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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갈매기' 지나간 안양천 풍경

큰 피해 없어 다행… "집중호우로 인한 물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등록|2008.07.21 11:50 수정|2008.07.21 11:50

▲ 누런 황톳물로 가득찬 안양천 ⓒ 최병렬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도심 비산대교에서 바라본 안양천은 오전보다 다소 수위가 낮아졌지만 누런 흙탕물이 하류를 향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오전 한때 국지성 집중호우로 장대비가 쏟아지며 안양7동 덕천마을 저지대에서는 하수가 역류함에 따라 반지하 주택 일부가 침수되고 고수부지 주차장을 비롯 학의천변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시와 안양소방서는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일부 반지하 주택과 지하실이 일시 물에 차자 양수기를 동원해 재빠르게 물을 빼냈다.

안양시는 태풍 갈매기가 접근하기 전인 18일 고수부지 주차장 출입로에 주차금지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장기주차 차량들을 이동하느라 차주들과 연락하고, 저지대 침수에 대비하여 배수장 시설을 점검하는 등 비상 태세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 물에 잠길까 차량 통제로 텅빈 둔치 주차장 ⓒ 최병렬


▲ 하천 둔치 위까지 올라 찼던 거센 물살의 흔적 ⓒ 최병렬

▲ 일시 물에 침수된 안양 덕천마을 반지하 주택 ⓒ 최병렬


집중호우로 인한 물의 위력은 대단했다.

20일 오후 5시 찾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비산대교 다리 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오전내내 집중호우로 내린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간간이 빗줄기가 내리는 안양천에는 누런 황톳물이 둔치 하단의 하천 전체를 가득 메운 채 거세게 하류를 향해 흘러내려 갔다.

하천 둔치의 보행로와 자전거 길. 평소 산보하고 운동하는 주민들로 넘치던 이 길에는 집중호우로 비가 내린 탓인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물 구경(?) 나온 사람과 우산 쓰고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자전거를 탄 몇몇 사람들이 보일 뿐 뻥 뚫렸다.

▲ 황톳물이 거세게 흐르는 안양천 전경 ⓒ 최병렬


▲ 저지대인 덕천마을 물을 배출하는 비산펌푸장 ⓒ 최병렬

▲ 거센 물살에 누워버린 하천 둔치의 꽃밭 ⓒ 최병렬



"물이 많이 빠졌네요."

간간히 빗줄기가 내리는 안양천의 풍경뿐 아니라 배수시설인 펌푸장 건물과 거센 물살에 쓰러진 잡초의 모습까지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이상한지 안양7동 덕천마을쪽에서 계단을 내려온 한 주민이 다가와 말문을 열었다.

"오전에는 하천 둔치 위까지 물이 차올라 올 정도로 대단했는데 금세 물이 빠졌네. 요 정도쯤이야 별 것 아니지요. 날씨도 보니 개일 것 같고 이제 큰 비는 없을 것 같아요."

40대 중년의 이 남성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우산을 함께 쓴 채 넘실넘실 흘러가는 안양천의 누런 황톳물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정겨움을 보였다.

▲ 지방2급 하천 안양천 표지판과 이정표 ⓒ 최병렬

▲ 안양천 본류와 학의천이 만나는 쌍개울 ⓒ 최병렬



▲ 물에 잠겼다 보행이 허락된 학의천 인도교 ⓒ 최병렬



자리를 옮겼다. 안양천 본류와 학의천이 만나는 쌍개울. 거세게 흘러갔던 물살의 위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둔치의 묵직한 대리석 벤치조차 쓰러지고, 예쁘게 심어졌던 꽃들도 물살에 모두 누웠고, 아름다운 길 표지석 앞의 길가에도 물길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 곳은 상류 군포쪽 안양천 본류와 의왕 백운호수에서 평촌을 거쳐 내려오는 학의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저지대가 위치한 안양7동 덕천마을과 인접하고 있어 여름철이면 주민과 공무원들을 긴장케 하는 곳이다. 이 때문인지 걱정스런 표정의 주민들도 눈에 띈다.

특히 하천과 천변 둔치가 가장 가까운 학의천 비산교 하단에는 거센 물길이 지나간 듯 갈대가 쓰러지고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무가지들이 걸려있었다.

▲ 둔치 보행길까지 넘친 거센 물살의 흔적 ⓒ 최병렬


▲ 거센 물살에 넘어진 대리석 받침대 의자 ⓒ 최병렬



▲ 학의천에 남겨진 거센 물살이 지나간 흔적 ⓒ 최병렬



안양소방서 119 상황실 관계자는 "태풍에 따른 국지성 호우로 교통사고나 주택 침수에 대비 비상 상태에 들어갔지만 석수동에서 지하실에 물이 찼다는 신고 외에는 사고 접수가 없었다"면서 "안양시의 재난 및 치수대책이 비교적 완벽한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안양천 상류지역에 제7호 태풍 '갈매기'의 영향이 적어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하천 둔치 일부만이 한때 물에 잠길 정도인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오래 전 큰 홍수를 겪은 바 있는 안양시의 대비력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 기상청은 21일 0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 남부지역과 강원도에 발효했던 호우주의보를 해제했다. 또 태풍 '갈매기'가 20일 오후 6시 소멸됐음을 발표하면서 21일 날씨로는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계속 비가 오다가 낮부터 점차 갤 것임을 예보하고 있다.

▲ 제7호 태풍 '갈매기' 영향으로 물이 불어난 안양천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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