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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괄목할 성과 거둬... 재평가 해야"

[인터뷰] '3번 구속, 3번 무죄'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등록|2008.07.13 19:53 수정|2008.07.13 19:58

화해....지난 11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노 전대통령과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미안하다, 자주 놀러오라"고 말했다고 박 최고위원은 전했다. ⓒ 박주선 의원실 제공


5년 만에 이뤄진 참여정부와의 화해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로 유명하다. 세 번째 구속됐을 때는 자신의 옛 지역구였던 전남 보성·화순이 공중 분해되는 정치의 비정함도 경험했다. 현재 그의 지역구는 광주 동구. '호남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그는 지난 4월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득표율을 기록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7·6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했다. 언론은 이를 '화려한 부활'이라고 표현했다.

구원(舊怨)을 털어서였을까, 그는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세 번의 구속 중 두 번을 참여정부에서 당했던 그다. 그랬던 그가 1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12일 진행된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과의 화해 얘기부터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과는 5년 만에 만났습니다. 희망찬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구원을 해소하고 새로운 화해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께 '제가 참여정부에서만 두 번을 억울하게 구속당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제게 일어났던 억울한 일들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실시해달라고 몇 번이고 탄원했는데 번번히 묵살하더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노 전 대통령께서 '참으로 미안하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해 나가자, 자주 만나고, 자주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주 놀러 오라"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회동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가)복당 얘기는 안 하더라"면서 민주당 입당 의사를 넌지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복당 언급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본인이 정치를 떠나겠다는 말을 했고, 전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복당하겠느냐"면서 "복당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수파인 옛 민주계 출신인 박 최고위원은 경선과정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5년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소수계파의 현실을 인정하고 옛 열린우리당계 표를 의식한 선거전술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적 소신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복지정책의 기초안전망을 닦았으며, 대북정책에서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평화정책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만든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했고요.

어느 정권이나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지만 특히 참여정부에 대해서만큼은 부당한 비난과 왜곡된 평가가 주류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권위주의 청산, 지역균형발전, 대북평화정책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합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평가할 자격도, 능력도 안 됩니다. 출범 4개월 만에 이렇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권이 역대 어디 있었습니까.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는 또 몇 번이나 했습니까. 그 머리 조아리며 한 사과의 약속이라도 지키고 있습니까."

"송영길·안희정 합리적인 사람... 당내 노선 투쟁 없을 것"

▲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를 뚫고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박주선 최고위원. ⓒ 이주빈


그렇다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평가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옛 민주당은 참여정부 평가포럼조차 "상왕정치를 하겠다는 노무현의 친위부대"라고 신랄하게 비난하지 않았던가.

"두 정부를 탄생시키고 운영한 우리 (옛) 민주당에게 덧씌워진 '실패한 정권의 잔존세력'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합니다. 두 정부의 십 년은 잃어버린 십년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성공한 십 년이었습니다. 실패한 정권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실패한 정권의 잔존세력'으로 계속 인식되는 한 민주당의 재기와 도약은 요원한 일입니다. 민주당의 재기와 도약을 하려면 국민의식 속에 있는 '실패한 정권의 잔존세력'이라는 생각을 없애야 합니다. 제3의 단체와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도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10년에 대한 평가만 제대로 이뤄지면 민주당은 현재의 바닥 치는 지지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른바 '촛불정국'에서조차 제1야당 민주당의 존재는 미미하기만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거듭된 실정에도 민주당의 주가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뭘 해도 전제되고 있는 요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까 말한 '민주당은 실패한 정권의 잔존세력'이라는 불신입니다. 이것을 돌파하지 않으면 민주당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우리가 실패한 세력이 아닌 성공한 세력임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분당과 분열이라는 정치적 배신을 통해 국민에게 염증을 준 점에 대해서 통렬히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옛 열린우리당이나 옛 민주당이나 똑같이 실패한 정당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3지대 창당을 한 것 아닙니까.

또 민주당의 정체성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개혁이네 실용이네 하는 이념이나 노선투쟁은 다시는 당내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서라도 이제 소모적인 노선투쟁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에 맞게 정책을 개발해 승부하다보면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송영길·안희정 최고위원에 대해 "합리적 개혁주의를 외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박 최고위원은 자신 또한 "합리적 개혁, 효용성 있는 개혁을 중요시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계파가 엄연히 존재하는 정당에서 '합리적인 결정'은 가능할까.

"계파끼리 나눠먹기 안된다"

"능력과 자질을 우선하지 않고 계파끼리 나눠먹기 하면 그 당은 화합적 융합도 어렵고, 정책적 도약도 어려워요.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민주당' 되는 겁니다. 그러면 능력과 자질을 우선시하는 합리적 인사는 어떻게 가능한가, 여러 가지 제도를 정당에 도입하면 됩니다.

우선 당원 전원투표제를 해야 합니다. 당원에게 헌신과 봉사만 강요하지 말고 권리와 자부심, 긍지를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원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원투표제입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공천제는 확실히 폐지해야 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알고 싶으면 당원과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경선을 실시하면 됩니다. 여론조사는 부정확할뿐더러 당의 정체성과 당원의 기여가 빠지는 함정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지구당은 현장에 있는 당원에게 소속감을 주고 민심 속 분자역할을 하게 합니다. 분자가 된 당원이 민심을 중앙당에 전달하고 수습책도 건의하고…."

▲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실패한 정권의 잔존세력'이라는 누명을 벗어야 도약할 수 있다"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십년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하고 있다. ⓒ 박주선 의원실 제공


박 최고위원에게 전국 단위 선거는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이 처음이었다. 일부에서는 그의 민주당 지도부 입성이 광주전남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실제로 투표결과를 분석해 봐도 그렇고. 제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그런지 수도권 지지가 높았고요, 또 상대적으로 당내에서 소외돼 있는 영남에서도 꽤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영남에선 아마도 제가 참여정부로부터 가장 큰 박해를 받은 사람인데 앞장서서 참여정부 재평가하자, 통합하자 하니까 후한 점수를 주신 거 같아요. 그리고 광주전남 대의원들이 지지를 많이 해주셨고요.

주변 분들이 최고위원 처음 나온 사람이, 특별히 밀어주는 계파도 없이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대요. 계파를 초월한 정책과 공약을 경선 때 발표했고, 입법·사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자질과 저의 합리적 중도개혁주의, 또 많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리더십과 추진력을 평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하기 전에 "이번 방문이 참여정부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진정한 화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세심화친(洗心和親)'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음을 닦고,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이다.

통합이라는 물리적 결합을 이룬 민주당이 다음단계인 화학적 결합을 이룰 때 새길만한 말이다. 박 최고위원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도부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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