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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둘째날, 구본홍씨 13분만에 발걸음 돌려

YTN 노조 다시 '출근저지'... "사퇴만이 해결책입니다"

등록|2008.07.22 09:38 수정|2008.07.22 09:38

▲ 결국 구본홍씨는 오늘도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YTN 도착 13분만에 다시 되돌아가고 말았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3신 : 22일 아침 8시 10분]

YTN노조 출근저지 이틀째... 구본홍씨 다시 되돌아가

구본홍씨의 YTN 출근은 오늘도 무산됐다. 어제에 이어 두번째다. 구본홍씨는 아침 7시 40분 검은색 에쿠스 자동차를 타고 YTN 후문에 도착했다. 회사측이 제공하는 사장용 차량이다. 구씨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후문앞에 도열해 있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구호가 터져나왔다.

"대선승리 논공행상 구본홍은 물러가라"

어제에 이어 박경석 노조위원장이 구씨 앞을 막고 나섰다. 가만히 조합원들을 응시하고 있던 구씨가 먼저 입을 뗐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습니다. YTN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렵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멉니다. 모든 사원이 다같이 극복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함께 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의사는 충분히 표시됐습니다. 충정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복안도 있습니다. 더 이상의 공백은 안됩니다. 함께 힘든 상황을 극복합시다."

박 위원장이 바로 말을 받았다.

"누구 때문에, 왜 이 직원들이 이 고생을 해야 합니까. 복안이 있다고 하셨습니까?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사퇴하십시오. 사퇴 안하면 이 YTN 건물에 절대 못 들어가십니다. 돌아가십시오."

▲ 구본홍씨가 YTN 후문에 도착하자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한 조합원이 외쳤다. 주주총회 당시 연단에 서있는 선배를 향해 서럽게 울던 그 조합원이다.

"물러나십시오. 물러나시면 우리…,  방송 더 잘 만들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도 올라갈 겁니다."
"옳소~"

손피켓을 들고 조합원들과 나란히 서있던 5~6명의 시민들도 소리쳤다.

"YTN은 국민의 방송입니다. 물러나십시오."

▲ 박경석 노조위원장(맨 왼쪽)과 구본홍씨가 마주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 박경석 YTN 노조위원장과 구본홍씨가 마주 서있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박 위원장과 구씨가 서로 침묵하며 나란히 서있는 사이 잇따라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터졌다.

"드릴 말씀도, 들을 말씀도 없습니다."
"선배 언론인으로 남으십시오. 물러나십시오."
"전체 언론계를 욕보이지 마십시오."
"대선승리 논공행상 구본홍은 물러가라"

박 위원장이 다시 구씨에게 말했다.

"우리 다들 바쁜 직원들입니다. 빨리 올라가서 좋은 방송 만들어야 합니다. 돌아가십시오."

고개를 숙여 숙고하는 듯하던 구씨가 "돌아가겠다. 올라가서 일들 보시라"고 말하며 다시 에쿠스 차량을 타고 떠났다. 이곳에 도착한지 13분만인 아침 7시 53분이었다.

구씨의 출근을 저지한 조합원들은 모두 5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뒤인 9시부터 5층에서 약식 집회를 연 뒤 경영기획실과 보도국장실을 차례로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박경석 위원장은 "(구씨가)당분간 이런 '신사적인' 방식의 출근을 계속하려 할 것이다"며 "우리 조합원들도 당연히 매일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고 이미 70명 단위로 5개조를 짜둔 상태"라고 말했다.

▲ 조합원들의 출근저지에 막히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구본홍씨 ⓒ 오마이뉴스 전관석


[2신 : 22일 아침 7시 35분]

회사측 관계자 줄줄이 내려와... 긴장 고조

아침 7시 35분이 되자 조합원이 지키고 있는 후문쪽으로 회사 관계자들 10여 명이 잇따라 내려왔다. '신호'다. 이를 감지한 조합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문쪽에 있던 시민들도 모두 후문쪽으로 이동했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합원들은 다시 대열을 정비해 앉아 피켓을 번쩍 들었다.

박경석 노조위원장이 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 소리쳤다.

"아무래도 잠시 뒤 구본홍씨가 이 곳에 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긴 싸움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정당하다는 명분 하나였습니다. 그것 하나로 싸웁시다. 그리고 구호는 이렇게 통일합시다. '구본홍은 돌아가라'"

조합원들이 따라한다. "구본홍은 돌아가라."

▲ YTN 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1신 : 22일 새벽 6시 40분]

출근저지투쟁 이틀째... 조합원들 하나둘씩 모여들어

새벽 5시 55분, YTN 근처에는 촛불을 든 시민 한 명과 1인 생중계팀 세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벽 6시 20분이 되자 시민 3명과 조합원 7~8명이 합류했고 계속해서 조합원들이 달음박치며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도착하는 조합원들은 저마다 "왔어?" "안왔어?"라며 궁금한 듯 상황을 묻는다.

6시 40분 무렵에는 30여 명의 조합원이 후문 앞에 도열해 앉았다. 조합원들은 준비된 조끼를 갈아입고 있으며 새벽방송을 마친 일부 조합원은 윗 층 사무실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합류하고 있다.

출근저지 투쟁을 위한 출근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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