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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자당 출신 시 의장에게 자진사퇴 권고

안양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 후 '몸살' '교황 식 선출방식'이 원인

등록|2008.07.19 17:20 수정|2008.07.19 17:20

▲ 사퇴 권고 받은 김국진 신임의장 ⓒ 최병렬


한나라당에서 한나라당 출신 시의회 의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30일 경기도 하반기 시의회를 대표할 의장을 뽑았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자진사퇴'를 권고 받은 것은 한나라당 소속 김국진 신임 의장이다.

김 신임의장은 제적의원 24명(한나라당 15명, 민주당 9명) 가운데 13표를 얻어 천진철 의원(한나라당) 을 2표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한나라당 안양시의회 교섭단체는 투표가 끝난 이틀 후인 지난 7월2일 의장단 선거와 관련 긴급 의원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신임의장을 한나라당 교섭단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중앙당과 경기도당 윤리위원회에 출당조치를 건의했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14일 오후 윤리위원회의를 개최, 김 신임 의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고 일주일간 조정 기간을 줬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김 의원의 행위가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 1~4항에 명시된 '당 이념에 위반되거나 당 발전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당 의원이 의장이 됐다는 것은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엉뚱하게도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의원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당초 한나라당 안양시의회 교섭단체는 천진철 의원을 의장으로 내정했다. 그동안은 다수당에서 내정한 의원이 의장이 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다수당이 밀어주면 무조건 당선하는 일명 '교황식 선출방식'이기 때문이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출마 의사 표시와 소견 발표 없이 의원들의 자서식(투표자가 백지 투표지에 투표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성명이나 부호 등을 자필로 기입하는 제도) 무기명 투표로 의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표결과는 달랐다. 천진철 의원이 아닌 김국진 의원이 당선한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 의원이 당 결정을 무시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결탁, 의장에 당선됐다고 보고 '자진사퇴'를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김 신임 의장은 아직까지 당 결정에 따를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시의회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자진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소문도 들린다.

이 문제에 대해 김 의장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오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 입장 표명 할 수 없다. 월요일(21일) 윤리위원회 참석하고 난 이후 입장을표명하겠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다른 시의원들에게도 '담합 여부'를 물었지만, 역시 뚜렷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교황 식 선출방식' 버린 대전시 서구의회는 잡음 거의 사라져

한편 이 문제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다. 심규순 의원(민주당) 의원은 18일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에서 김 신임 의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의장은 한나라당 의장이 아니다. 안양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의회 의장이다"며 "출당조치는 할 수 있지만 의장직 사퇴를 권고하는 것은 권한 넘는 행위"라고 밝혔다.

안양 평촌에 사는 최상준(가명)씨는 "한나라당은 안양 시의회가 자기들만의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시 의회는 시민들 것이고 따라서 시 의회 의장은 시민들 대표이기에 한나라당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이 같은 잡음은 안양시뿐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회에서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직을 독점하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끝내는 삭발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교황식 선출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울산참여연대 등 전국 17개 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6월27일 "교황선출방식으로는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후반기 의장단 선출은 공개적으로 선출 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황선출 방식'을 바꾼 대전 서구의회는 잡음 없이 의장단을 구성해 모범이 되고 있다. 서구의회는 지난 3월 한진걸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의장단 선출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대전시 서구의회 규칙'과 '서구의회 위원회 조례'를 개정했다.

이후 지난 7월 10일 남재찬 의원을 비롯, 양동직, 이의규, 장미연 의원이 소견 발표를 한 가운데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정례회를 열었다. 이후 투표가 이뤄져 남재찬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고,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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