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도 사법처리? 구국기도회 기대했었나
[주장] 종교인 탄압은 정권 몰락으로 가는 자충수
난데없이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를 주최한 종교인들에 대하여 사법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종교행사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종교행사라도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거나 그 위에서 연좌하는 것은 집시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촛불 종교인 처벌 방침은 이명박 정권의 또 하나의 무리수이고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예로부터 종교와 대립하는 권력치고 수명이 오래 간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숨죽이며 있다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촛불집회를 다시 성토하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런 행태가 7· 5촛불집회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7· 5 촛불집회 이후 또다시 등장한 '배후론'
집회가 끝난 직후인 7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은 외신 기자와의 합동 회견에서 "다수 국민들이 쇠고기 안전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쇠고기 문제를 이용하는 소수의 세력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예의 촛불집회의 '배후설'을 또다시 환기시켰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촛불 시위 비용이 거대한 국가 부채가 될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요컨대 촛불시위에 대한 반격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촛불 종교인 처벌 발언은 바로 이런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어느 면에서 종교인들의 촛불집회 참여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촛불 집회에 대해 완충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달 말까지 경찰의 폭력 진압과 시민의 격렬 저항으로 위태롭게 전개되던 시위가 종교인들의 대거 참여를 계기로 비폭력 평화 시위로 일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참여가 없었더라면 시위 도중 불상사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종교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을 수사하여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 정부가 얼마나 옹졸하고 의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그들의 국정 운영 능력 부재를 결정적으로 증명한다. 가뜩이나 다수 민주 시민들을 적으로 돌려 위기에 몰린 정권이 종교인들마저 또 적으로 삼는다면 무슨 힘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사실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은 위법과 탈법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다. 그들은 시위에 대처하는 경찰 스스로의 규정을 어기며 소화기와 물대포와 진압봉과 방패를 과잉 행사했다. 특히 컨테이너로 도심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막은 것은 세계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한 국가 적 망신이었다. 최근 시청광장을 원천 봉쇄한 것도 민주정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서울지방경찰정은 촛불 수사를 한답시고 많은 무리수를 행사하기도 했다. 4일 서울경찰청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의 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이 제시한 범죄 증거의 대부분은 인터넷 등에 이미 공개된 문건들이었다.
또한 경찰은 최근 구속된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의 집에서 찾은 인쇄물에 "공화국은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이다"는 문구가 적힌 것을 공개하면서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로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긋지긋한 낡은 시대의 색깔론을 재현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촛불 시위에 대한 처벌과 책임을 져야 할 대표적인 집단은 경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시민들을 수사하고 구속한 데 이어 종교인들마저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니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구나 경찰은 시위를 끝낸 목회자들이 마지막 예배를 끝내고 자진 철거하겠다는 천막 교회를 사정 보지 않고 강제 철거하기까지 했다.
촛불 종교인들이 구국기도회라도 열 줄 알았나?
경찰은 채증된 사진을 근거로 종교인들이 외친 구호를 문제 삼아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어떤 행동을 했고 무슨 구호를 외쳤는지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 본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 종교인들은 구호를 외치는 일도 자제시켰고 청와대를 향하려던 촛불 행렬도 반대쪽인 숭례문 방향으로 틀도록 하지 않았던가?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경찰의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촛불 종교인들이 조용기 목사처럼 구국기도회라도 열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누가 보아도 이번 촛불 집회에서 종교인들의 일탈 행위는 전혀 없었다. 만약 그들을 사법처리하려면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 시위를 '마귀의 꼼수'라고 발언하여 이 사회를 황폐하게 만든 종교인들부터 처벌해야 한다.
원래 종교인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 참여 행위에는 일정한 견제와 비판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촛불집회에 종교인들은 대거 참석했다. 왜 종교인들이 거리에 나선 것일까?
