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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민주주의' 수출해 일 우익 흔들어야

'성동격서'의 독도 대응 전략... 일본 우익이 아픈 곳 찔러야

등록|2008.07.15 15:24 수정|2008.07.15 17:56

▲ 독도수호범국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영유권 명기' 철회와 역사왜곡, 독도침탈행위를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독도 도발'은 일본우익들의 장기 전략에서 비롯된 것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하고, 주일대사를 소환하며, 일본 대사관 앞 항의 촛불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청와대도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일본의 우익정부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알면서도 버젓이 한 것이다. 앞으로 반발이 심해지면 물러서는 척 하겠지만 일본 우익들의 '독도 침탈'을 통한 '군국주의 일제 부활'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부 시민단체 등을 장악한 일본우익들의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영토침탈 행위는 우발적,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적, 지속적인 것이라는 인식에서 독도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우리의 2배에 가까운 군비를 지출하면서 '국방비 GDP 1%' 제한을 재검토하고, 사실상의 핵무기 제조능력을 가진 국가로서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어왔다. 일본의 우익들이 '군국주의 일제'를 역사 속에서 부활시키려한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닌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독도문제는 '이에는 이'식으로가 아니라 일본우익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풀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찌르면 일본우익들이 가장 아플 곳을 찾는 것이다. 병법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을 원용하여, 한편으로는 '독도'에서 소리를 내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우익들이 약한 곳을 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일본우익이 도발할 때마다 항일유적지 하나씩 세워나가야

먼저, 네거티브 전략이다. 

일본은 섬나라로서 오랫동안 해외로 진출하고 그 영역을 넓히고자 노력해왔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해,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한 상처를 입힌 전과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일본우익의 '군국주의 일제 부활'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일감정이다. 지금도 한국과 중국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할 것 없이 뿌리깊은 반일감정이 남아있다.

중국을 다녀보면 한적한 시골마을에도 항일유적지가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일본 우익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다. 자신들의 과거행적이 생생하게 남아, 두고두고 후손들에게까지 알려지는 한 '군국주의 일제부활'은 어림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항일유적지를 우리도 지역마다 발굴하고 항일기념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의 독립기념관이나 서대문형무소 같은 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풀뿌리 항일 유적지'야말로 '일제부활'을 꿈꾸는 자들이 가장 두려워할 성지이자, 지역의 초중고 교육시설이면서 지방 관광지다. 일석삼조인 항일 유적지 발굴과 건립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      

우리에게 무슨 항일유적지가 많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인데, 영국의 경우 여왕이 지나가다 모자가 부딪힌 곳도 유물이 된다. 영국의 왕들이 수많은 역사유물을 만들어냈는데, 우리에게는 그보다 훨씬 많은 항일독립 애국지사, 열사들이 있다.

그 분들이 탄생을 한 곳이든 학교에 다닌 곳이든 잠시 들른 마을이든 모두 항일유적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들이다. 3·1 독립운동을 비롯해 항일운동의 애환이 깃든 곳이면 지역마다 유적지나 기념관을 조성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말 그대로 삼천리 방방곡곡이 항일유적지 후보인 것이다.

나아가서 중국과 북한, 러시아, 대만 등 아세안 국가들과 연대하여 공동의 항일유적지 발굴과 기록보존 사업을 한국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다. 일제부활세력들이 망언을 하거나 영토침탈행위를 시도할 때마다 항일유적지 개설을 때맞춰 하는 것도 당연하다.

계속 도발하면 상품구매와 관광객 거부운동으로 이어질 수도

또 다른 네거티브 전략은 민간단체 차원에서 일본상품 구매거부와 일본관광객 거부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 방안은 일본의 대응 구매거부와 관광거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약처방이긴 하다. 또한 관련국들의 연대가 없이는 광범위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무역이나 기술, 인적교류가 제한될 경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차제에 한-중-일 3국을 위시로 한 아시아 국가간 상호의존적인 경제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일본의 역할 축소와 미국, 유럽연합, 중국의 역할 확대 등 전략적 역학관계 변화를 고려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장차 있을 수도 있는 아시아지역 화폐통합 논의에서 일본의 엔화는 주도권을 인정받기 힘들게 된다.

'경제동물'인 일본에게 있어서 경제문제는 매우 민감한 성질의 것이다. 이는 일본 내 우익뿐 아니라 광범위한 국민적 반향을 일으켜 일본 정부로 하여금 정책을 변경하는 데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일본의 경제적 위상은 지속적으로 낮아져가고 있다. 10년전 우리와의 GDP 격차가 12배였지만 이제는 5배 정도로 줄어들었다. 작년에는 구매력지수(PPP)를 고려한 GDP 규모에서 중국, 인도에 자리를 내줬고, 1990년대 중반에 세계 1위였던 1인당 GDP(PPP고려)도 2006년에는 3.3만불로서 세계 31위로 떨어졌고 우리보다 겨우 32% 높을 뿐이다.

지금은 일본이 통상마찰까지 감수하면서 '이념'을 추구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 지난 2006년 8월 9일 낮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정대협 회원과 한·일 시민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연대집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제하 인권문제의 국제문제화, 한일해저터널 논의 금지도 추진

외교적인 대응 방안으로, 정부에서는 올 가을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한 한-중-일 정상외교를 재검토한다고 한다. 중국의 적극적인 동의가 뒤따라준다면 이 방안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답게 국제무대에 일본의 과거사를 올리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미국이 가끔씩 일본의 '경거망동'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일제하 종군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로 국제사회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안이므로, 일제 강점기 때 군국주의 일본의 인권침해와 만행은 여전히 국제적 공분을 살 수 있는 이슈다.

또한, 일제하 징용자에 대한 전쟁동원과 노동착취 문제, 그리고 원폭투하 한국인 피해자 보상문제 등도 재논의해야 한다. 한일간 외교마찰도 서슴지 않는 일본정부에게 인류보편의 인권문제에 시한이 없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이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한편, 최근 일부 지자체와 일부 전문가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일 해저터널 논의를 전면 중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에게는 단순히 경제성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일본에게는 대륙연결이라는 국가전략적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적인 카드를 쥐고 있는 사안이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일본에 상륙시켜야

다음, 포지티브 전략도 있다.

일본에도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있다. 하지만, 필요하면 촛불도 들고 데모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국민들이 봉기하여 국가를 변화시켜 본 적이 없는 나라다. 지금도 50년 이상 자민당 독주체제가 이어져오고 있는, 정치적으로 정체된 국가가 일본이다.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정치는 이들에게 있어서 부러움의 대상이고 일본 우익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아날로그적인 민간교류 대신 한국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 한-일 민간교류 정책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어를 잘 하는 네티즌을 민간 외교관으로 임명하여, 일본의 유명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한국의 정치 문화를 알리고 공동의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동북아 역사재단이 나서서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와 같은 민간 차원의 '디지털 교류'를 중국과 동남아까지 확대하여, 동북아에 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경제, 안보로 동북아가 하나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공동번영'은 우리의 국가전략이자 이 지역 여러 국가들도 동의하는 국제 과제다. 하지만 일본이 독도를 핑계삼아 이러한 큰 틀을 뒤흔들려 한다면, 아시아와 국제사회가 나서서 이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 한국이 앞장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 일본이 우리에게 이러한 전략적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임춘택기자는 KAIST 전문교수로 과학기술/안보정책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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