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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에게, 한번쯤 휴가를 주는 것은 어떨까?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34]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의 분가로 본 우리들의 현실

등록|2008.07.22 11:21 수정|2008.07.22 11:21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가 드디어 1년 휴가를 나섰다. 이를 두고 ‘가족들이 뿔이 나겠다’ 등 찬반양론이 들끓고 있다. 반대의견은 대다수 가족들 속에서 사랑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자가 1년짜리 휴가를 받아들면서 집 밖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인생을 되찾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정말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한민국의 엄마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은 일상에서 불쑥 불쑥 탈출의 욕구가 일지도 모른다.


한자의 행동이 그리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문제는 그것을 실천을 하느냐, 안 하느냐 일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해 나무라겠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자신의 이름을 잊어먹지 않으려 애를 쓰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엄마로서 살아가지 않은 이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은 더욱더 그러한 삶을 받아들이고 살았기에 한자는 자신의 인생이 헛헛했을 터. 사실 30, 40대의 엄마들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아가는 그 속에서 자아를 찾기란 힘이 든다. 그러니 한자는 어떠했겠는가.

또한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찾을 수도 있었다. 한자가 그것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그것과 별개로 자아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은 남녀 공통 누구에게나 있다. 한자의 남편 일석도 한자에게 이미 고백했다.

그렇다면 한자의 분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한자의 성격이 이상하다고 비판해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대리만족을 시켜주고자 함일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 현실적인 잣대를 내세워 한자의 행동을 비상식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게시판에서는 자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부모의 헌신을 돈으로 계산하려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황상 살펴보면 무조건 엄마라는 이유로 분가는 말이 안 된다는 자식들의 말이 서운해 내뱉은 말이다. “셋이 합쳐 백만 원만 만들어서 용돈 줘. 그동안의 노력에 비하면 파격세일이야”라는 대사를 두고 시청자들은 비난했지만 무조건식으로 엄마를 붙잡아 두려는 자식들에게 쏟아 붙인 말이다.

물론 한자가 이기적인 가족들의 모습이 버거워 거기서 탈출을 소망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40년 동안 의무를 다하고 살았다면 휴가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 한 번쯤 우리들 엄마에게 휴가를 주는 아량은 없는 것일까? ⓒ KBS


권리를 잊어 버린 씁쓸한 현실 속 모습


우리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너무나 의무를 강요받고 산다. 엄마, 아빠, 자식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들 각자의 의무를 강요받고 그렇게 도리를 다하며 살아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거기에는 대가족 제도를 근간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관습이 자리하고 있다. 그 관습에 의해서 각자 자리에 위치해 의무를 다해야만 했다. 부모는 모든 것을 내놓고 희생해야만 했고, 그 희생에 자식들은 보답해야 했다.

물론 그러한 의무를 버린다면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의무라는 것이 강압적인 면이 없지 않았고, 의무와 동시에 권리가 있는데도  둘을 동등하게 내세우지 못했다.

엄마, 아빠, 자식이기 전에 생명을 지닌 인간임을 잊어버린 채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현실 의무를 다하기에도 급급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권리를 스스로 되찾아야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그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환갑이 지난 한자의 그간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살면서 권리를 잊어버린 것은 한자의 책임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라도 그 권리를 주장한다 해서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녀의 행동으로부터 가족 간 구성원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의무를 너무나 강요하기보다는 서로의 권리를 인정해 주면서 의무를 이행할 때 비로소 우리가 원하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한자의 분가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생각할 문제가 있다.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이며, 여성이며, 인생이 있음을. 그 사실을 엄마라는 틀 하나로 가두려 두는 일은 엄마라는 사람들에게 잔인하다는 것을.

극중에서 딸 영수의 결혼생활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이 때문에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엄마는 엄마라서 그러면 안된다는 논리는 엄마라는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엄마라는 사람에게 휴식을 주었더라면 한자가 1년 동안 분가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옆에서 먼저 챙겨주었어야 한다.

엄마대행리얼리티 쇼! 방영하면 안 되나?

이러한 씁쓸한 현실에서 엉뚱한 제안 하나를 해보고 싶다. 물론 이 제안이 현실에서도 가능하겠지만 좀 더 저변적인 인식을 유도하기 위해서 방송계에서 솔선수범해서 프로그램 제작 하나를 기획해주면 안될까 간곡하게 청하고 싶다.

요즘 예능계의 대세가 리얼리티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우리 결혼했어요, 1박 2일 등 전부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역할놀이에 빠지면서 가상부부, 가상가족의 모습들이 리얼리티와 결합되어 방영되는 것이 최근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며 이쯤에서 엄마대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주면 어떨까.

내용은 이렇다. 일반 가정을 섭외해 엄마를 휴가를 보내주고, 결혼 적령기에 여자연예인을 섭외해 엄마가 휴가를 가 있는 동안 주부로서 가상으로 살림을 해보는 것이다. 이제까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최근 시작한 <페밀리 떴다>를 빼고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즉, 엄마에게는 특별한 휴가 이벤트를 마련해 주고, 연예인들이 가상주부로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부엌일과 청소를 하는 등 체험을 통해 서로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연예인들은 엄마로서, 주부로서 삶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엄마의 고마움을 배울 수도 있는 공익적인 부분까지도 갖추지 않을까.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한민국 어머니들에게 잠시잠깐의 휴식을 주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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