종교인들은 시위가 폭력으로 치달아 많은 희생자가 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순수한 인도적 정신으로 촛불 집회에 나섰을 것이다. 국가 권력과 국민이 충돌할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종교인들은 맨몸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은 종교적 행위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과는 본질이 다른 종교인들이다.
이 정부는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다. 지금 다수의 국민은 기왕에 구속된 단체 지도부를 석방하고 그들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는 등의 유연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터에 종교인들까지 추가로 수사하여 사법처리한다면 그것은 시위를 더욱 격화시킬 것이고 나아가 정권의 몰락을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촛불 종교인 처벌 방침은 이명박 정권의 또 하나의 무리수이고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예로부터 종교와 대립하는 권력치고 수명이 오래 간 적은 없기 때문이다.
7· 5 촛불집회 이후 또다시 등장한 '배후론'
▲ 촛불미사를 마치고 십자가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모습 ⓒ 강기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촛불 종교인 처벌 발언은 바로 이런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어느 면에서 종교인들의 촛불집회 참여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촛불 집회에 대해 완충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달 말까지 경찰의 폭력 진압과 시민의 격렬 저항으로 위태롭게 전개되던 시위가 종교인들의 대거 참여를 계기로 비폭력 평화 시위로 일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참여가 없었더라면 시위 도중 불상사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종교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을 수사하여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 정부가 얼마나 옹졸하고 의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그들의 국정 운영 능력 부재를 결정적으로 증명한다. 가뜩이나 다수 민주 시민들을 적으로 돌려 위기에 몰린 정권이 종교인들마저 또 적으로 삼는다면 무슨 힘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사실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은 위법과 탈법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다. 그들은 시위에 대처하는 경찰 스스로의 규정을 어기며 소화기와 물대포와 진압봉과 방패를 과잉 행사했다. 특히 컨테이너로 도심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막은 것은 세계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한 국가 적 망신이었다. 최근 시청광장을 원천 봉쇄한 것도 민주정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서울지방경찰정은 촛불 수사를 한답시고 많은 무리수를 행사하기도 했다. 4일 서울경찰청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의 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이 제시한 범죄 증거의 대부분은 인터넷 등에 이미 공개된 문건들이었다.
또한 경찰은 최근 구속된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의 집에서 찾은 인쇄물에 "공화국은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이다"는 문구가 적힌 것을 공개하면서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로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긋지긋한 낡은 시대의 색깔론을 재현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촛불 시위에 대한 처벌과 책임을 져야 할 대표적인 집단은 경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시민들을 수사하고 구속한 데 이어 종교인들마저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니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구나 경찰은 시위를 끝낸 목회자들이 마지막 예배를 끝내고 자진 철거하겠다는 천막 교회를 사정 보지 않고 강제 철거하기까지 했다.
촛불 종교인들이 구국기도회라도 열 줄 알았나?
▲ 4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 참석했던 스님, 불자, 일반시민들이 촛불과 연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경찰의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촛불 종교인들이 조용기 목사처럼 구국기도회라도 열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누가 보아도 이번 촛불 집회에서 종교인들의 일탈 행위는 전혀 없었다. 만약 그들을 사법처리하려면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 시위를 '마귀의 꼼수'라고 발언하여 이 사회를 황폐하게 만든 종교인들부터 처벌해야 한다.
원래 종교인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 참여 행위에는 일정한 견제와 비판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촛불집회에 종교인들은 대거 참석했다. 왜 종교인들이 거리에 나선 것일까?
종교인들은 시위가 폭력으로 치달아 많은 희생자가 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순수한 인도적 정신으로 촛불 집회에 나섰을 것이다. 국가 권력과 국민이 충돌할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종교인들은 맨몸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은 종교적 행위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과는 본질이 다른 종교인들이다.
이 정부는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다. 지금 다수의 국민은 기왕에 구속된 단체 지도부를 석방하고 그들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는 등의 유연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터에 종교인들까지 추가로 수사하여 사법처리한다면 그것은 시위를 더욱 격화시킬 것이고 나아가 정권의 몰락을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장편소설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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