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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초등1학년 1주일에 4번 시험...시험스트레스 극심

학력향상 열풍에 멍드는 동심...교사 "성적 나쁘면 진학 못한다"는 말도 해

등록|2008.07.10 15:18 수정|2008.07.10 15:18

▲ 울산시교육청의 역점과제는 학력향상. 이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조차 경쟁에 시딜리고 있다 ⓒ 박석철


울산시교육청이 올해 교육역점 과제를 학력향상에 두면서 4·15 학교자율화 조치와 맞물려 학교간 학력향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학력향상을 위한 과다한 학습에 내몰리면서 인성교육을 목표로 하는 초등교육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높다.

여기에는 학교별로 경쟁을 유도하며 인센티브 등을 내걸고 학력향상을 독려하는 울산시교육청의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

울산 동구 S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이 1주일에 4번이나 시험을 치면서 아이들이 시험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은 1주일 동안 국어 받아쓰기 시험 2번, 수학시험 2번 등 4번이나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 학교에 들어간 지 5개월도 채 안 된 아이들이 심한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사가 "수학시험을 못 보면 2학년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말까지 아이들에게 수시로 하면서 1학년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1학년생을 둔 학부모 A씨는 "평소 똑독하고 활발하던 아이가 몇 달 간 계속 시험을 치르더니 '학교가기가 무섭다'고 한다"며 "어른이 봐도 어려운 국어 받아쓰기 시험에서 점수가 50점이 된 후 집에 와서 말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울산지역 전체 119개 초등학교의 학력향상 경쟁 사정은 S초등학교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것.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이런 우려에 대해 일축하며 여전히 학력향상을 강조했다. 울산교육청 초등교육과 담당 장학사는 "학력향상을 위한 것으로, 시험이란 명칭이 붙어서 그렇지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며 "학력이 도달했는지를 묻는 진단평가와 수업을 잘 따라왔는지를 묻는 평가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이면 이 정도(일주일에 시험 4번 치는 것)는 할 수 있다"며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1년에 두 번 뿐이며 나머지는 학교 자율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신문고에 비난 이어져

울산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성적을 전체학생 평균과 비교해 학생들에게 통보하면서 전교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울산교육연대로부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역시 학력향상을 이유로 올해 3월 진단평가를 치르게 한 후 17개 등급으로 나눠 학부모들에게 통보, 자녀와 비교토록 했다. 나머지 시도에서 학력 도달 여부만 통보하는 것과 달리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성적에 사실상 등급을 메기고 있는 것.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정책실장은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그렇게 반대하는 데도 초등학생을 성적으로 줄세우고 있다"며 "결국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격이며, 벌써 그런 조짐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신문고 란에도 학력향상 정책을 지적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2명을 자녀로 둔 초등교사 김윤미씨는 "학력 향상의 기본은 통찰력, 독해력, 사고력을 길러 스스로 공부 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울산교육감식 학력향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단순 암기 문제 풀이식 공부에 치중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학력 향상 정책에는 아이들 삶이 없고 단지 교육관료들 실적쌓기가 그 명분일 뿐"이라며 "요즘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생활을 주도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지도 못하고, 도서관에서 책 읽을 시간도 없다"며 "교과서 공부를 정규 시간에 하고, 방과후 학교에서 또 되풀이 하고 학원 가서 또 삼탕하고 시험 점수로 비교되어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쉴 시간이지, 방과후학교 교과 보충수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승원씨는 신문고에서 "현재 울산 초등교육에서 불고 있는 학교자율화 조치에 따른 교과 방과후학교 개설강제는 상식적인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지금 불고 있는 광풍은 판단력과 사리 분별력이 실종된 상태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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