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늘 주총은 막았지만, 낙하산 또 온다" YTN노조원, 촛불들에 '감사 종이비행기'

[현장] '구본홍 취임' 주주총회 결국 연기... 노조원-용역 경호원 한 때 몸싸움

등록|2008.07.14 07:41 수정|2008.07.14 14:47

▲ YTN 주주총회가 열리는 14일, 노조원과 용역 경호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송주민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에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총회장을 막아서고 있던 경비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최종신 : 14일 낮 12시 10분]

YTN노조와 '촛불시민' 승리했지만... "낙하산은 또 올 것이다"

결국 YTN 주주총회는 YTN노조원들과 언론노조 조합원, 그리고 밤새 촛불을 든 ‘촛불 시민’들의 승리로 마감됐다.

주총이 끝나자 YTN 조합원들은 1층 로비로 돌아가 언론노조 조합원·촛불시민들과 함께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YTN 1층 로비는 500여 언론 노동자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제야 조합원들의 얼굴에 다소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박경석 지부장은 1층 로비에 집결한 조합원 앞에 서서 "단 한명도 대오를 이탈하지 않고 주총을 무산시킨 조합원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박 지부장은 "두 달여 동안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외쳐왔는데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우리 말을 안 듣다가 이렇게 조합원들이 힘을 쓰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고 주총을 무산시켰다는 것으로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지부장은 "이날이 끝이 아니다, 향후에도 이명박 정권은 '낙하산 사장'을 앉히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해 올 것이다"라며 "우리 조합은 끊임없이 향후투쟁 대책논의를 거쳐 반드시 구본홍씨를 막아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청래 전 의원도 이날 YTN을 찾았다. 그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은 이미 YTN의 사측과 노조의 대립이 아니라 국민과 이명박 정권의 싸움으로 승화했다"며 "축구경기를 할 때 심판은 두 팀에 모두에게 공정한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팀의 일원이었던 사람이 심판을 본다면 관중이 납득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구본홍 특보 내정 발상은 70년대 발상이고, 주총을 무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80년대식 발상"이라며 "YTN 전선의 투쟁 결과 여부가 KBS·MBC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쟁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과 시민들이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과 시민들이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YTN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13일부터 YTN 앞에서 밤을 지샌 '촛불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를 YTN 옥상에서 하늘 높이 날렸다.

김인규 YTN노조 사무국장은 "시민 여러분들의 힘으로 우리가 이겼다"며 "하늘 위로 날고 있는 종이비행기처럼 우리들의 소망은 전국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거듭 시민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말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최상재 위원장은 "우리의 힘이 부족해서 민주시민 여러분에게 폐를 끼쳤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지켜봐 달라, 민주시민들이 무서워서라도 정권과 자본에 눈치보지 않는 언론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시민 여러분들도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상황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우리의 의지와 각오가 확고한 만큼 승리를 확신하자"고 크게 외쳤다.

오전 10시에 YTN 본사 앞으로 왔다는 회사원 김일균(28)씨는 "일단 주총이 무산되서 여기 온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단순히 연기된 것이지 결렬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40분경이 되자 YTN 본사 앞은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웃음을 띠며 허기진 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에서 경비업체 직원들이 총회장 앞을 막고 서있자 참석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5신 : 14일 오전 11시 10분]

주총 결국 연기... 노조원 '환영', 경영진 '침통'

'낙하산 사장'을 앉히려는 YTN 주주총회는 결국 연기됐다.

오전 10시 45분께 김재윤 의장이 다시 주주들 앞에 섰다. 김 의장은 곧바로 "77.69%의 주주가 참석하여 본 회의가 성립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면서 개회선언을 했다. 이어 감사보고가 진행된 뒤 김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죄송한 말씀이오나 오늘 심의하고자 했던 안건은 불가피하게 상정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총회를 연기하고 다음 일정을 의장에게 일임하고자 하니 이에 동의하십니까?"

