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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영 편입학 지원자 중에 'CPA 합격자'까지 있다

'고(高)스펙'의 명문대생들, 더 나은 학벌 위해 연세대 편입 시도

등록|2008.07.22 22:32 수정|2009.05.20 20:13
대한민국을 흔히 학벌사회라고 한다. 부, 명예처럼 '학벌' 역시 상대적인 개념이다. 절대적인 만족수치가 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더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고 편입을 시도한다.

편입은 크게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으로 분류된다. 일반편입은 전적대학에서 2학년, 즉 4학기를 마치고 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학사편입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학하는 제도이다.

서울대는 학사편입제도만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다시 다른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회비용 등을 계산해봤을 때 분명 모험일 수도 있다. 선택은 전적으로 지원자의 몫이다. 편입을 희망하는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 기회 그리고 학벌 등 편입을 통해 얻는 이점들의 총합이 전적대학 졸업 후 받을 수 있는 임금, 경력 등의 기회비용의 합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편입에 도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편입 희망자들은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일반편입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일반편입제도가 없는 서울대를 제외하고, 대개 연세대와 고려대가 일반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의 최고 목표대학으로 설정되곤 한다.

인문계 기준에서 단연 연세대 경영학과의 인기가 가장 높다. 고려대 법학과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법학과 편입학을 더 이상 받지 않아, 편입 지원자들 사이에서 연세대 경영학과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그렇다면 연세대 경영학과에 편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내공을 갖고 있을까? 연세대 편입에 관한 정보를 가장 용이하게 얻을 수 있는 다음 카페 '연대편입'에 들어가 봤다. 회원수가 2만 명에 육박하는 큰 규모의 사이버 공간이었다.

이 카페에 신규 가입한 한 학생은 "대형 편입학원에서는 여러 대학 지원자를 고려해야 하기에, 특정 대학에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해주기 쉽지 않다"면서 "연대는 전형방법 자체가 전공 시험을 보는 등 여타 대학과 많이 다르기에, 이 카페를 찾게 됐다"라며 가입인사 겸 등업신청('등급 업(UP) 신청'의 준말: 게시판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 등급을 갖춰야 하기에 등급 업이 필요하다)을 했다.

연세대의 편입학 전형은 전공필기시험 점수(100점)와 서류평가점수(50점)를 합산하여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원자들 사이에서 '서류평가점수'에 대한 각종 루머나 추측들이 끊이지 않는다.

"연세대는 전적대의 수준을 많이 본다"면서 "서울 시내 상위 몇 개의 학교 학생이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대학을 준비하라"는 말까지 떠돈다. 학점이 높아도 지방대 학생이면 서류평가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연세대 경영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게시판에는 "제 스펙 좀 평가해주세요"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댓글도 많이 달린다. 스펙이란 'specification'에서 나온 신어(新語)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게시판에서 '스펙'은 전적대학의 레벨, 학점, 봉사활동 혹은 인턴경력, 자격증, 어학점수 등을 뜻한다.

흔히 '고(高)스펙'은 말 그대로 높은 스펙을 보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주목할 점은 연세대 경영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스펙이 당장 취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스펙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굳이 '연세대'라는 타이틀을 따지 않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학교에 재학 중이고, 학점과 토익점수도 높고 간혹 CPA(공인회계사) 합격자까지 있다.

신촌의 명문 S대학 경영학과에 4점대 학점, CPA 소지자가 지원을 하는가 하면 혜화동의 S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토익 980점의 학생이 지원을 하기도 한다.

▲ '스펙 평가'에 관한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는 연대편입 카페 ⓒ 연대편입 카페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연세대 경영학과의 학생들도 모두가 CPA에 합격하거나 토익이 만점에 수렴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자신들이 원래 소속되어 있는 학교를 졸업해도 충분히 유수 회사에 취직이 가능할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부터 (연세대 경영학과가) 로망이었다"거나 "학벌은 우리나라에서 죽을 때까지 간다. 한 단계라도 높은 대학의 졸업장이 중요하다"는 등의 인식이 만연해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CPA에 합격해도 삼일회계법인 등 메이저 회계법인에 입사하려면 학벌의 힘이 중차대하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적성이나 진로와 상관없이 오직 학벌만을 얻기 위해 편입에 도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허나 이들을 '학벌지상주의자'라고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학벌은 상대적인 개념이고, 정해진 제도 아래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편입학에 성공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고스펙자들 사이에서 바늘구멍보다 좁은 편입의 문을 통과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가 선사되는 것은 아니다.

어학실력이 우수하고, 전적대학에서 학점이 높았고 CPA 등의 고급자격증까지 소지하고 있어도 편입생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2년 늦게 들어왔기에, 기존의 학생들과 동류의식이 옅을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학과 생활, 동아리 활동 등에서 멀어질 여지가 있다. 또한 편입학도 입학제도의 부분집합이기에 신입학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는데,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 못했던' 학생으로 치부하거나 '뭔가 쉽게 들어 온 사람'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어 힘들어 하는 편입생이 많다고 한다.

편입 후 인간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 카페에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대다수 편입 지원자들의 입장에서 이런 고민은 합격 후의 일이기에 '배부른 고민'이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되지 않나"라는 차가운 반응도 많다.

'연상고법(연대는 상대를, 고대는 법대를 알아준다)'이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로 경영대를 비롯한 연세대 상경대학의 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로, 연대 경영학과에 입학(그것이 신입학이든 편입학이든)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CPA 합격자까지 편입에 도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다.

고스펙 지원자가 많다는 것도, 편입 후 생활이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것도 연세대 편입 지원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편입을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대편입 카페에는 자신의 스펙을 평가해달라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 '연대편입' 다음카페 ⓒ 연대편입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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