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붙인 당신,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촛불집회 홍보지 붙였다가 '공무집행 방해' 구속영장...법원, 영장 기각
[기사 대체 : 8일 오전11시 50분]
"전단지 붙였다고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다니···. 어이가 없다. 정말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맞는지, 경찰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은광(45. 서울 봉천동)씨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지난 5일 새벽 자택 주변인 서울 관악구 봉천 9동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5일 열리는 국민촛불대행진 홍보 전단을 자택 주변에 부착하다가 관악경찰서로 연행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이다. 그의 혐의는 공무집행 방해. 그날 새벽 최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 촛불집회 광고 전단지 붙였다고 현행범으로 체포
최씨는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불교계의 시국법회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5일 열리는 국민촛불대행진에 대한 홍보 전단지를 갖고 돌아와 집 주변에 붙였다.
얼마쯤 붙였을까. 동네 순찰을 도는 경찰차가 눈에 들어왔다. 최씨는 괜히 경찰과 실랑이 벌이기 싫어서 주변 골목길 안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다가와 "불법으로 전단지를 붙였으니 연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씨는 "광고물 단속은 구청이 하는 일이고, 어떻게 경찰이 불법 광고물 부착했다고 시민을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있느냐"며 연행을 거부했다.
이 때부터 경찰과 최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최씨를 바닥에 몇 차례 넘어뜨렸고, 연행을 거부하는 최씨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최씨는 "신분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경찰과 함께 자택으로 향했다. 신분증이 집에 있었던 것이다. 최씨의 자택까지 들어온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공무집행방해"를 거론하며 함께 동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씨는 "경찰은 특별한 죄가 없는 사람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내 신분증을 확인했고, 80세 노부모까지 봤는데도 계속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검찰, 전단지 부착한 최씨에게 구속영장 청구
경찰과 몇 차례 고성을 주고받은 최씨는 결국 경찰과 동행했다. 새벽의 고성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먼저 봉천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관악경찰서로 이송됐다. 그리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꼬박 하루를 보냈다. 5일 검찰은 최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촛불문화제 홍보 전단지 몇 장 붙인 게 구속영장청구라는 '사건'으로 커진 것이다.
결국 최씨는 6일 오후 서초동 법원 판사 앞에까지 갔다. 그리고 지난 5일 새벽에 벌어진 일을 판사에게 이야기했다.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씨는 5일 새벽부터 6일 오후까지 경찰 유치장에 있다가 풀려났다.
최씨는 "전단지 몇 장 붙인게 무슨 대단한 죄라도 되느냐, 그게 불법이면 보통 벌금 통지서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 않느냐"며 "그럼에도 나를 연행해 간 경찰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최씨는 "어떻게 같은 동네에서 늘 마주치는 경찰이 주민에게 그렇게 가혹할 수가 있느냐"며 "나중에 그 경찰을 찾아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요즘 촛불집회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경찰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겪어보니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시민에게 으름장을 놓는 경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앞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민변)'과 함께 이 문제를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최씨 변론을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옥외 부착물은 경찰이 아닌 대개 구청에서 단속을 한다"며 "부착물 문제로 신분증까지 확인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서로 연행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경찰, 물 만난 고기 같다"
봉천지구대의 한 관계자 역시 "불법 부착물 문제로 주거지가 확인된 사람을 경찰서까지 연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봉천지구대 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부착물 때문에 연행하려 했으나, 그가 연행을 거부하며 경찰의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행사했다"면서 "그러한 공무집행방해로 연행했을 뿐이지, 그가 촛불집회 전단지를 붙여서 연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연행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가 있었을 뿐이지 절대로 경찰을 폭행 한 적은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판사 앞에서 그대로 이야기 했고, 판사도 내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었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경찰의 과잉 반응이란 건 지난 5월 경기도 과천에서 있었던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논란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불법 옥외 현수막 논란이 벌어졌지만 철거를 이야기한 건 경찰이 아니라 구청이었다. 경찰이 현수막을 건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일은 없었다.
