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유성호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법대를 나온 강만수 장관이 최근 서울법대 동문 장관 및 국회의원 초청 모임에 참석해 이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첫째, 그런 불미스러운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부터가 문제다. 2004년 총선 후때에도 서울대 동창 국회의원 모임이 개최됐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참가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특히 개혁성향 의원들은 큰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권력자들의 학벌모임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다. 고위 학벌이 학연 인맥으로 작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패거리, 즉 지배적 학벌이 아닌 절대 다수 국민은 소외당한다. 그럴수록 자식을 패거리 안에 들여보내기 위해 입시경쟁에 몰두해 사교육시장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지도층 인사들이 절대로 참석해선 안될 모임이었다.
둘째, 그런 자리에 참석한 것은 그렇다 치고 기획재정부 안에 서울법대 출신이 없어 일 시킬 사람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다니 이게 장관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것도 강만수 장관 입에서? 강장관은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재경부에서 일할 때 상관이 내 윗사람을 제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나와 후배한테만 일을 시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서울법대가 다 해먹는다'고 불평했지만,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0년 만에 재경부에 돌아와 보니, 서울대 법대가 손이 끊겨 안타깝다. 서울대 법대가 경제학과 나온 사람들보다 더 일을 잘 한다."
강만수 장관이 지금 이렇게 당당한 처지인가? 현재 위기설이 나도는 나라경제상황에는 강 장관이 이끈 경제팀이 단단히 한 몫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생파탄국면의 핵심은 물가 고통이다. 강 장관은 환율을 올릴 것을 공언함으로써 물가상승을 자초했다. 또, 그 다음엔 환율을 내려 원화가치를 방어한다고 하면서 외환위기 공포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은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강 장관이 결코 당당한 처지가 아니다.
또한 강만수 장관이 좋아하는 성장위주 경제정책은 물가상승 국면에 기름을 퍼붓는 행태일 수 있다. 개발을 통한 경기부양 역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이 모든 경제정책 뒤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다. 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것뿐인가? 강 장관은 "10년 만에"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강 장관이 있었다던 10년 전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바로 IMF 외환위기가 있었다. 이 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강 장관의 임명 자체를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장관이 자기가 서울법대 나왔다고 자랑하며, 서울법대 동창 모인 자리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공무원들을 학벌주의로 인신공격한 것이다. 법대가 다른 전공자보다 나은 건 딱 하나 있다. 입시 커트라인이다. 전공 분야가 뭐든 '국영수' 입시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사람의 서열이 갈리는 '이 죽일 놈의 학벌주의'에서는 서울법대가 최고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독재시대에 승승장구한 서울법대
서울 법대의 황금기는 전두환 정권기였다. 그때 민정당은 육법당이라 불렸다. 육법당이라 함은 '육사와 법조인들이 해먹는 당'이라는 뜻인데, 법조인의 대다수는 서울법대 출신들이었다.
강만수 장관의 말은 딱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을 법한 생각이다. '서울법대 출신들이 시키는 일은 잘 한단 말이야.' 그래서인지 서울법대는 독재시기 동안 더더욱 승승장구했다.
그런 식의 일 잘함이 오늘날 민주공화국에서도 과연 칭송받을 가치인지,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강만수 장관은 위에서 '747' 공약 밀어붙이라고 지시하면 꼬장꼬장하게 경제원리 내세우며 반발하지 않고 '우직'하게 명령 이행할 사람을 아쉬워했던 것은 아닐까? 말 잘 듣는 게 일 잘 하는 거라면 '육법당'이 제격이긴 하다.
이번 발언으로 강 장관의 망국적인 학벌주의, 차별적 인간관과 시대착오적인 공무원관이 드러났다.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민의를 받든다면서 인적쇄신을 단행할 때 강 장관을 지켰다. 그런 강 장관은 서울법대 자랑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 그런 내용을 접해야 하는 국민들은 요즘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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