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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메일만 쓰는 나, '한메일' 때문에 놀라다

'다음' 메일 접속 장애 경험담

등록|2008.07.22 22:46 수정|2008.07.22 22:46
'한메일, 너 왜 그랬어?'
묻고 또 묻고 싶었다. 왜 그랬냐고. 하필 꼭 필요한 순간에 불필요한 상황을 만들면 어떡하느냐고. 세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오로지 한 메일만 쓰는 나는 오늘(22일) '한메일'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누가 '다음'을 들쑤시고 다녔나 싶기도 했지만, 그 문제는 나로선 확인할 수 없었다. 하여튼, 무더운 여름 오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후 내내 개인 용무로 바삐 돌아다니던 나는 4시 30분쯤 한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급히 출력할 서류가 있어서였다. 집에 있는 프린터를 사용할 일이 적어서, 필요한 경우가 생길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일 처리를 하곤 했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일에 쓸 서류를 준비해야 할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 들어간 나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앉았다. 10분 정도 짧게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문서 출력만 하는 사람을 위한 컴퓨터였다. 그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다음'에 들어간 나는 그만 "어! 뭐야, 이거 내 거 아닌데…"하며 놀라 자빠질 뻔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다음'에 들어갔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이름 밑으로 다른 사람 메일이 뜨는가 싶더니 확인차 다른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 메일 기록과 다른 사람 메일 기록이 교차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되었고 나는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순간에 당한 '다음' 메일 장애 사고로 디지털 자료실 직원과 사태 파악에 나섰다. 다른 사람 메일 기록과 내 것이 겹치는 것을 확인해주고서 직원용 컴퓨터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그 직원은 내 아이디에 누군가 '장난'을 걸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물론 순전히 예상하는 수준이었다. 어쨌든 공용컴퓨터 문제는 아닌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음'에서 장애 사고가 발생한 데에 대한 공지를 띄웠다. 그것으로 1차 상황은 종료되었다. '다음' 메일에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하는 순간, 도서관 직원과 나 모두 불안한 의구심을 일단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턴 조속한 복구만 바랄 뿐이었다.

할 일을 못 하고 서둘러 집에 온 나는 그런 장애 현상이 아직 해결이 안 된 상황임을 확인했다. 장애 사고가 해결된 시간은, 내 기억으론 5시쯤이었다. 복구된 것을 확인한 나는 일생일대 처음으로 '다음'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는 불통이었다. 사고 난 시각부터 수없이 전화했던 나는 복구 상황을 확인한 후에도 한동안 '다음'과 통화할 수 없었다.

오후 6시를 넘겨 도서관에서 미처 못한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다음'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과 꽤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그쪽에서도 무척 당황해 한 사건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도 안 되고 '다음' 사이트 아래에 있는 '고객센터' 항목도 안 눌러져서 장애 신고나 상황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그쪽에서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 연이어 확인해줄 뿐이었다.

상담원은 다른 사람 메일 기록이 보였어도 실제로 메일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했다. 메일 제목만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너무 놀란 터라 다른 사람 메일을 확인해볼 생각도 못했다. 스팸 메일일 수도 있고, 만일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장난'에 걸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담원은 자신들도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향후에 공지사항을 올릴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다.

'다음'에 놀란 나, 다음부턴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는 걸...

나는 무거운 통화를 마치고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한동안 고민했다. 물론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잖이 놀란 터라, 한동안 이런저런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껏 나는 오로지 '한메일'만 써 왔다. 굳이 여러 메일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한메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메일을 비상수단으로 갖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충격을 이번에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상담원에게 말했던 비상수단은 사실 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했다. 그 충격과 여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다음' 메일 장애 사고에 대한 사과 공지문'오늘(22일) 오후 3시 30부경부터 5시 2분까지 메일 서비스에 일부 접속 장애가 발생했습니다'라며 복구된 사실과 공지사항을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 민종원



'다음'이 사과 공지문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상담원과 통화한 뒤였다. 지금도 오늘 일 때문에 무척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만일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지 못했으면 당장 내일부터 모든 게 꼬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늘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상담원과 한 통화를 마칠 즈음, 나는 이번 사고에 대해 '다음'이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무척 당황스럽고 황당했으며 심각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와 같이 대책 없이(?) 살아온 사람에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을 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책 없는 나도 문제였다 싶긴 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고를 낸(!?) '다음'에 심하게 놀란 것만은 사실이다.

얼추 비상사태가 정리된 뒤에 적는 이 글을 살펴보며 다시금 '다음'의 분발을 촉구해본다.  또한, 최종 공지사항에 '다음' 이용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담긴 사과문이 향후 대책과 함께 게재되었으면 한다.

한편, 나는 아무래도 이참에 비상용 메일을 따로 만들어야 할 듯하다. 정말이지 너무 놀랐기에. 지금 나는 종합 비상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심 중이다!
덧붙이는 글 본문에 제시한 각 시간대는 제 기억에 의존해 적은 것으로 정확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매체 및 '다음' 사과 공지문을 종합해 볼 때 제가 파악한 시간대도 전체 상황에서 크게 벗아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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