의장석 앞 바닥에 앉아있던 조합원들은 손뼉을 치면서 "예"라고 소리쳤다. 조합원들은 1층을 이동해 정리집회를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현장에서 협상을 했다. 그 뒤 박경석 지부장은 회의장 앞으로 나와서 주주들이 보는 앞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주총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연기합니다. 그래도 형식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의장이 개회선언만 하고 주총이 연기되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한 뒤 곧바로 폐회를 선언하는 것으로 사측과 협의했습니다."

노조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고, 주주들과 간부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한편 주총이 열리기 직전까지 의장석 앞 바닥에 앉아있던 50여명의 조합원들은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한명씩 나와서 자유발언을 했다. 대부분 뒤쪽에 앉아있는 선배 간부진들을 향해 던진 쓴소리다. <돌발영상> PD였던 노종면 앵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중앙언론사의 사장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것은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오늘 내가 선배님들께 못할 소리를 했다. '하수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참담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권리를 위임하려고 오신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인지 밝혀주길 바란다."

현덕수 전 지부장도 나서서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방송특보를 YTN사장으로 앉히려는 대주주의 행동이 정당한가, 언론으로서 방송 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들의 행동이 정당한가. 그리고 오전 10시로 주주총회를 공고했는데, 오전 10시 10분쯤부터 용역을 동원하여 단상을 점거한 사측의 총회 진행방식이 정당한가, 그것을 막은 우리가 정당한가.

입사 14년동안 선배들로부터 언론기자로서의 원칙을 배웠다. 난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운동 전문가도 아니다. 단지 이전부터 선배들에게 배웠던 기준이 무너지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원칙을 일러준 우리 선배들이 왜 눈을 감고 있나. 그 때 말한 기준과 원칙은 허구였나. 지금이라도 왜 우리 후배들이 이럴 수 밖에 없는지 깊게 생각해달라."

이 말이 끝나자 조합원들이 일제히 "YTN 접수기도 낙하산을 빵구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에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구본홍 YTN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에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4신 : 14일 오전 10시 40분]

"눈감고 앉아있는 선배님들, 원래 이런 모습이었나"

"선배님들 용역을 빼주세요" "하수인은 물러가라"

YTN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5층 회의실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용역직원 30여 명이 주총 의장인 김재윤 YTN 대표이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장을 놓고 50여 명의 노조원들과 쟁탈전이 벌어진 것.

결국 노조원들은 용역들을 한 명씩 떼어내는 데 성공했고, 용역직원은 회의실 옆 사무실로 밀려난 상태다. 김 의장은 노조원들에 둘러싸여 있다가 박경석 지부장의 제안으로 주총장으로 들어갔다.

박 지부장은 "이제 용역이 빠졌으니 주총을 지켜보자"고 제안했고, 일부 조합원은 이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진정됐다. 현재 50여 명의 조합원은 의장석 밑 바닥에 앉아있고, 그 외에 주주들과 간부진, 그리고 노조원들 150여 명이 좌석에 앉아있다.

바닥아 앉아있던 한 노조원은 잠시 일어나 좌석에 앉아 눈감고 앉아있는 간부진들을 향해 이같이 일갈하기도 했다.

"눈감고 앉아있는 선배님들,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혹시 우리 조합원들도 나중에 저렇게 눈감고 앉아있는 것이 아닐지 걱정됩니다."

▲ YTN 주주총회가 열리는 14일, 노조원과 용역 경호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송주민


[3신 : 14일 오전 10시]

용역직원과 몸싸움 격렬...100명 '촛불 시민'도 "낙하산 막자" 동참

아수라장이다.

용역 직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용역 직원들은 5층 주총장으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막아섰고, 조합원들은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하로부터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기미가 보이면 조합원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위쪽으로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역 직원들과 몸싸움도 격렬해지고 있다. 3~4명의 용역 직원들이 밖으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박경석 지부장이 "몸싸움하러 온 것이 아닌 만큼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자"며 조합원들을 진정시켜 심한 폭력 대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YTN 본사는 계속해서 시끄럽다. 조합원들의 다음과 같은 구호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승리 논공행상 구본홍은 사퇴하라!"
"낙하산 막아내고 국민의 방송 지켜내자!"

