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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밭두렁 널려 있는 시-42> 시행착오

등록|2008.07.21 11:34 수정|2008.07.21 11:34
시행착오

모 대학을 내가 중퇴한 것이
연애에 실패한 까닭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시절이 어수선하여 학업에 맘 붙이지 못한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불찰은 오직 내 자신에 있다

내가 중퇴하지 않고 졸업을 했더라면
지금쯤 성공한 사람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른바 삼류대학 영문과를 다시 나와
오랫동안 영어교사를 하고 있다

중학교 삼년 고등학교 삼년
내가 좋아한 과목은 영어였다
애초에 다른 과를 택한 것은
영문과보다는 경쟁률이 다소 낮았기 때문이고
문학가가 되겠다는 꿈이 한 가닥 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학을 떠날 때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쌓아오던 우정을 한꺼번에 잃었고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긍지와 자부심을 송두리째 잃었다

하지만 한편 지금 생각하면
좋아하던 과목과 함께 살아온 것이 여간 고맙지 않다
시를 쓰며 여행을 하며 영어선생으로 평생을 살려고
그때 데모대를 따라다니고 술을 마셔대며
자청해 퇴학을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그때 헤어진 친구들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명문대 좋은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고 살아왔으니
평생 학벌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왔으니

이제 정년도 몇 해 남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인생을 산다면 이런 실수는 하고 싶지 않다

-최일화


시작노트

십 수 년 전의 일이다. 20대 초반을 함께 보낸 친구 하나가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치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교사 대표로 나와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얼굴이지만 반가웠다. 그 친구는 내가 중퇴한 대학 동기동창이었다. 나는 중퇴를 했지만 반가운 마음은 여전했다. 그 후 연락이 되어 다른 친구들 소식도 듣고 모임에도 몇 번 나가기도 했다. 친구들 중엔 크게 성공한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이렇게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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