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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광주시의회, 이번엔 '폭력 활극'

[取중眞담] 자진해산 검토 필요한 자격미달 '시의회'

등록|2008.07.15 12:54 수정|2008.07.15 12:54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갈 데까지 간 걸까.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이번엔 '폭력 활극'을 보여줬다. ⓒ 광주시의회


이쯤 되면 의원이라기보다는 시정잡배라는 칭호가 어울릴 듯싶다. 시민의 뜻을 대신 펼친다는 의회에서 토론과 합의가 만발하기는커녕 주먹다짐과 욕설이 오갔으니 말이다.

다른 곳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세 명이나 중도하차하고, 비리혐의로 한 명이 구속되고, 성폭행 논란으로 두 명이 시민사회의 퇴진압력을 받고 있고, 집행부로부터 감사마저 거부당한 '끝장 굴욕'의 광주광역시의회에서 벌어진 '폭력 활극'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광주시의회의 변화와 자성을 촉구했다.

관련기사"광주시의회 의장은 '호텔합숙'으로 뽑는다"

"비리로 사전구속, 성폭행 의혹... 이 사람들 시의원 맞나"

"감사도 거부당한 광주시의회의 끝장 굴욕"

"파행 책임져야할 의장이 또 출마하다니…"

'호텔합숙'으로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광주시의회는 규칙까지 바꿔가며 후보등록제로 선거방식을 바꾸는 등 변화의 열의를 보였다. "비리로 사전 구속되는 등 이 사람들 시의원 맞나"라는 질타엔 의원 업무추진비 공개를 전국 최초로 의원발의로 추진하면서 환골탈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광주시의회에 걸었던 작은 기대가 '배신'으로

그리고 지난 11일 광주시의회는 하반기 의장을 선출했고, 14일엔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광주지역 몇몇 시민단체와 함께 하반기 원구성에 따르는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다. 그나마 변화에 대한 작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 기대가 헛된 것이었음을 확인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이 14일 교육사회위원장으로 선출되는가 싶더니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친 시의원들이 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송재선 의원과 전우근 의원이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며 서로 폭력을 휘둘렀다. 위원회 배정에 불만이 생긴 전 의원이 "안하겠다"며 나가려하자 송 의원이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면서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얼굴에 상처가 난 전 의원이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은 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니 광주시의회는 이제 '쌍방 폭력시비'라는 새로운 법적 다툼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 같다.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손재홍 의원과 김선문 의원이 고성과 함께 꽃다발을 집어던지는 상대적으로 '우아한' 활극을 벌였다. 물론 운영위원회와 예결위원회, 윤리위원회 위원 배정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기사로 쓰기도 민망한 시의회 폭력활극

이에 앞서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아무개 의원이 교육사회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07년 11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40대 여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

이에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시의회 성폭력 완전 뿌리뽑기 시민대책위'는 의원실을 항의방문 하는 등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성폭행으로 고소돼 합의까지 본 사람이 평의원도 모자라 교육사회위원장을 맡아 아이들의 교육을 운운하나"는 것이다.

이번 광주시의회의 '폭력 활극'에 대해서 시의회 주변에선 "주류와 비주류 간에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의원들은 감정이 쌓여 폭발하면 욕지거리하고 주먹질해도 된단 말인가?

광주시의회의 도덕적 퇴락, 자격미달 등을 주제로 기획보도를 했던 기자 입장에서 이번 폭력 활극은 차마 기사로 쓰기조차 민망한 사건이다. 자숙하고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 술 더 떠서 의회에서 주먹질이라니….

성폭행, 비리, 공문서 위조에 '폭력'까지

말과 글이 안 통하는 시대를 야만의 시대라고 한다. 말과 글로 정제되지 못한 감정이 폭력으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광주시의회 기획보도를 정리하면서 "상반기 광주시의회는 말이 빈약했다, 후반기엔 풍성한 말의 성찬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데 광주시의회는 기대를 폭력으로 짓밟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이들이 시민의 전당인 의회에서 배지를 차고 앉아 있다. 묻고 싶다, 그 자리에 앉을 자격 있냐고. 아니 무슨 염치로 그 자리에 앉아있냐고.

그동안 많은 비판과 비난이 광주시의회에 쏟아져왔다. 성폭행 시비, 비리혐의로 경찰조사, 비리로 사전구속, 공문서 위조 의혹 등등…. 그동안 광주시의회에 제기된 문제만으로도 광주시의회는 자진해산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여기에 '폭력'까지 하나 더 얹는 시의원들의 파렴치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감히 얘기하자면 기자로서 기사 쓰는 것조차 부끄럽다. '민주화 성지 광주'의 시의원들 맞나? 그대들의 용어로 얘기하자면 자진해산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보시길 권한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추하고 사나워서 기사로 쓰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 <친구>의 대사였던가, "고마 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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