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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검사장' 최대교, 2008년 검찰에는 없나

[주장] 이승만 가신 기소했던 최대교, 현직 검찰은 배워라

등록|2008.07.16 16:21 수정|2008.07.16 16:33
'누룽지 검사' '도시락 검사장' '고무신 검사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한 검사가 있다. 바로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1901~1992)이다. 그는 쌀 한 가마 값도 되지 않는 1만5000환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가느라 아들의 중학교 월사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고 한다. 또 자신은 도시락을 싸와서 검사실에서 먹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49년 대통령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임영신 상공부장관을 사기 및 수뢰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임영신 상공부장관은 상공부 산하 대구 메리야스공장 면사를 담보로 300만 원을 융자받고 공장 공금 244만 원을 유용했다. 또 이 대통령 생일 기념 선물 마련을 위해 상공부 각 국장에게 현금 5천만원을 모금하도록 지시하는 등 숱한 독직사건을 저질렀다(출처: <대한민국 50년사> 임영태 지음, 들녘 펴냄). 이때 최대교 검사장이 임 장관의 수뢰혐의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당시 임 장관을 아끼던 이승만 대통령은 이인 법무부 장관과 권승렬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중단 압력을 가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장관을 처벌하게 되면 미국의 원조가 끊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인 법무부 장관은 정식공문 등을 통해 기소유예하라며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최대교는 이 같은 상부의 압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기소 불기소 결정은 검사의 전속권한이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사의 구체적 사건의 기소, 불기소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한 것으로 생각되오니 재고하라"며 이 장관의 요구를 뿌리치고 임 장관을 수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임 장관은 그해 6월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최대교는 4·19혁명 후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복직, 3·15부정선거사범과 4·19혁명 당시 발포책임자를 기소하기도 했다.

'꼬리곰탕' 특검에, BBK 재판정엔 MB의 유령만 둥둥

BBK 사건과 관련 검찰은 참으로 희한한 수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BBK와 LKe뱅크의 관련성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김경준씨와 대질은 고사하고 '삼청각'에서 만찬을 겸한 방문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집무실 대신 식당에서 방문조사를 실시한 것과 3시간에 불과한 짧은 조사시간은 물론이고 피내사자 신분인 이명박 당선인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는 상식 이하의 수사를 진행했다.

더구나 김경준 재판과정에서 김씨 변호인단이 이 '꼬리곰탕' 진술서 제출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검찰은 한사코 거부했다. 검찰로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진술서를 법정에서 공개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던 듯싶다.

어쨌든 이 같은 재판과정에 대해 김씨의 변호인이었던 박찬종 변호사는 재판정의 모습을 "현직 대통령인 MB는 재판정에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는데도, 법정에는 MB의 유령이 둥둥 떠다녔다.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장탄식을 토했다.

지하에 있는 최대교 검사장은 이 같은 사법부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의를 세우는 저울은 작은 허물에도 쉽게 형평을 잃어버린다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다며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까 한다.

BBK 특검에는 '물렁한 칼'... 광고불매 누리꾼들에게는 '서슬퍼런 칼'

BBK 특검 당시 한없이 너그러웠던 검찰의 칼날은 요즈음 들어 매우 매섭게 느껴진다. 아무도 고소한 사람이 없건만 알아서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조중동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중동을 압박하는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운영진 등 누리꾼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하는 한편 15일 오전에는 해당 카페 운영자 5~6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더구나 검찰이 광고 불매운동의 대표적 피해사례로 들었던 농심의 손욱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일부 언론에 광고한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과 관련, 회사가 피해를 입은 수치를 제시해 달라고 말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얼마만큼이나 이번 수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8년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만을 위한 검찰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검찰의 현재 모습을 보노라면 '국민의 검찰'이라는 그 구호가 참으로 낯부끄럽다. 아니 '국민의 검찰'이라는 말 스스로가 부끄러워 사라지고 싶을 것 같다.

최대교 검사장의 삶과 관련해 국사학자 정인보 선생은 그의 성품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가을 강은 맑으나 부드러워 배를 띄우지 못하는 얼음강과는 다르다네'

2008년 검찰은 누리꾼들에게는 배를 띄우지 못하는 얼음강이고. 대통령과 조중동에게는 화락하는 봄날의 따뜻한 강은 아닌지. 2008년 우리의 검찰에는 '최대교'는 정녕 없는 건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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