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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밥상에 미 쇠고기 첫 등장... 대통령 시식은 다음에

10일 점심에 미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 내놔

등록|2008.07.10 14:33 수정|2008.07.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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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밥상에 오른 미국산 쇠고기청와대는 10일 여민관(비서동)·춘추관(기자실) 등의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를 내놨다. ⓒ 최경준


청와대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 반찬청와대 직원들이 10일 낮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 반찬이 제공되는 점심을 배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두 달 이상 청와대를 괴롭혀 왔던 미국산 쇠고기가 마침내 청와대 밥상에 올랐다.

청와대는 10일 여민관(비서동)·춘추관(기자실) 등의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를 내놨다. 이날 청와대 내 모든 구내식당에 붙은 '식재료 원산지' 안내문에 따르면 돼지고기·닭고기·쌀·김치 등은 모두 국내산이었지만, 쇠고기만은 미국산이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내산 쇠고기가 비싸다는 이유로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시중에 유통되자, 호주산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식재료를 바꿨다.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를 직접 먹어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 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장담한 바 있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BBC>, <교도통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는 "나 자신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통상적으로 두려움 없이 먹을 것"이라며 "일본 G8 확대회의에 갔다온 다음에는 우리 청와대 가족들이 한 번 시식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초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자, 이명박 대통령은 예고없이 청와대 춘추관 식당을 방문, 출입기자들과 삼계탕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당시 옆에 있던 기자가 "(대통령께서) 쇠고기도 한 번 드셔야죠"라고 권하자, 이 대통령은 "쇠고기를 내가 먼저 먹어야 할까 봐"라며 웃어 보였다.

당초 청와대는 지난 8일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 반찬을 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8~9일 일정으로 일본 도야코(洞爺湖)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바람에 8일 오전 급히 메뉴를 교체했다.

이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인 10일 드디어 청와대 구내식당 점심 반찬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등장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맛을 보지 못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희태 당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는데, 오찬 메뉴가 '굴비 정식'이어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 없었던 것. 결국 이 대통령을 제외한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들만 이날 미국산 쇠고기를 맛보게 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초 이 대통령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계획도 검토했으나 사안의 민감성과 함께 '전시용'이라는 지적이 있어 일단 보류했다"면서 "그러나 기회가 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한 청와대 직원은 반찬으로 나온 버섯불고기의 재료가 미국산인지 몰랐다는 듯 식당 아주머니를 향해 "이거 미국산 맞느냐"며 "그럼, 몇 개월짜리냐?"고 물었다.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인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아주머니는 "미국산이 맞기는 한데, 몇 개월인지는 써 있지 않았다"고 답해줬다.

이날 청와대에 오른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등뼈가 발견되면서 수입이 중단된 이후 국내 냉동창고에서 8개월여 동안 보관되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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