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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촛불 어때요?" "누리꾼당 만들죠"

[함께 만드는 뉴스] 절대 다수는 "아직 촛불 못 끈다"... '진화론' 봇물

등록|2008.07.10 15:42 수정|2008.07.10 15:42

▲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어떤 날은 토론하고, 어떤 날은 침묵 행진하고, 또 어떤 날은 난장의 한마당 공연을, 또 어떤 날은 자유발언을…. 이런 식으로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한 해방 공간을 지켜간다면 어느 날은 또 다시 몇십만이 모이는 촛불집회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끝내는 승리할 것입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자유롭게 놀듯이 촛불을 이어갑시다. (작은숲)"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추가협상 정도면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입지란 것이 재협상을 선언하고 협상을 뒤엎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인지하여야 합니다…(중략)…솔직히 협상이란 건 하나를 받으려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데 한미FTA는 잘된 협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감마)"

절대 다수는 "촛불을 끌 수 없다"고 했다. 물론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견이었다.

<오마이뉴스>는 7일 오후 2시께부터 함께 만드는 뉴스 ''절반의 승리' 촛불, 어디로 가야 하나'를 통해 누리꾼들에게 촛불의 미래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여기에는 총 18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댓글에 달린 의견까지 합치면 300개 가까운 의견이 쏟아졌다.

양만 많은 게 아니다. 질까지 좋다. 욕설이나 비방성 글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진지한 생각과 성찰의 결과를 남겼다. 그 때문에 댓글은 대체로 길었다. 의견을 툭 던지고 마는 게 아니라 생각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댓글 하나하나에서 촛불에 대한 짙은 애정이 느껴졌다.

[촛불 계속 들자] "즐겁게 그리고 질기게 가자"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는 누리꾼들은 주로 "바뀐 게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래서 "힘들고 피곤하지만 끈질기게 들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누리꾼 '사랑우리'는 "여중고생들이 촛불을 처음 들었을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진정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끌 수는 없다"고 밝혔다.

'augustus'는 "여기서 그만 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비극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를 위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페이드아웃'은 촛불을 끌 수 없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옮겨본다.

첫째, 두 달여간 국민들의 요구에 상응하는 어떠한 정책변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촛불국민들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중심축으로 해서 다양한 정부 정책에 대한 변화·수정·철회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에 너무도 밀접히 관계된 의료 민영화, 상수도 민영화 등에 대해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남긴 채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셋째,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한 채 촛불이 사그라든다면, 정부는 국민들의 힘을 우습게 생각할 겁니다. 애매모한 답변으로 결정을 유보한 민영화 문제, 대운하 문제도 강하게 밀어붙일 겁니다. 지금의 정부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에 반하는 정책들을 얼마든지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금 촛불행진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그 정당성만큼이나 고집스럽게 국민의 권리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앞으로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더욱 신중히 할 것입니다. 당장의 사안에 대한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4년 남짓 남은 정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라도 촛불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촛불을 언제 어떻게 들어야 하느냐'가 남는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천천히 길게" 그리고 "토요일마다 집중적으로 촛불집회를 개최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6일 새벽 서울시청앞 광장과 태평로 거리에서 두 팔을 높이 들고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촛불의 진화] "토요일에 집중, 그리고 교육감 선거와 조중동 거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피로에 지쳐 흐지부지 될 공산이 큽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조직적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각 단체별 또는 소규모 산발적 촛불문화제로 이어갑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에는 좀 더 큰 규모로 집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월 1회 정도는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서울로 모여 촛불을 듭니다."

'민주노동자'는 위와 같이 매주 토요일 집중, 매월 1회 전국 서울 집중 촛불집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여러 누리꾼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촛불의 진화를 이야기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7월 30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참여와 조중동 절독 시민운동이다.

'호랭이'는 "교육감 선거에 필참하자"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절대 절명의 기회"라고 밝혔다.

'솔' 역시 "7월 30일이 서울 교육감 선거일인데, 이런 기회에 민심을 보여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투표 때마다 적극 나서서 동참하고, 또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렝게티'는 "촛불을 끌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다양한 실험을 하자! 효과 없으면 다른 길로 가자! 쿨하게 가자!"며 "가장 성공적인 예가 조중동 (구독) 중단 소비자운동"이라고 말했다.

'달팽이'는 "촛불 60일,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로 인해 체력도 한계상황에 이른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안을 정리했다.

1) 매일 매일하지 말고 연휴 전날, 촛불의 날로 정해서 일정 장소에서 모인다.
2) 서울시청이나 광화문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축구 시합이 있으면 그 곳에서, 야구 시합이 있으면 그 곳에서도 하자. 응원하면서 피켓 들고 구호도 외치고.
3) 촛불의 일상화 방법으로 자가용이나 가방에 광우병 쇠고기 반대와 관련된 스티커 등을 부착한다.
4) 촛불집회를 할 때 한 곳에 모이지 말고 분산하자. 을지로·남대문·동대문·광화문·서대문 등등. 동 단위도 조직하면 어떨까?
5) 가장 난감한 문제는 지도부 문제인데, '절반의 승리'인 이유 중 하나가 지도부가 없기 때문입니다.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모여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대치할 만한 지도부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6) 불매운동은 당근이겠죠? 학교급식에 반대! 군대급식에도 반대!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먹이지 말라!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는 것만큼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누리꾼도 있었다.
'산그늘'은 "(촛불 정국을 통해) 돈만이 우릴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꿈이 허황된 것임을 목격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우리에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며 "촛불을 매일 들었던 열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한 가지 한 가지를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학생과 시민들이 30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비상 시국미사를 마친뒤 거리행진을 하고 돌아와 촛불로 'MB OUT'의 글자를 만들고 있다. ⓒ 유성호

이밖에 새 정당과 새로운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자유로픈'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더욱 넓은 의제를 포괄하는 연대체로 거듭나길 촉구한다"며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야당도 참여한 새 연대체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담론을 더욱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 동시에 촛불에서 드러난 인터넷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윤아빠'는 "모든 정책이 회원(당원)에게 공유되고, 모든 회원(당원)들의 전체 의사로 정책결정을 하는 그런 정당을 원한다"며 "진정한 '아고라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성격파탄자' 역시 "대의와 직접민주제를 적절히 조합한 정당의 탄생이 실현될 때가 되었다"며 "누리꾼을 당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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