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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치아 만들기

성동구 다솜어린이집 친구들 다이아몬드 치아만들기

등록|2008.07.12 11:23 수정|2008.07.12 11:23
다솜어린이집 다이아몬드치아만들기

ⓒ 정민숙


7월 11일 금요일. 묵직한 검은 가방을 맨 네 사람은 성동구 다솜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구강보건교육을 나온 치과위생사들이다. 교육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너무 일찍 도착한 요원들은 잠시 어린이집 옆에 위치한 사근동주민센터 2층으로 올라가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아침교육회의를 한다.

준비 끝나고 9시 30분이 되어 어린이집으로 출동한다. 오늘의 교육 대상자들은 4반으로 나누었다. 정민숙 치과위생사 : 5세 이하 30명, 김현지 치과위생사 : 5세와 5세 이하 25명, 이다현 치과위생사 : 6세 20명, 안세연 치과위생사 : 21명. 결석으로 인원 변동사항이 좀 있긴 하다.

조정현 원장님과 김유진 주임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하러 교실로 간다. 5세 이하를 맡은 정민숙 치과위생사가 바로 나다. 5세 이하면 그야말로 아가들이다. 선생님들이 22명의 아가들을 모아놓으셨다. 단체생활이라고 학생의 자세가 보인다.

인사를 곱게 하고 부직포로 만든 치아모형으로 바로 교육에 돌입한다. 치아가 하는 일 세 가지. 음식물 씹기, 아름다운 얼굴 만들어주기, 바른 말소리 내주기. 아가들은 이해를 못하니 또박또박 바르게 말한 후 지나간다. 모두들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다. (벌써 낯선 선생님에게 빠져 들었다.)

빠르게 동화구연으로 들어간다. 등장인물이 네 사람인데, 목소리를 연습해보니 네 사람이 모두 똑같다. 에휴. 이 나이에 동화구연 연습하려니 한숨만 나오고, 이야기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동화구연판은 네 개다. 첫판의 주인공으로 꾀돌이를 정하고, 둘째판은 우물이로, 셋째판은 달콤이로, 네째판은 예쁜이로 정한다. 등장인물을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꾀돌이 : 이 닦기 싫어서 맨날 닦았다고 하면서 안 닦고 도망치는 원숭이
우물이 : 입 속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우물거리고 물고만 있는 소
달콤이 : 사탕, 초콜렛, 콜라 단 것만 맨날 먹는 곰
예쁜이 : 구강건강상식이 치과위생사를 능가하는 어린이

아가들 중에도 이 네 등장인물이 있어 보인다.
"여기 혹시 이 안 닦아 놓고 닦았다고 하는 꾀돌이 없나?"
아가들은 모두 "없어요"하는데 옆에 앉은 선생님들은 "있어요"한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얌냠, 짭짭 맛있게 씹고 꿀꺽해야 하는데 우물이처럼 입에 물고 있는 친구는 없지요?"
아가들이 "네"하는데 얼굴에 좀 계면쩍은 미묘한 표정이 나타난다. 나요 하는 소리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동화구연이 모두 끝나고 이를 닦는 시간이다. 모두들 칫솔을 바르게 잡고 교육자를 따라서 열심히 닦는다. 모방심리가 강한 나이라 참 잘 따라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불량학생은 있는 법. 맨 앞에서 나만 바라보고 실습에 참여를 전혀 하지 않는 아가가 있다. 마지막 혀를 닦는 순간, 그 아가를 무릎에 앉히고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혀 닦는 것을 보여준다. 다 닦고 나니 참 예쁘게도 웃는다.

아가들을 위해 큰 소리로 박수 쳐주고, 아가들은 나를 위해 배꼽인사를 예쁘게 해 준다. 짐을 챙기고 교실문을 나서는 내게 큰 소리로 인사해 주는 아가들. 바로 저 웃음을 위해, 저 반짝거리는 빛나는 웃음을 위해 교육을 위해 무거운 검은 가방을 챙겨들고 다니는 것이다.

교육이 모두 끝난 후에는 교육자들끼리 모여서 교육점검을 하고, 다시 한 번 더 교육시연도 하면서 더 훌륭한 교육을 위해 회의를 연다. 서울 각 지역에서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한 치과위생사들끼리 번개모임을 갖는다.

일정이 바쁜 안세연 치과위생사는 가고 교육자 세 사람과 두 사람이 더 참여를 했다. 성동구 금사어린이집에서 교육을 하고 점심도 못 먹고 온 박영미 치과위생사, 어제 처음으로 교육을 다녀온 강 치과위생사, 모두 다섯 명이 모였다. 다시 또 이 다섯 치과위생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민숙 치과위생사 : 전업주부,  김현지 치과위생사 : 학생, 임상경험을 가진 구강보건교육가,  박영미 치과위생사 : 학생이자 주부, 아기를 기다리며 구강보건교육가로 활동 중, 강 치과위생사: 전직교사, 치위생과를 나와 면허소지. 자녀들을 성인으로 키우고 화려하게 구강보건교육가로 활동 중. 이다현 치과위생사 : 춘천거주 기차타고 와서 서울, 부천,성남까지 종횡무진으로 교육 중.

우린 모두 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구강보건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런 동료들이 함께 하니 다이아몬드 치아만들기는 정말 멋지게 성공할 것 같다. 더운 여름 날, 몇 년을 구강보건교육을 다니며 오른손 등에 얻은 훈장은 검버섯이다. 이 나이에 검버섯이라니. 레이저로 제거해도 금방 다시 생긴다고 피부과의사는그냥 지내라고 한다. 손등을 보며 우울했던 마음은 이러한 동료들을 보며, 우리들을 보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감사해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멀리 날려보낸다.
덧붙이는 글 다이아몬드 치아만들기는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민간구강보건교육사업입니다. 아이들의 구강건강이 걱정되신다면 이 홈페이지(www.diatooth.org)를 방문하세요.
치아는 썩기 전에 예방이 중요합니다. 예방의 가장 기본은 스스로 이를 잘 닦는 것입니다. 이를 닦은 후에 불소의 도움을 받고, 치아에 좋은 음식을 먹고, 치아홈메우기를 해 주고, 6개월마다 치과정기검진을 가세요. 정기검진 치과진료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신다면 벌어진 칫솔부터 바꿔 주시고, 구강보건교육을 받아서 스스로 구강관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바로 그 일을 위해 치과위생사들이 오늘도 무거운 검은 교육가방을 들고 구강보건교육을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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