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경제포기 선언"... 여당서도 "강만수는 바꿨어야"
'강만수 유임', 이 대통령 오기에 여당도 '한숨'
▲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 유성호
불과 3개 부처 장관만 경질한 개각 폭도 문제지만, 낙제점인 경제성적표의 책임자를 그냥 둔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도리질 친다.
8일 야당들은 이번 개각을 두고 "경제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일제히 대통령을 비난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장관만 교체한 데에) 국민들도 다 실망했을 것"이라며 "뭐라고 말씀드릴 의욕도 없다.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란 말이 실감 난다"고 비난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특히 강 장관 유임을 거세게 성토했다. 서 부대표는 "강 장관 유임은 경제 포기 선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경제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사"라고 주장했다.
서 부대표는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은 놔둔 채 최중경 1차관을 경질시킨 데 대해서도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기업과 가계에 2중, 3중의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은 그대로 두고 대리 경질을 했다"며 "졸렬한 술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를 살리려면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망치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강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면 개각'을 요구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개각이) 소폭으로 끝난 것은 이 정권 자신을 위해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번 개각은 감동이 아닌 '감질' 개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정권이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주장했다.
박현하 부대변인은 전날(7일) 논평을 통해 "경제정책 실패의 '몸통'인 강 장관을 그대로 두고 '꼬리'인 최 차관만을 경질한 것은 현 난국의 본질을 호도하는 국민기만"이라고 비난했다.
한숨짓는 여당... "시장에선 성장 위주 회귀 의구심"
▲ 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호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고유가를 증폭시킨 건 따지고 보면 고환율 정책"이라며 "뒤이어 물가까지 뛰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강 장관은 정부 초기부터 암시적으로 정부가 환율정책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결과적으로 환투기까지 부추긴 셈"이라며 "잘못된 경제정책을 편 장본인인 강 장관을 그대로 둔 대통령이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통인 또다른 의원도 "환율 정책도 문제지만, 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러니 정부가 '성장 위주'에서 '물가 안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시장은 언제든 또다시 회귀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단지 3개부처 장관만 경질한 '소폭 개각'에 대해 "당내에서도 최소한 한승수 국무총리와 강 장관은 갈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아직도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이나 경제 문제로 (민심이) 얼마나 안좋은지 모르시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민심에 미흡한 개각이) 결국 앞으로 정국을 풀어가는 데 짐이 되면 됐지 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어쨌든 대폭 개각으로 새 출발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강 장관 유임론을 폈던 원내지도부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이중 임 의장은 지난 90년 재무부 시절 강 장관과 부하와 상사로 만나 일한 적이 있어 뒷말이 나온다. 강 장관이 재무부 국제금융국장을 맡던 때 임 의장은 국제금융국 총괄과(외환정책과)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한때 부하직원이었으니) 아직도 임 의장은 소위 '강만수 사람'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대통령이 강 장관을 굳게 신임한다니 두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