언론노조도 촛불시민들도 합류... "전초전부터 막아내자"

오전 9시경이 되자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도 YTN 본사 앞으로 와 자리를 깔고 앉았다. YTN 본사 내부에서는 YTN 지부 조합원들이 주주들의 진입을 막을 예정이고,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본사 입구 쪽에서 혹시 모를 경찰 동원을 차단할 예정이다. 언론노조 조합원들 옆에는 100여명의 '촛불 시민'들도 함께 있다.

최상재 위원장, 박성제 MBC 본부장 등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YTN 본사 앞에서 대기하면서 혹시 모를 공권력의 투입이나 용역 직원의 추가 배치를 몸으로 막을 예정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정부는 발뺌하고 있지만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의 첫 시작인 YTN 주총을 막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돼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구본홍씨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해서 더 이상 불행해지는 일을 자초하지 말 것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등으로 내부 문제가 복잡한 박승제 MBC 본부장도 이날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YTN 투쟁은 KBS·MBC로 이어지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막는 전초전격인 싸움이 될 것"이라며 "YTN이 무너지면 나머지 방송사들도 정권 입맛대로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기필코 초전에 정리하자는 의미로 내부 상황이 복잡한데도 나왔다"며 "MBC 조합원들도 YTN 조합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YTN 본사 1층 로비에는 오전 8시 40분께부터 주주명부 실명확인과 주주 확인증을 발급하는 테이블이 꾸려졌다. 조합원 20여명은 즉시 이 곳으로 투입돼 테이블 앞을 막고 섰다. 주주명부 작성부터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한 조합원들은 자신들부터 테이블에서 실명확인을 하고 주주임을 드러내는 비표를 발급받고 있다. 비표를 받은 일부 조합원들은 5층 주주총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의장소를 막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신 : 14일 오전 8시 45분]

YTN에 들이닥친 용역 경비업체 경호원 100명

▲ YTN 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사측이 동원한 용역 경호원들이 엘레베이터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송주민


오전 7시 20분께가 되자 YTN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경비업체 경호원 100여명이 YTN 본사 안으로 물밀듯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주주총회가 예정된 장소인 YTN 본사 5층과 1층 로비 입구, 그리고 5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을 철통같이 막고 섰다. 비상용 계단에도 경호원이 예외 없이 배치됐다.

YTN노조 조합원들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차분히 1층 로비 앞에서 이날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박경석 지부장은 "용역 동원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경호원들의) 숫자가 많지만 노합원들과 대책을 잘 짜서 반드시 주총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YTN 본사 앞에서 6일째 단식하고 있는 현덕수 전 지부장은 용역 경호원의 등장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괴감이 든다"며 "사원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구본홍씨를 위해 회사가 용역을 동원해야 하는지, 우리 회사 주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야 하는지…"라며 착잡해 했다.

현 전 지부장은 "사측은 이런 식으로 지난주 초부터 직원들이 5층 주주총회장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 뒤 "직원들이 일터에 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것은 회사 스스로 주총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기만적이고 기습적인 주총이 성립된다면 오히려 조합원들의 분노를 일으켜 더욱 큰 강경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도 주주권리 행사 준비

▲ YTN 주주총회가 열리는 14일, 조합원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받아놓은 주주 위임장을 보여주고 있다. ⓒ 송주민


조합원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신들도 주주로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임장을 받고 있다. 위임장에는 "위 우리사주 조합원 주주에게 상기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위임합니다"고 적혀있다.

YTN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통해 전원이 우리사주 주주를 획득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이날 열리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측이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주총을 강행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상황이 일어난다면 이 위임장을 근거로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오전 8시 30분 현재 조합원들은 사내 곳곳에 배치돼 주총 원천봉쇄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층 로비 앞에만 100여명, 그리고 각 층 엘리베이터 앞과 주요 통로에 서서 있을지 모를 기습적인 진입을 막고 있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YTN 타워 입주 확인증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오전 8시께에는 주주 혹은 대리인 정도로 추정되는 중년의 남성이 용역 경호원들의 엄호 하에 5층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위층으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를 본 조합원들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제지를 했고, 격렬한 몸싸움 끝에 결국 그를 본사 밖으로 밀어냈다.

