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두 남자의 '너무' 솔직한 이야기
[서평] 전용성· 황우섭의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
▲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겉표지 ⓒ 한길사
산티아고. 요즘 들어 가장 각광받는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원래 이곳은 성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이었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관심 받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곳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글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산티아고는 더 이상 순례길이 아니었다. 순례길이자 곧 배낭여행을 하는 길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의 책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길사에서 나온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의 저자 전용성과 황우섭도 어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행이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한, 나를 돌아보기 위한 그런 이유로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불현듯 그곳으로 떠났다. 그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듯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런 이유로 온다고 하여 반기지 않는 곳이 아니니까.
최근의 산티아고 여행책들과 그 시작은 비슷하건만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은 독특한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유쾌상쾌통쾌' 아저씨와 '우울과묵진지' 청년, 두 명이 차례로 글을 썼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쉰을 훌쩍 넘긴 전용성은 '인생 좀 살아본' 아저씨다. 글에서 알 수 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유쾌함과 상쾌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에 비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일을 하며 30대 초반을 보냈던 황우섭은 오춘기를 맞이한 사람처럼 우울하고 진지하다.
이 두 사람이 어느 알베르게를 갔을 때나 혹은 무언가를 경험했을 때의 일을 그만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그런 탓에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는 한권의 책이지만 두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이니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실상은 이 책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자전거로 갈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도보 여행이다. 날씨가 좋든 말든, 다리가 아프든 말든 걸어가야 한다. 낭만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고단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나온 산티아고 여행책들은 이것에 대해서 크게 언급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혹은 낭만적으로 말하거나.
그런데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는 '원초'적인 것부터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길을 걷기 싫어하는 그 심정은 물론이거니와 '택시'를 타고 구간을 지나버리는 여러 경험담들까지 말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과는 뭔가 어색한, '맥도날드'에 들어가 만찬을 나누다가 또 택시 탄 이야기는 어떤가. 이보다 솔직한 책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또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미화하지 않은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그곳에 가면 '자동'으로 무슨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요즘 나온 책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행으로 간 탓인지 혹은 이야기를 쓰지 않아서인지, 이 책은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나 동행과의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일까. 산티아고에 대한 낭만을 키우기보다는 그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해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큰 도움이 되는 걸 알려주는 셈이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 그 솔직함으로 그만의 빛을 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낼 '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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