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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이성태의 고민, "원래 내가 해야할 일은..."

금리 인상 시사 발언도 나와...금통위 7월 기준금리 동결, "비겁하다" 비판도

등록|2008.07.10 12:05 수정|2008.07.10 18:01
[기사대체 : 10일 오후4시 20분]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러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균형을 잡으려 애를 써왔지만, 이제는 한국은행의 본질적인 임무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복잡하고 어려울때는 원래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를 보면 된다."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 오마이뉴스 남소연

10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최근의 물가폭등과 금융시장 불안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총재가 밝힌 현 경제상황에는, '부진', '둔화', '위축', '우려'라는 단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지고 있고, 고용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경기가 위축되거나 악화될 것에 대한 우려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현 수준 5% 동결'을 발표하면서, 이 총재는 마지막에 "한은의 본질적인 업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은의 핵심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향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선 한은이 "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금리동결로 11개월째 금리를 묶어 놓은 한은의 태도는 그동안의 물가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리인하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성장 올인' 정책을 펴온 강만수 경제팀의 금리인하 요구를 금리동결로 버텨온 한은 입장에선 난감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시중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나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역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 총재도 이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결국 "복잡할때 원래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를 생각하면 된다"는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성태 총재 "고물가로 국민이 다 고통받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선 물가와 환율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하면서도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국제원유 가격이 작년에 비해 두배가 오른 점을 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고, 물가가 오르지 않을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다 고통을 받게 돼 있다"면서 "가급적이면 (고통이) 고루게 분산되고, 짧은 기간내에 끝나도록 해 안정적인 경제상황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등 여전히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총재는 "상당기간 높은 물가는 지속될 것이고, 내년에도 물가 목표치인 3% 중반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물가불안이 임금인상 등 2차, 3차로 파급되는 상황이 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환율 불안에 대해선, 국내 외환시장의 일부 쏠림현상을 지적하면서, "경제안정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을때 정책당국이 경고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환율을 특정 수준으로 붙잡아서 물가안정을 달성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외환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통해, 외환시장 개입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이밖에 최근 단기외채 급증과 외국인 주식시장 이탈에 대해 이 총재는 "외국인의 주식자금이 빠져나가고 경상수지 적자 등의 요인이 복합돼 외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순채무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국가신인도가 갑자기 떨어진다거나, 흔히 말하는 '위기'로 다룰 사안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한국은행.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물가상승 우려 불구, 경기침체 우려 속에 금리 동결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5.0%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11개월째다. 최근 물가상승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금리인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금통위는 '금리동결' 카드를 선택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무엇보다 하반기 경기상황이 침체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자칫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둔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원유 가격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미국 경기 부진 등으로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소비자 물가가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라 상승세가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같은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 금통위는 예상했다.   실제 지난 6월중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5%나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인 98년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게다가 한은이 최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5%나 올랐다. 이는 다음달 소비자 물가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의 결정은 비겁한 것"   하지만 금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유가와 물가상승에 대해 한은이 금리동결로 맞서면서, 사실상 금리인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시중 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안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통위의) 금리동결은 굉장히 비겁한 것으로 본다"면서 "11개월동안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리인하나 다름없으며, 물가안정이 최대목표인 한은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특히 "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유동성을 긴축시켜 자본수지의 건전성을 높일수 있다"면서 "외환시장 역시 한은이 과도하게 외환보유고를 풀면서까지 개입하는 것보다 금리인상으로 자연스레 원화가치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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