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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과잉대응 경색된 남북관계의 반영일수도"

북한 군부 조사도 난관... 의문많은 금강산 관광객 사망

등록|2008.07.12 09:44 수정|2008.07.12 13:08
[기사 대체 : 12일 오후 1시 10분]

국과수로 옮겨지는 금강산 관광객 시신북한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관광객 박모씨의 시신이 11일 저녁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착, 관계자들에 의해 연구소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 북한군 초병에게 피격당한 박왕자(53)씨의 사망원인과 배경을 놓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씨가 왜 새벽 4시 30분에 가이드 없이는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금강산에서 왜 홀로 산책을 나서 군사보호구역안으로 들어갔는지, 그리고 북한군이 비록 초병수칙에 의했다고 하지만 남쪽 관광객임을 알수도 있었는데 과잉대응을 했는지가 근본적 의문이다.

이와관련 올들어 남북 관계가 긴장되면서 금강산 주변 북한 초병의 경계 태세도 경색됐고, 이 와중에 북한군 초병이 과잉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있지만, 현재 남북 당국간 대화가 완전히 끊긴 상태여서 과연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북한 군부에 대한 조사는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왜 새벽에 혼자 나갔나

박씨는 11일 오전 새벽 4시 30분에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서 금강산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호텔 안 CCTV에는 새벽 4시 30분께 박씨가 혼자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녹화되어 있다. 박씨는 일행 4명과 함께 지난 9일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왔는데 이날 산책은 혼자 나갔다.

요즘 5시 12분께면 동해안의 일출시각이다. 박씨가 일출 시각에 맞춰 산책을 나간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일행들은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이뤄진 1차 조사에서 "오전 5시 10분께 일어났는데 박씨가 없었다, 박씨가 해변에 나가보고 싶다는 말을 해서 해돋이를 보러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m 철조망 넘어 왜 군사시설 보호구역 안으로?

그러나 일출을 보러 갔다고 해도 녹색 철조망으로 가로막혀있는 북한군 군사시설 보호구역안으로 들어갔는지가 제일 큰 의문이다. 장전항은 금강산 관광 시작 이전에는 북한군 잠수정 기지가 있었을 정도로 군사 요충지다. 관광사업 때문에 잠수정 기지가 원산으로 옮겨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금강산과 장전항 주변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민감하다.

녹색 철조망은 높이 2m 가량으로 성인 남자도 그냥 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철조망이 바닷가 쪽으로 일정 부분 뻗어있는데 수심이 깊지는 않다. 따라서 박씨는 바닷가쪽으로 철조망을 우회해서 건너갔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광객들은 "그 곳 해안가에 가지말라는 주의는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을 해본 사람이면 잘 알고 있듯이 비디오 교육 등을 통해 가이드가 안내하지 않는 곳은 절대 가지 말라는 점은 귀찮을 정도로 여러번 강조된다. 또 관광지역을 조금만 벗어난 곳은 북한군이 서있거나 군 초소가 눈에 보인다. 설사 실수로 들어갔다고 해도 북한군이 제지하면 보통 놀라서 금방 돌아서나온다.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따르면 박씨 사망 사건 이전에 군사보호구역 안으로 남쪽 관광객이 들어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북한군의 과잉 대응

▲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현재까지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녹색 철조망을 넘어 북한군 군사 시설 보호 구역 안으로 1.2㎞ 가량을 들어갔다. 기생바위 인근의 북한군 초소에서 박씨를 발견해 여러 차례 정지명령을 내리고 공포탄을 쐈다.

이에 박씨가 응하지 않고 몸을 돌려 도망치자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철조망에서 200m 지점이다. 즉 박씨는 1㎞ 가량을 백사장을 도망치다가 총에 맞았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초병의 수칙대로 했고, 특히 날이 밝기 직전은 경계 취약시간으로 초병들의 긴장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간이다. 그러나 박씨가 피격당한 시각은 일출 무렵으로 북한군 초병도 박씨가 관광객임을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사격을 한 것을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군사보호 구역 안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최소한 북한 당국의 '도의적 책임'은 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북문제 전문가는 "올해들어 남북 당국간 대화가 완전히 끊기는 등 대단히 경색됐다"며 "따라서 금강산 주변의 북한군 초병의 남쪽 관광객에 대한 대응 태도 역시 상당히 경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북한군의 사격이 의도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북한군이 한층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남쪽 관광객이 군사시설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초병 수칙에 따른 '원칙 대응', 남쪽 입장에서 본다면 '과잉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 통보 시간 너무 늦어

박씨가 피격당한 시간은 새벽 5시인데 북쪽이 현대 아산에 이를 알린 것은 아침 9시 20분께 였다.

현대아산은 즉시 금강산병원장 등 직원들을 보내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오전 11시 30분께 통일부에 유선으로 통보했다. 비록 북쪽이 복잡한 지휘·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고 특히 남쪽 인원과 관련된 사고라서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현대 아산에 대한 통보 시간이 너무 늦다.

여기에 현대아산이 북쪽 통보를 받고 다시 통일부에 연락하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사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11일 오후 1시 50분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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