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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사고에도 불구 이 대통령 연설내용은 유효"

'총격 사망 비보' 보고 받고도 연설내용 수정 안해... 청와대 "두 사안은 별개"

등록|2008.07.11 18:54 수정|2008.07.11 18:54

▲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측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서도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를 강조한 국회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개원 연설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남북 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며 "호혜의 정신에 기초해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6·15와 10·4 선언의 계승 의지를 밝히라면서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를 끊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통령, '금강산 비보' 보고 받은 시간은?

3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거의 끝나갈 즈음,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날 새벽 4시 30분께 북한의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부근에서 남측 여성 관광객 박아무개(53)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뉴스였다.

북측은 이같은 사실을 오전 9시 20분께 현대아산에 통보했으며, 현대아산은 다시 오전 11시 30분께 통일부에 알렸다.

청와대측에 따르면 청와대 상황실이 금강산 총격 사건을 인지하고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 시각은 오전 11시 40분이다. 10분 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다시 정정길 실장에게 추가 보고를 했다.

그리고 낮 12시경 사전에 작성된 이 대통령의 연설문이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기자실에 배포됐다. 관저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로부터 100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 30분에야 김성환 수석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후 개원 연설을 위해 국회로 출발했다.

"돌출변수로 남북관계 큰 강물 흐름 바꿀 수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회로) 출발하기 전에 보고를 받았지만, 연설문에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전 보고를 받았음에도 연설문을 수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안의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을 밝히는 연설을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북쪽의 설명만 듣고 아는 것이지, 사안의 정확한 진상을 모르고 있지 않느냐"며 "사전에 예정 돼 있고, 예고돼 있던 연설의 중요한 내용을 안 할 경우, 거꾸로 생각해보면 큰 문제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보고 받은 후 연설할 때까지) 시간이 없었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 사안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결정하면 안된다"며 "예단할 수 없는 문제를 전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것도 즉흥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정책적 판단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한 수정 여부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의 모든 정책을 결정할 때 내부 이견은 있다, 이견이 없으면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승복하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실장이 즉각 보고받은 것에 비해 대통령 보고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 보고할 때, 전체 상황에 대해 알고 보고하는 것이지, 느닷없이 이런 일 있다고 통보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합참 쪽에서 당초 총격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질병사라는 보고가 올라왔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금강산 총격 사망 사고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금강산 총격 사망 사고로 인해 자칫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훼손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을 향해 "두 사안은 별개의 사안으로 두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강산 총격 사망 사고는 정부가 사태 진상을 정확하고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낼 것이고, 개원 연설은 앞으로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에 대한 큰 방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 같은 날 미묘한 시점에 이것이 겹쳐서 이런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남북관계의 큰 방향을 강물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그 가운데 돌출적인 이런 저런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렇다고 해서 금강산 총격 사망 사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매우 중대한 문제로서 정부도 진상규명과 대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두 사안을 연결짓는 것만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단체 등이 이 같은 청와대측의 설명을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금강산 총격 사망 사고와 관련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특히 관광을 갔던 관광객이 피격 사망한 데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비서진에게 "유가족을 위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도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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