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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괴담, MB가 말한 20조원의 행방은...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 정부 지원금 거의 없어

등록|2008.07.20 14:35 수정|2008.07.20 15:30
"공공부문의 선진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공기업 지원에 국민 세금이 매년 20조원이나 쓰이고 있다.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에 넘기는 게 맞다."

이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개원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말은 매년 정부가 공기업 지원에  20조원의 세금을 쓰고 있으니 공공부문의 선진화, 즉 민영화를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통령의 이 말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글에서 정부의 각종 통계자료와 2007년 말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공기업에게 지원했다고 하는 20조원의 사용 내역을 추적해 보고 이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해 보고자 한다.

18조원의 대부분은 국가대행 사업에 쓰여

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정부가 출연, 출자, 보조금의 명목으로 공기업에 지원한 직접지원금 총액은 17조 9849억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이 금액의 전부, 혹은 일부가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들을 민영화하면 상당한 액수의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추측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공기업과 정부의 각종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공기업에게 지원하고 있다는 18조원의 사용 내역을 추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06년 기준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액수의 지원금을 받아간 공공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이 기관은 2006년에 3조 836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갔다. 그러나 정부가 이 기관에 단순히 기관운영의 적자보전을 위하여 거액의 지원금을 준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이 기관에 무려 4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보조한 이유는 국민건강보험법이 건강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보험급여비용 지원과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료 경감을 위하여 당해년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를 국고와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원금은 혈세낭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정부가 국민들이 내야 할 건강보험료 중 20%를 대신 내주고 있는 것 뿐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2006년 기준 두 번째로 정부의 직접지원금을 많이 받아간 공공기관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다.

철도시설공단은 2006년에 2조 4087억원을 지원금으로 받아 갔다. 그리고 이 지원금을 고속철도 건설과 17개 구간 일반철도건설 그리고 10개 구간 광역철도건설에 사용하였다.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이러한 보조금 또한 혈세낭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철도건설을 철도시설공단이라는 공기업이 대행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그 다음으로 정부의 지원금을 많이 받아간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06년에 1조 6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가서 이를 고속도로 17개 구간 신설 공사와 16개 구간 확장공사에 사용하였다. 정부가 1조에 가까운 거액을 도로공사에 지원한 이유도 철도시설공단에 거액을 지원한 이유와 같다.

다음에 소개하는 표는 2006년 정부로부터 3000억원 이상의 정부지원금을 받아간 공공기관들의 지원금 사용내역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297개 공공기관 조사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표에서 보다시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97개 공공기관 중 12개 기관이 전체 지원금 17조 9849억원 중 67.4%인 12조 1204억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지원금들은 MB정부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 정부가 해야 할 SOC건설사업이나 복지지원사업, 그리고 국가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된 사업을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들에 불과하다. 나머지 192개 기관의 정부지원금 사용내역도 이와 유사하다(297개 기관 중 93개 기관은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있음).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들, 정부지원금 거의 받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현재 각종 언론사들에 의하여 민영화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일까.

7월 17일 현재 어떤 공기업이 정부에 의해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사마다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7월 18일자에서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대한주택보증,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반면, 경향신문은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의 자회사,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가 민영화 추진대상이고 한전KPS와 지역난방공사는 민영화 대상으로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6년 기준 이들 기관들이 받은 정부지원금 내역들을 살펴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부로부터 3071억원의 출자를 받았고, 한전KPS와 한국공항공사는 각각 16억원과 22억원의 직접지원금을 받았다. 반면 한국전력기술, 대한주택보증,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철도공사 자회사, 한국감정원 자회사 등은 정부로부터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참고로 민영화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 우려 때문에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에너지공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2006년 현재 에너지공기업 중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기관은 전무하다. 한국전력공사, 한전의 발전자회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정부로부터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대자보, 프레시안에도 송고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홍헌호 기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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