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사건, 조중동은 왜 한가하지?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금강산 피격, 이명박의 '진짜 실력' 보여라
▲ 국과수로 옮겨지는 금강산 관광객 시신북한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관광객 박모씨의 시신이 11일 저녁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착, 관계자들에 의해 연구소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오늘(14일) 대다수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한 쪽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북한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조사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북한 측이 '성의있는 반응'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이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사고 책임은 되레 남한에 넘겼다. 진상규명을 위한 현지조사단의 수용을 촉구하는 당국의 통지문은 아예 접수를 거부했다.
금강산 피격 사건을 알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의 <노동신문>은 13일자에서 '가소로운 잔꾀'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리라고는 지금으로서는 기대난망이다.
조중동, '강경대응' 주문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런 점에 비춰볼 때 툭하면 대북 강경대응을 촉구해왔던 신문들이 북한에 대해 '적반하장'식이라고 괜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의외다. 평소 이들 신문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는 당장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한가한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목소리를 높인 신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이런 북에 언제까지 퍼주고 뒤통수 맞을 건가')에서 이대통령의 대북 제의를 들어 "이명박 정부마저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북에 끌려다니기로 마음먹었는가"라고 묻기는 했다. 사설 제목처럼 이명박 정부가 '퍼주기'라도 했던 것인지는 사설 내용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중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뜬금없는 사설 제목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조금은 더 현실적이다. 되레 남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적반하장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고 선량한 관광객의 목숨까지 빼앗는 곳에 한 해 수십만명이 1인당 80달러나 되는 입국료를 따로 내면서 찾아가 관광을 한다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직접 언급은 삼갔지만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이 '비정상'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평소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와는 달리 매가리가 없다. "북한 무장군인이 관광지에서 나들이 차림의 남한 여성 관광객을 등 뒤에서 쏘아 사살한 사건"이며 "북측이 우리측 인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도 정부에 대한 요구나 주문이 이전과는 판이하다.
이들 신문들이 지금 이처럼 한가롭게 하나마나 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인가.
▲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호년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그런 점에서 오늘 <경향신문> 양권모 정치부장 칼럼은 그 핵심을 잘 짚고 있다. 양권모 부장 칼럼의 핵심은 그 제목처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보자는 것이다.
관광객 피격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되레 "그 책임을 남측에 넘기고, 현지조사 까지 거부하는 일종의 '적반하장'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어디 한번 보자는 식으로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할지 한번 보자는 것이다. 이 참에 그 실력을 한 번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그 실력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양권모 부장은 "금강산 사건에서 북한은 이 정부를 완전히 무시했고, 외면했고, 압박"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북한 앞에서 대책없어 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은 지금 이 정부의 당황을 감지했고, 실력없음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부장의 지적처럼 "금강산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력을 평가할 '실전문제'가 됐"다. 비켜갈 수 없는 시험대가 된 것이다.
비단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퍼주기는 안된다며 '원칙있는 대북 관계'를 주문해왔던 조중동과 그 유사 신문들도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이들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평소 '원칙'에 따라 어떻게 해야할 지를 코치할 때다. 이들 신문들로서는 지금 북한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되지만, 이들 신문들이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해법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어떤 주문을 할 것인지, 혹은 이 사건을 어떻게 정리해나갈 것인지 관심거리다.
이명박의 변신에 뿔난 <조선> 김대중? |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오늘(14일) 칼럼('북의 또 하나의 승리')도 시사적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대북 강경론자들의 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이 국면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대북정책을 '전면대화'로 수정했다고 평가하고, 이를 '북한의 승리=이명박 대통령의 패착'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애당초 북측과의 관계개선을 내세우고 대북지원 등에 적극 나서느니만 못한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고도 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책임전가의 고답적 자세는 앞으로 대남문제에서 북측이 얼마나 고자세로 나올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제 북측이 우리와 성실하게 대화하고 남북문제를 함께 호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무원칙과 섣부른 자신감이 만들어낸 패착"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과연 '패착'을 둔 것은 어디 이명박 대통령일까? 그를 그 패착의 길로 인도한 '대북강경여론'을 주도한 <조선일보>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 이번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어떤 논조를 펼지도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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