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밥상에 미 쇠고기 첫 등장... 대통령 시식은 다음에
10일 점심에 미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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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밥상에 오른 미국산 쇠고기청와대는 10일 여민관(비서동)·춘추관(기자실) 등의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를 내놨다. ⓒ 최경준
▲ 청와대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 반찬청와대 직원들이 10일 낮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 반찬이 제공되는 점심을 배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청와대는 10일 여민관(비서동)·춘추관(기자실) 등의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를 내놨다. 이날 청와대 내 모든 구내식당에 붙은 '식재료 원산지' 안내문에 따르면 돼지고기·닭고기·쌀·김치 등은 모두 국내산이었지만, 쇠고기만은 미국산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를 직접 먹어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 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장담한 바 있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BBC>, <교도통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는 "나 자신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통상적으로 두려움 없이 먹을 것"이라며 "일본 G8 확대회의에 갔다온 다음에는 우리 청와대 가족들이 한 번 시식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초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자, 이명박 대통령은 예고없이 청와대 춘추관 식당을 방문, 출입기자들과 삼계탕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당시 옆에 있던 기자가 "(대통령께서) 쇠고기도 한 번 드셔야죠"라고 권하자, 이 대통령은 "쇠고기를 내가 먼저 먹어야 할까 봐"라며 웃어 보였다.
당초 청와대는 지난 8일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 반찬을 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8~9일 일정으로 일본 도야코(洞爺湖)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바람에 8일 오전 급히 메뉴를 교체했다.
이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인 10일 드디어 청와대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등장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맛을 보지 못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희태 당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는데, 오찬 메뉴가 '굴비 정식'이어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 없었던 것. 결국 이 대통령을 제외한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들만 이날 미국산 쇠고기를 맛보게 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초 이 대통령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계획도 검토했으나 사안의 민감성과 함께 '전시용'이라는 지적이 있어 일단 보류했다"면서 "그러나 기회가 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한 청와대 직원은 반찬으로 나온 버섯불고기의 재료가 미국산인지 몰랐다는 듯 식당 아주머니를 향해 "이거 미국산 맞느냐"며 "그럼, 몇 개월짜리냐?"고 물었다.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인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아주머니는 "미국산이 맞기는 한데, 몇 개월인지는 써 있지 않았다"고 답해줬다.
이날 청와대에 오른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등뼈가 발견되면서 수입이 중단된 이후 국내 냉동창고에서 8개월여 동안 보관되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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