프로에서 사회자와 다른 토론자들이 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나와도 꿋꿋하게 홀로 줄무늬 반팔 상의만 입고 나오는 것을 보게 되는 데 속이 다 시원하다.

어쨌든 이렇게 더운 날, 넥타이로 목을 꽉 죄는 것은 '열 고문'을 받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대체로 열이 많다고 하니 오죽이나 더 답답할까. 현대의 넥타이는 좀 과하게 말해 과거 중국 여성들의 전족과 별로 다르지 않다.  

넥타이를 확실히 푸는 법, 흰색 와이셔츠를 퇴출하자

넥타이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흰색이나 여타의 단색, 혹은 줄무늬 와이셔츠가 있기에 넥타이도 존재한다. 이 둘은 환상의 공생 관계이자 와이셔츠는 넥타이의 '숙주'다. 숙주가 없으면 넥타이도 존재할 수 없다. 고로 와이셔츠를 퇴출하자.

그러면 뭘 입냐고? 와이셔츠 아닌 그냥 반팔 상의를 입자. 진중권씨처럼 여름에는 양복과 넥타이 빼고 그냥 반팔 상의만 입자. 양복 회사에서 아무리 시원한 감으로 양복을 만든다 해도 양복은 덥다. 이 더운 여름에 양복입 고 넥타이 매고 땀 흘리는 남자를 보면 멋은 고사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다. 왜 그런 생고생을 해야 하느냐 말이다(일종의 남녀 차별이다. 남자들은 왜 반기를 들지 않는지).

또, 이 와이셔츠라는 물건은 주부들에게도 골치다. 정장차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남편을 둔 아내의 경우 여름날 와이셔츠 다림질은 보통 일이 아니다. 특유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와이셔츠만 한꺼번에 모아서 세탁하고 다림질 한다는 한 지인. 일주일분 와이셔츠를 다림질 하고 나면 얼굴에는 땀이 송송, 손목은 욱신욱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것을 30년 한다고 생각해보자. 보통 노동이 아니다.

반대로 와이셔츠 아닌 그냥 이런저런 반팔 상의의 경우 툭 털어서 널고 마르면 바로 입으면 된다. 얼마나 간편한가. 즉, 깨끗한 와이셔츠에다 눈에 뛰는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남성 뒤에는 그 '옆지기'의 욱신거리는 노동이 숨어있다.

계급장 높은 사람부터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자

여름철 전력 낭비에 대한 해결책으로 넥타이를 풀자는 뉴스를 내 보내면서 정작으로 뉴스 진행자 자신은 넥타이로 목을 꽉 조이고 있는데 설득력이 없다. 진정 여름철 과잉 전력소모를 걱정한다면 뉴스 진행자부터 넥타이를 풀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6월부터 8월 말까지 3개월간 청와대는 물론 정부청사 공무원들이 이른바 '노자켓·노타이'의 간소복 차림으로 근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하니 이런 문화가 여름 뿐 아니라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여름 한철만 풀고 다른 계절엔 다시 매게 되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매해 여름 또다시 풀자는 운동을 반복해야 되니 이참에 아예 공식적 업무에서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동반 퇴출시키면 어떨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네 복식사도 시대에 따라 시대에 맞게 변천에 변천을 거듭하지 않았나.

지금은 고유가, 지구 온난화, 원자력의 환경 파괴 등 도무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인한 수난시대인 만큼 이쯤에서 남자들의 의복양식을 한번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넥타이 맨다고 다 루이14세 후손이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아니, '넥타이의 원조' 하늘의 루이 14세도 현대인들이 아직껏 넥타이를 멋의 정점으로 여기고 거기다 목숨 거는 것을 보면 갑갑해도 한참 갑갑하지 싶다.

'아니 쟤네들은 언제적 유행인데 아직도 넥타이를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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