촛불집회 강경진압,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수배와 사무실 압수수색, 서울광장 원천봉쇄 등. 요즘 촛불 집회에서 만난 많은 시민들은 "경찰이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 설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청역 구내에 경찰이 진입해서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전단지 붙였다고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다니···. 어이가 없다. 정말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맞는지, 경찰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은광(45. 서울 봉천동)씨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지난 5일 새벽 자택 주변인 서울 관악구 봉천 9동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5일 열리는 국민촛불대행진 홍보 전단을 자택 주변에 부착하다가 관악경찰서로 연행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이다. 그의 혐의는 공무집행 방해. 그날 새벽 최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 촛불집회 광고 전단지 붙였다고 현행범으로 체포
최씨는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불교계의 시국법회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5일 열리는 국민촛불대행진에 대한 홍보 전단지를 갖고 돌아와 집 주변에 붙였다.
얼마쯤 붙였을까. 동네 순찰을 도는 경찰차가 눈에 들어왔다. 최씨는 괜히 경찰과 실랑이 벌이기 싫어서 주변 골목길 안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다가와 "불법으로 전단지를 붙였으니 연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씨는 "광고물 단속은 구청이 하는 일이고, 어떻게 경찰이 불법 광고물 부착했다고 시민을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있느냐"며 연행을 거부했다.
이 때부터 경찰과 최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최씨를 바닥에 몇 차례 넘어뜨렸고, 연행을 거부하는 최씨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최씨는 "신분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경찰과 함께 자택으로 향했다. 신분증이 집에 있었던 것이다. 최씨의 자택까지 들어온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공무집행방해"를 거론하며 함께 동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씨는 "경찰은 특별한 죄가 없는 사람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내 신분증을 확인했고, 80세 노부모까지 봤는데도 계속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검찰, 전단지 부착한 최씨에게 구속영장 청구
경찰과 몇 차례 고성을 주고받은 최씨는 결국 경찰과 동행했다. 새벽의 고성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먼저 봉천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관악경찰서로 이송됐다. 그리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꼬박 하루를 보냈다. 5일 검찰은 최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촛불문화제 홍보 전단지 몇 장 붙인 게 구속영장청구라는 '사건'으로 커진 것이다.
결국 최씨는 6일 오후 서초동 법원 판사 앞에까지 갔다. 그리고 지난 5일 새벽에 벌어진 일을 판사에게 이야기했다.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씨는 5일 새벽부터 6일 오후까지 경찰 유치장에 있다가 풀려났다.
최씨는 "전단지 몇 장 붙인게 무슨 대단한 죄라도 되느냐, 그게 불법이면 보통 벌금 통지서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 않느냐"며 "그럼에도 나를 연행해 간 경찰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경찰이 버스와 병력을 동원해서 7일 저녁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서울시청앞 광장을 봉쇄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이어 최씨는 "어떻게 같은 동네에서 늘 마주치는 경찰이 주민에게 그렇게 가혹할 수가 있느냐"며 "나중에 그 경찰을 찾아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요즘 촛불집회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경찰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겪어보니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시민에게 으름장을 놓는 경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앞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민변)'과 함께 이 문제를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최씨 변론을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옥외 부착물은 경찰이 아닌 대개 구청에서 단속을 한다"며 "부착물 문제로 신분증까지 확인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서로 연행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경찰, 물 만난 고기 같다"
봉천지구대의 한 관계자 역시 "불법 부착물 문제로 주거지가 확인된 사람을 경찰서까지 연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봉천지구대 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부착물 때문에 연행하려 했으나, 그가 연행을 거부하며 경찰의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행사했다"면서 "그러한 공무집행방해로 연행했을 뿐이지, 그가 촛불집회 전단지를 붙여서 연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연행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가 있었을 뿐이지 절대로 경찰을 폭행 한 적은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판사 앞에서 그대로 이야기 했고, 판사도 내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었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경찰의 과잉 반응이란 건 지난 5월 경기도 과천에서 있었던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논란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불법 옥외 현수막 논란이 벌어졌지만 철거를 이야기한 건 경찰이 아니라 구청이었다. 경찰이 현수막을 건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일은 없었다.
촛불집회 강경진압,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수배와 사무실 압수수색, 서울광장 원천봉쇄 등. 요즘 촛불 집회에서 만난 많은 시민들은 "경찰이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 설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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