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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은 촛불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록|2008.07.11 09:46 수정|2008.07.11 09:46
10일 <오마이뉴스> 첫 기사로 오른 '대통령 배출한 예장통합 교단, 백성 아닌 이명박 구원 나섰다'라는 기사 제목을 본 순간 멈칫했다. 처음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개신교 목사-참고로 나는 굉장히 보수신학을 배웠고, 기독교 진리에서는 보수신학을 지금도 견지하는 목사임을 밝힌다-로서 제목에서 나타난 <오마이뉴스>의 의도가 거북했기 때문이다. 거북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간 시간은 20시 30분경이다. 기사가 맨 처음 편집된 시간이 10일 오전 10시 38분이니 10시간이 지나서다. 그만큼 멈칫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들어갔는가? 왜 읽었는가? 이 기사의 제목 만큼 '기독교사회책임' 호소문이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또 이 호소문이 성경과 신학에 기반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사회책임'이 주도한 '촛불집회 중단호소문'에 참여한 목사가 9000명이라는 것과 '기독교사회책임'이 미리 공개한 서명 목사 명단에 있는 목사들의 면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 보도처럼 그들 이름만 보면 보수 기독교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목사들이다. 지금까지 기독교 내부 행사와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에 보수 기독교 목사들이 이토록 많이 참여한 일이 없다. 사학법을 예로 들 수 있지만 사학법은 기독교 학교와 연관되기 때문에 사회정치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그동안 개신교는 정교분리를 주장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시민을 억압할 때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어떤 목사는 전두환을 '여호수아' 장군에 비유하는 파렴치함까지 보였다.

그런 개신교가 시민들이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되찾기 위하여 촛불을 들었을 때는 '좌파와 사탄'이라며 모욕했다. 이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자, 말씀을 전해야 할 사명을 가진 목사로서 정의롭지 못하다.

호소문에는 "촛불집회가 5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초기의 촛불집회는 우리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대변하며 정부가 추가협상을 하도록 만들었고, 미국이 최대한의 양보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호소문은 진실일까? 아니다. 지난 5월 18일 조용기 목사(여의도 순복음교회 은퇴목사)는 한기총 주최 시청 앞 기도회에서 "광우병 괴담은 병 자체보다 공포를 일으켜 우리를 패배시키려는 마귀의 계략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서명 명단에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보수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인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5월 11일 설교에서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실체 없는 광우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두려움과 공포의 패닉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이는 자신이 성령의 감동을 받아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광우병 괴담'이라고 했고,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도 촛불시민을 사탄의 무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명박 정권과 그를 지지했던 세력은 촛불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고, 그렇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호소문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은 처음 촛불집회가 진정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목사들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국정쇄신을 약속하도록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목사로서 양심이 있다면 정직하라. 눈으로 보이는 머리만 숙였을 뿐 이명박 대통령은 시민에게 사죄하지 않았다. 국정쇄신을 했다고 보는가? 장관 3명 교체가 국정쇄신인가? 목사라면 장로에게 말해야 한다. 정직하라고. 마음으로 사죄하라고.

"촛불집회가 과격폭력 집회로 발전, 장기화 되고, 수도 서울 한복판이 법치가 마비되고, 대통령 퇴진이라는 과격한 구호가 거리를 뒤덮으면서, 많은 국민에게 큰 우려를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한심한 호소문이다. 촛불생중계를 한 시간만 지켜보았더라도 과격폭력집회라고 말할 수 없다. 경찰이 행한 강경진압, 무자비한 진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민 일부가 과격성을 드러내면서 경찰차를 부수고, 전경을 폭행했다. 대부분 촛불은 '비폭력'을 외쳤다. 촛불이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법치를 무너뜨린 사람이 누구인가? 헌법에 명시한 국민주권과 국민생명권을 훼손한 자가 누구인가? 법치를 먼저 무너뜨린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 자유를 하위법인 집시법이 불법으로 만들었다.

옛 예언자들은 왕이 공의를 벗어났을 때 저항했고, 항거했다. 하나님은 '너는 마땅히 공의만 좇으라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얻으리라'(신명기 16:20)라고 말씀하셨다.

공의와 정의를 위하여 살라고 명하셨다. 대통령과 국가 지도자가 공의와 정의에 어긋날 때 저항하는 것은 믿는 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저항은 자기 이익과 유익, 폭력을 위한 저항이 아니라 평화와 생명, 살림을 위한 저항이다.

촛불은 생명과 평화 살림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저항이었다. 촛불은 결코 정부전복세력이 아니다. 이 저항을 사탄의 무리라, 마귀의 계략이라, 시민을 공포와 패닉에 빠지게 하는 일이라고 한 것이 과연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왕은, 주인은 아니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국민생명권을 보호해야 가장 기본 의무를 가진 사람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마태복음 7장 9절).

장로가 생선을 달라는 백성에게 뱀을 주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광우병은 벼락이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외치고 있지만 광우병으로 죽을 확률이 10억분의 일이라도 장로라면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의심받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할 수 없다.

광우병은 특히 창조질서를 파괴한 사악한 죄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나님을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장로가 창조질서를 파괴한 광우병, 그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소를 자본이익을 위하여 먹으라고 한다.

이는 목사들이 말리고, 책망할 일이다.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생명을 위한 촛불, 평화와 살림을 위하여 든 촛불을 끄라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촛불을 끄는 이유가 "치솟는 고유가와 곡물, 원자재 값 앙등으로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고,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는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정부, 국회, 온 국민이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온 힘을 모을 때입니다"라고 했다.

결국 경제다. 자본에 생명이 위협받는 비극에 저항하는 일보다,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정말 위기에서 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호소문은 촛불시민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야 한다.

또 그를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목사인 우리들이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한다. 장로 한 명 말씀으로 가르치지 못해 나라를 이렇게 만든 죄는 바로 우리 목사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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