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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자살여고생 부모, 학교 교사 진정 파문

유가족, "비교육적 지도에 시달려왔다" 기자회견 및 진정서 제출

등록|2008.07.10 15:09 수정|2008.07.10 16:02

▲ 유가족이 청와대에 보낸 진정서 내용중 일부 ⓒ 최병렬


지난 6일 경기 안양시 안양2동 모 아파트에서 촛불집회 전단지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한 안양 K정보고 3학년 신 아무개(18) 양이 '일부 교사들의 비교육적인 학생 지도에 시달려왔다'는 주장이 부모에 의해 제기돼 파문이 일자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 아무개양의 부모는 10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자들을 위한 교육정책과 학생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학교의 교육 행태가 아이에게 죽음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신양 부모는 이날 청와대로 보낸 진정서를 통해 "아이가 다니던 학교 교사들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기초생활수급자 학생 명단을 공개하거나 공납금을 제때 내지 못한 아이들을 학교에 남게 했다"고 밝혔다.

체벌 때 치마를 양손으로 잡아서 앞으로 당기게 한 후 엉덩이를 때려 수치심을 주고 발로 차거나 욕설을 하는 등 비인격적인 과잉 체벌로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진정서는 "아이는 가고 없지만 아이가 괴로워했던 학교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기에 저희 딸과 같은 또 다른 희생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 양이 남긴 유서중 학교 교사 관련 부분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담임 이토록 싫은 사람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자신이 괴롭다고 그러면 안됀다??
자기 편하자고 고백하고 숨기고 하는 거 그건 아니다. 그치??
별로 좋아하던 이도 없었다. 왜냐 내가 진솔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쎄
하루종일 생각하느라 머리가 다 빠질 것 같아. 소스케 처럼 죽지않으면 서로 괴로울꺼야.
각성한답시고 이러는거 아님. 글쎄.... 나도 모르겠다.

난 담임과 니얀다 빼고 미워한 사람은 없었어... 있다면
애증이겠지. 아! 예술인의 운명은 얼마나 기구한가

▲ 신양이 촛불 유인물 뒷면에 자필로 쓴 유서 ⓒ 최병렬


이와관련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장학사를 보내 진상 조사를 벌여 진정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교직원들을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신양의 아버지는 1급 지체장애인으로 어머니와 함께 강남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신양은 촛불집회 전단 뒷면에 교사를 원망하는 내용을 포함한 유서를 남기고 지난 6일 새벽 0시 3분께 안양시 안양 2동 S아파트 15~16층 계단 사이에 가방과 신발이 놓고 밖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지나던 주민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양의 집은 경기도 의왕시 청계지구내 아파트에 있으나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시청 가서 안국까지 걸었는데'라는 내용이 있는 점으로 미뤄 7월 5일 '국민승리의날' 서울 촛불집회에 참석한 후 귀가하던 중 이 아파트로 올라와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서는 촛불집회에서 배포한 B5용지 크기의 붉은색 표지의 '촛불소녀 선전물' 뒤편에 '모두에게 고함!'으로 시작해 주변 사람 원망과 본인의 성격을 자책하는 글 등이 담겨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도 일부 있어 자살 동기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특히 신 양의 죽음과 유서 내용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신 양의 죽음을 애도하는 네티즌들의 글과 댓글이 한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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