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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조계사 방문 막아선 불자 "불교는 죽었다"

[현장] 22일 오후 한승수 총리, 총무원 전격 방문... 시국법회추진위 '침묵시위'

등록|2008.07.22 17:48 수정|2008.07.2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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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법회-스님들의 언쟁 "길은 터야..." ⓒ 김정욱


▲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만난 뒤 돌아가고 있다. ⓒ 김정욱


[2신 : 22일 밤 10시 30분]

한 총리 "오해 풀려고 왔다"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만난 한승수 총리는 약 20여분간 면담했다. 한 총리가 조계사를 유유히 빠져나간 뒤 오후 5시 30분부터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브리핑이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주무담당관은 "단기적 조치는 끝났지만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부분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종교편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무총리 특별 지시가 있어 앞으로 공무원들이 종교편향 관련 물의를 일으킬 경우, 바로 징계회부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박희승 기획차장은 브리핑에서 한 총리 발언 전문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정부 안에서 '알고가'(지도안내시스템) 등의 문제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재발되지 않도록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걱정하시는 것, 오해를 푸시고 앞으로 어떻게든 불교계의 뜻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즘 화두가 소통입니다. 오해를 풀려고 왔습니다. 앞으로 종교 편향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시국법회추진위는 한 총리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23일 저녁 조계사에서 '주권재민과 정교분리의 헌법수호를 위한 시국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이 조계사에서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방문하기 위해 총무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 유성호

[1신 : 22일 오후 5시 50분]

"불교는 죽었다!"


22일 오후 4시 58분, 조계사 경내에 울려퍼진 목소리다. '종교편향'으로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서울 조계사를 방문한 한승수 총리를 막아선 한 불자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서 외친 소리다.

오후 4시 30분께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소속 스님과 불자 20여명은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계단 앞에 삼배를 한 뒤 정좌하고 앉았다. 한 총리가 오후 5시께 조계사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를 막기 위해 나온 것이다.

지난 1일에도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한 총리의 방문을 막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결국 한 총리는 이 소식을 듣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후 4시 40분께 조계종 총무원 소속으로 보이는 흰 장삼 차림 스님 6명이, 침묵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님 2명과 불자 4명을 강제로 들어서 빼냈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 카메라 기자들과 심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흰 장삼 차림의 스님들이 "왜 찍느냐"면서 카메라를 심하게 밀쳤기 때문이다. 

▲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소속 지관 스님과 불자들이 연좌시위를 벌이다가 조계사 총무원 소속인 스님들로부터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연좌시위를 벌이던 6명을 대열에서 빼낸 스님들은 한 총리가 진입할 수 있도록 폭 7m의 파란색 '가이드라인'을 설치했다. 그 옆쪽에는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 6명이 서 있었다.

시국법회추진위는 두 개의 플래카드도 펼쳐 들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라"
"폭력진압 종교편향 어청수 경찰청장 탄핵하라"

오후 4시 58분경, 한 총리가 조계사에 들어왔다. 한 총리는 흰 장삼을 입고 마중 나온 스님 9명과 악수를 한 뒤 가이드라인을 통과했다. 시국법회추진위원들은 몸싸움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이 그 순간 "불교는 죽었다"고 외쳤을 뿐이다.

사진기자들이 한 총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총리를 마중나온 스님들은 "바쁘니까 잡지마라"라고 고성을 질렀다.

계단에 오른 한 총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총무원장실로 들어갔다. 계단 앞에는 아직도 스님 2명과 시국법회추진위원들 12명이 앉아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 총리는 오후 5시 19분에 조계사를 떠났다.

계단 앞에서 농성하고 있던 한 시국법회추진위원은 아무말 없이 떠나는 한 총리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시국법회추진위원들은 한 총리가 떠난 뒤 잠시 앉아있다가 삼배를 한 뒤 물러났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한 총리가 방문한 것에 대해 "우리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과 수배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 총리가 방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래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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