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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0)

― '책의 출판 계약', '조사의 결과', '550미터의 용평대교' 다듬기

등록|2008.07.09 13:48 수정|2008.07.09 13:48
ㄱ. 이 책의 출판 계약

.. 이 책의 출판 계약을 하러 간 날, 편집자는 축하한다면서 점심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마이 브라더스 팜>(더그 존스/박여라, 이진혁 옮김, 시금치, 2005) 67쪽

 점심을 사겠다는 말도 ‘제안(提案)’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로 하면 넉넉할 텐데요.

 ┌ 이 책의 출판 계약을 하러 간 날
 │
 │→ 이 책을 펴내는 계약을 하러 간 날
 │→ 이 책을 내자는 계약을 하러 간 날
 │→ 이 책을 내기로 하고 계약을 하던 날
 └ …

 ‘출판 계약’이라고 따로 쓴다면, ‘출판’이라는 말도 그럭저럭 쓸 만합니다. ‘출판 계약서’든, ‘출판 계약을 하다’처럼요. 그렇지만 이 앞에 ‘이 책의’를 붙인다면 얄궂어요. 이럴 때는 “이 책을 펴내는(내자는)”처럼 다듬어야 합니다. ‘출판’이라는 말이 “책을 낸다”는 뜻이기 때문에 “책의 출판”이라 하면 겹말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도 “책 출간 소식-책 출판 안내”처럼 쓰기도 하더군요. 이때에는 “출간 소식-출판 안내”라고만 적어도 모두 알아듣습니다.

ㄴ. 설문 조사의 결과

..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아기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이케가와 아키라/김경옥 옮김, 샨티, 2003) 25쪽

 “지금까지의 고정관념(固定觀念)”은 “지금까지 고정된 관념”이나 “지금까지 굳어진 생각”으로 손질합니다. “지금까지 붙박힌 생각”으로도 손볼 수 있을 테고, “지금까지 품어 온 생각”처럼 손볼 수 있어요.

 ┌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
 │→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를
 │→ 이렇게 설문을 모은 결과를
 │→ 이렇게 들어 본 여러 사람 생각을
 └ …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아보는 일을 ‘설문(設問)’이라는 한자말에 담아냅니다. “설문 조사를 받다”나 “설문 조사를 하다”처럼 적을 수 있는 한편, 말뜻 그대로 “사람들 생각을 듣다”나 “사람들 생각을 알아보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설문 조사 결과”라고 적거나 “사람들 생각을 들었다”로 적어 주어도 어울립니다.

ㄷ. 550미터의 용평대교

.. 이번엔 550미터의 용평대교를 건넜다 ..  <내 나이가 어때서>(황안나, 샨티, 2005) 121쪽

 거리나 길이나 무게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면서 토씨 ‘-의’를 엉뚱하게 쓰는 일을 흔히 봅니다. 그냥 가볍게 쓰면 좋을 텐데 ‘-의’ 없으면 다른 말을 못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대교(大橋)’는 ‘다리’나 ‘큰다리’로 고쳐 줍니다.

 ┌ 550미터의 용평대교
 │
 │→ 길이가 550미터인 용평다리
 │→ 550미터짜리 용평다리
 │→ 550미터나 되는 용평다리
 └ …

 때로는 “550미터 길이의 용평대교”처럼 쓰는 분도 있습니다. 이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이 550미터’로 쓰든지 ‘길이의’를 아예 빼든지 해야 알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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