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글 하나 올리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네티즌과 시민사회단체,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글 삭제조치 헌법소원

등록|2008.07.16 14:42 수정|2008.07.16 14:42

▲ 네티즌들과 함께 헌법소원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행동, 참여연대는 16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개 행정기관에 불과한 심의위원회가 내린 삭제 요구 결정으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정당한 소비자 주권이 심대하게 침해받았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경태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관련 글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네티즌들이 16일 오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 불매운동 관련 글 삭제 요구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들과 함께 헌법소원에 참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미디어행동·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개 행정기관에 불과한 심의위원회가 내린 삭제 요구 결정으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정당한 소비자 주권이 심대하게 침해받았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심의위원회 결정의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자체도 위헌"이라며 "심의위원회가 위헌인 법률을 가지고 삭제 요구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헌적 법률과 규정에 근거해 결정했다"

▲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사이트 ⓒ 인터넷화면 캡쳐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미디어다음이 심의를 요청한 광고 불매운동 관련 글에 대해 지난 1일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삭제를 요구하는 시정요구를 내린 바 있다.

심의위원회는 해당 게시글들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 9조(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 4호(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8조 마목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경신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 제1항 제9호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심의 규정은 법률의 위임 없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을 과도하게 넓게 규정하고 있다"며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자체가 위법 ·위헌 무효의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구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제정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은 심의규정을 방통위법에 따라 심의위원회의 규칙으로 수용하거나 별도로 제정·공표한 사실도 없다"며 "이번 결정 전까지 심의위원회가 아무런 효력도 없는 규범을 근거로 해 게시글 삭제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네티즌들은 단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뿐"이라며 "이같은 삭제 조치가 계속된다면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견 표현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 소속 송상교 변호사 역시 "지금도 게시글들이 계속 임의대로 삭제되는 등 네티즌이 글 한 번 올리기가 어렵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표현의 자유가 총체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한탄했다.

"영업의 자유만 있고 소비자의 자유는 없나"

▲ 인터넷 까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 최수택씨는 16일 기자회견에서 "글에 전혀 강압적인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상식적으로 시장경제체제 내 영업의 자유가 있다면 소비자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 이경태

미디어행동의 장여경 활동가는 "이미 지난 2002년 '불온통신을 심의해 삭제하는' 정보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적 구조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판결을 받았음에도 '불법정보'로 이름을 바꾸어 계속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도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저 사람들이 이 글이 불법인지 여부를 가리느냐, 저들이 전문성과 법률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가, 심의 대상이 된 이들은 저들의 논의 과정에서 자기변호의 기회를 가졌는가 등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며 "심의 과정과 결정 과정에서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수사에 대해서도 "광우병 괴담 수사 때도 학교에 수사관들이 찾아가는 등 요란하게 수사했지만 결국 19세 재수생이 친구에게 동맹휴업 문자를 보낸 것을 찾고 학교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라며 "지금의 검찰이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심의위원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 최수택씨는 삭제당한 자신의 글을 공개했다.

최씨는 지난 7일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 게시판에 '7월 7일 광고공부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조중동 광고주 리스트가 있는 타 사이트 링크 주소를 첨부한 뒤 "이 곳에 7월 7일자 따끈따끈한 새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생각 있으신 분들은 같이 공부해봅시다"고 적었다.

최씨는 "전혀 강압적인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다음 측은 해당 글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뒤 삭제했다"며 "상식적으로 시장경제체제내 영업의 자유가 있다면 소비자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록 열람, 토론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시민행동 이어진다

한편, 민변·미디어행동 등 각 시민사회단체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심의위원회의 삭제 요구 결정과 검찰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민변과 네티즌들은 지금도 심의위원회의 유사사례 삭제조치 결정으로 인해 게시글 삭제가 임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번 헌법소원에 이어 심의위원회의 삭제요구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 미디어행동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을 오는 17일 열람하고 그 내용에 맞춰 문제제기에 나선다. 이와 함께 같은 날 국회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는 주제 하에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