밖으로 밀려난 중년의 남성은 "나는 주주가 아니라 단지 아는 사람을 만나러 왔을 뿐"이라고 말하며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합원들의 모습은 점점 바빠지고 있다. 5층으로의 출입이 가능한 계단, 엘리베이터, 복도 등을 오가며 계속해서 본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신분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 14일 10시로 예정된 YTN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본사에 나온 노조원들 모습. ⓒ 송주민


[1신 : 14일 오전 7시 40분]

오늘이 주총... 월요일 아침부터 전운 감도는 YTN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그것도 하루의 첫 자락인 이른 아침부터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YTN 본사 앞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1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구본홍 사장 선임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지부장 박경석·이하 YTN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께부터 "낙하산 사장 결사반대"를 외치며 붉은색 머리띠를 동여맸다. 이들은 주총이 열리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YTN의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구본홍씨(전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특보)는 이번 주총에서 추인을 받으면 이날 곧바로 정식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스카이라이프(이몽룡), 아리랑TV(정국록), 한국방송광고공사(양휘부)에 이어 4번째 'MB 특보' 출신 언론사 사장이 되는 셈이다.

YTN노조, 오전부터 주총 '원천봉쇄'

YTN 사장은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에 따라 임명된다. 그러나 YTN의 대주주는 대부분 공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사장 선임에 있어 정부의 입김이 100%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YTN노조는 "'낙하산 사장'은 YTN에 한 발짝도 들어오게 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YTN 사옥 로비를 틀어막고 '주총 원천 봉쇄'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 집행부 회의를 통해 결정된 '14일 주총 관련 투쟁 방안'을 전체 조합원 400여 명에게 전달했다. ▲취재분야 조합원은 14일 오전 모든 취재 일정을 취소할 것 ▲뉴스진행 분야는 생방송 필수요원을 뺀 모든 조합원이 필히 참가할 것 ▲휴가자와 야근자도 적극 참여할 것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이에 따라 조합원 100여 명이 '주총 원천 봉쇄' 작전을 위해 새벽부터 소매를 걷고 나섰다.

아침부터 조합원들 지휘에 여념이 없던 박경석 YTN노조 지부장은 "우리 말고 타 입주사도 많은 형편이라 정문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고, 1층 로비와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철저히 막을 예정"이라며 "1층에서의 주주 명부작성 순간부터 하지 못 하도록 해 기필코 주주총회를 막아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주주총회 장소를 옮길 가능성과 관련 "주총은 주주들이 알 수 있도록 미리 공고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열도록 돼 있는 만큼 이유 없이 장소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측이 편법적 방법을 동원할 경우 끝까지 절차적 문제에 대한 책임규명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촛불 시민'·언론노조·시민단체도 연대 투쟁... "방송장악 시발점 기필코 막아야"

▲ 14일 10시 YTN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밤을 샌 '촛불 시민'들 모습 ⓒ 송주민


'촛불 시민'들도 YTN노조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13일 저녁부터 14일 현재까지 밤새도록 YTN 사옥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13일 오후 4시부터 YTN 앞에서 농성을 했다는 프로그래머 한숙연(30)씨는 "구본홍 낙하산 사장이 방송에 밀어넣기 식으로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박 밤을 샌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을 지켜내기 위해 여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주총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말처럼 이들은 주총이 무산되는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자리를 떠나지 않을 태세다.

오전 9시경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YTN 투쟁'에 결합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의 첫 걸음이 'YTN 낙하산 사장 내정'이라고 보고, 이를 철회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연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이번 주총의 성사 여부, 그리고 구본홍 사장의 내정은 이미 YTN 내부만의 문제가 아닌 게 됐다. 'MB 캠프' 방송담당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보도전문채널' YTN의 사장 선임 문제는 정부와 언론계 전체의 커다란 '한 판 승부'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YTN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은)새 정부 들어 권력과 언론 당사자들이 직접 충돌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에서다. 또한 지난 달 중순께부터 수많은 '촛불'이 매일 밤마다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YTN 앞을 밝혀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전 7시 현재, 주총을 앞둔 YTN은 그야말로 '폭풍전야'같은 분위기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