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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법원은 삼성에 양도소득세 아닌 증여세 부과해야

등록|2008.07.08 15:15 수정|2008.07.08 22:08
삼성특검은 임원들 명의의 주식을 팔아 남긴 양도차익 5,643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1,128억원)포탈을 확인하고 이건희 회장 등을 조세포탈죄로 기소하였다. 이것은 특검의 성과라 할 수도 있으나 차명 계좌들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하고 조세포탈로 기소하였다는 점은 또 다른 진실의 왜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 4월 24일자 '삼성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법학교수들의 성명서' 중에서

1128억에 가려진 또 다른 진실

결론부터 말하면 익명계좌(차명계좌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차명계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들이 이건희 회장의 '상속' 재산이라는 증거가 없는 이상 양도소득세(1128억원) 포탈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면 특검은 왜 무고한(?) 이건희 회장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을까?

익명계좌들이 드러났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에게는 그 자체가 치명적인 위기였다. 만일 이 익명재산들이 회사경영에서 조성된 비자금이라면 전액 환수될 뿐 아니라, 이 회장의 파멸을 의미한다. 다행히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익명재산은 반 토막이 되고 말 것이다.

1998년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 명의로 전환된 4조5천억 원의 삼성생명 주식과 현재 임원들 명의로 남아있는 4조5천억 원 등 총 9조원의 익명재산에 대하여 수조원의 증여세가 부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특검은 '차명계좌들은 상속재산'이라는 황당한 결론으로 비자금 의혹에 대하여 면죄부를 부여한 동시에 시퍼렇게 살아있는 세금을 시효 소멸의 무덤에 묻어버렸다.

문제의 재산들이 이 회장의 재산이라는―그것도 '상속' 재산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상속세를 내지 않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100%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유효한 증거가 없으면 무려 4~5조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피할 수 없다. 증여세는 상속세와는 달리 명의를 변경하는 때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검결과는 '결과'가 아니라 증거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증여세를 은폐하기 위하여 '상속 프레임'을 고안하고, '상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양도소득세포탈'을 기획한 것이다(증여로 볼 경우 1987년 이병철 회장 사망 후 최근 명의자로부터 이건희 회장에게로 등기되는 때까지 양도소득세는 없기 때문이다).

행여나 지금 벌어지는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다면 가짜 양도세는 진짜가 되고, 조작된 양도세는 상속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취소하고 증여세를 부과하라

과연 삼성공화국다운 발상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말 가산세 701억 원을 포함하여 1,829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이미 납부하였으며, 익명계좌들의 운용에서 발생한 증여세는 확정하는 대로 납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시나리오'를 모를 리 없는 과세당국이 여전히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작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만을 기다리는가. 이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라면 파렴치한 특검에 공조하여 탈세를 비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다. 국세청은 법률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뿐, 엉터리 특검결과에 구속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국세청은 더 이상 과세권을 남용(소극적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포탈한 세금이 없는데 '사기나 부정한 방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상속프레임'으로 국민을 기망하더니, 이번에는 논점 회피로 법원을 우롱하려는 터무니없는 발언이다.

7월 1일자 6차공판에서 재판장은 차명재산에 대한 증거조사를 위하여 한차례 공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가, 10일 결심공판으로 연기되었다.  법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삼성특검결과가 대국민사기극임을 밝혀내고, 상처받은 4천만 납세자의 아픔을 보듬어 주기를 감히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경향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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