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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명루인 울산 '태화루' 복원사업 현장

등록|2008.07.15 17:14 수정|2008.07.15 17:14

태화루 복원 예정터철거를 시작한 로얄예식장이 산책로 끝에 보인다. ⓒ 손은영

  우리 집 뒤편의 산책로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막 철거를 시작한 로얄예식장을 중심에 두고, 강을 낀 약 8㎞의 산책로가 계절마다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잘 조성된 산책로는 우리집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조깅로, 자전거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로얄예식장'에서 조선 4대 명루 중 하나인 '태화루'로   "태화루 만들어지면 이제 산책로 더 길어지겠네. 아빠 좋아하시겠다."   걷기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시는 엄마는, 매년 하프마라톤에 출전하시는 아빠가 더 좋아하시겠다며 웃으신다. 지금의 산책로는 로얄예식장 부지를 포함해 중간의 약 0.3㎞ 정도가 끊어져 있다. 말하자면 태화루가 복원되면서 총 길이 약 8㎞의 산책로가 허리를 잇게 되는 것이다.   태화루는 원래 신라시대에 건축돼 '태화사'라는 절의 종각(종을 매달아 두기 위한 집)으로 사용되었다. 그렇게 조선시대까지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4대 명루로 불리다, 임진왜란 때 현판만 남긴 채 모두 소실돼 버렸다. 이렇게 400년 간 볼 수 없었던 태화루의 복원 및 주변 건물 철거사업이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철거 중인 로얄예식장과 철거 예정인 주변 건물들 ⓒ 손은영

전통성 회복을 통한 자긍심 고취의 길   "복원 사업은 울산의 생태복원 계획인 '태화강 마스터 플랜'에 의해 2005년 부터 시작됐습니다. 21년 전, 태화루의 터에 건립된 로얄 예식장은 지난 6월 7일 결혼한 한 쌍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상태이며, 오는 2011년 말이면 이곳에서 태화루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울산시청 문화예술과 담당 고경원 씨는 잇단 나의 물음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 태화루 복원은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이끌어갈 상징적인 사업으로 시민의 역사의식 제고 및 전통성 회복을 통한 자긍심을 크게 고취할 것입니다."   찾아가 본 로얄예식장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1987년부터 1만 5천여 쌍이 결혼한 이곳은 울산 교통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치른 사촌 언니들의 결혼식을 추억하며 철거 중인 예식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건축물 철거, 폐기물 처리까지 모두 마치려면 연말이나 돼야 할 거예요. "   현장에서 만난 철거 차장 김준호씨는, 한창 철거 작업 중인 예식장을 올려 보며 말했다. 가장 윗층인 6층에서 작은 포클레인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예식장 바로 옆의 건물 두 곳도 깨진 유리창 사이로 쓸쓸한 분위기를 풍겼다. 연말까지 철거가 완료된다고 하니, 아직 이사를 가지 않은 상가들도 곧 떠날 듯하다. 하지만 이곳에 태화루, 야외공원, 편의시설 등이 만들어 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뜬다.

▲ '새울산서점'의 박상용 씨 ⓒ 손은영

"갑작스러워 막막하지만 어쩔 수 없죠"   철거될 건물 1층에서 영업 중인 '새울산서점'에서 주인 박상용씨를 만났다.   "이곳이 태화루 복원 예정지인 줄 아셨나요? "   "이사 온 2005년 때 이미 알고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빨리 복원이 시작될 줄은 몰랐네요. 저희 서점은 아동전문서적 도매 손님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가게를 이전하면 적잖은 타격이 있어 아쉽습니다. "   이제 정착하기 시작한 서점의 신뢰를 다시 쌓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와 고유가가 겹쳐 매출에 타격을 주는데, '철거 예정'이란 꼬리표는 방문하려던 손님의 발길도 끊게 만든다.   "물론 이전비용과 3개월 영업비용을 시에서 지원해주지만, 손실없는 이전이 어디 있나요. 서운하고 막막한 마음이 조금은 들죠. 하지만 태화루 복원엔 정말 찬성합니다. 이 복원사업을 통해 울산이 좀더 발전할 테니까요."   잠깐의 손해겠지만, 멀리 보면 주위 상가들에게 훨씬 이익일 거라는 박상용씨의 생각이다. 아마 이곳 지역 주민들도 한결같은 마음일 거다. 2011년까지의 공사로 답답하고 먼지 날리는 시간을 보내겠지만, 복원 완료를 시작으로 '공업도시'가 아닌 '생태도시 울산'으로 한층 더 발돋음 할 것이다.    생태복원 후, 신선놀음의 즐거운 상상   길게 이어진 산책로 양쪽으로 개망초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올해 봄, 유채꽃을 시작으로 메밀꽃과 청보리가 펼쳐지더니, 벌써 꽃에서 가을이 보인다. 조선시대에 전국에서 손꼽혔다던 태화루가 복원되면 분명히 더 아름다워지겠지. 나룻배를 띄울 수 있도록 나루터도 만들거라고 하니, 잘만 이용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푹푹 찌는 낮기온과 식지 않는 열대야로, 밤마다 산책로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한때 썩은 악취로 접근조차 불가능 했던 태화강이, 국내 최대의 백로 서식지이자 6만 마리의 떼까마귀 서식지로 변한 것은 끊임없는 환경재건 노력 때문이었다. 단순히 관광 유치를 위한 복원 사업이 아닌, 생태복원 사업의 일환이라는 목적을 끝까지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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