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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붕괴, 교원평가, 자사고... 교육감 후보들은?

[토론회] 주경복 후보에 대한 견제 거세... 공정택, 김성동 후보는 '일정상 이유'로 불참

등록|2008.07.22 21:59 수정|2008.07.28 10:59

▲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시교육청 교육감후보 초청 토론회가 22일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전국교육경영직불자연합회 등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정택 후보와 김성동 후보는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비록 후보들 간의 상호 토론은 시간이 부족한 탓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각 후보들은 발언 때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시민들에게 '촛불 교육감'으로 인정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에 대한 견제가 거셌다.

또 각론 때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 학력평가제, 자립형 사립고 및 고교다양화 문제, 영어교육 등에 대해서는 현저히 다른 시각차를 보여주기도 했다. 후보들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길어야 2분이었고 짧으면 30초였지만,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겨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후보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충분히 풀어내지 못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무너지는 공교육] '입시지옥'은 동의하지만 해법은 각양각색

후보들은 모두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지만, 후보들의 성향에 따라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크게 차이를 보였다.


주경복 후보는 "공교육 황폐화의 원인은 현재 입시교육 제도"라며 "이로 인해 점수따기식 경쟁이 이뤄지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주 후보는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0교시, 야간자율학습을 강화하고 대형학원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공부를 시키고 있지만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핀란드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놀 땐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는 한국형 협동 수업모델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후보는 "공교육 회복을 위해서는 아이들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경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창의형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교원평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만 후보는 "평등 교육 이념을 잘못 도입한 탓에 공교육이 무너졌다"며 "교육의 기회균등은 살리되 학생들의 교사 선택권, 교사의 교장 선택권,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최대한 확보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장옥 후보는 "공교육이 무너진 것은 교사가 노동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교사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8시간 노동을 강조하는 등 성직자의 마음과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잃어버렸다"며 교사로서의 마음가짐 회복을 강조했다.

[자사고·고교다양화 정책] "파행운영 특목고 정상화 조치 취해야" 한목소리

현 정부의 자사고 및 고교다양화 정책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해법은 갈렸다.


▲ 박장옥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창의형 자율학교 확대'를 주장한 이인규 후보는 "창의형 자율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다"며 "국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과 다르고, 추천제 입학이 이뤄져 또 다른 입시교육 폐해가 없다"고 현 자사고 및 고교다양화 정책과 차이를 뒀다. 또 특목고 신설을 억제하는 한편, 파행 운영되는 특목고에 대한 정상운영을 위한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주경복 후보는 "사교육비 증가가 될 수 있고 실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의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영만 후보는 자신의 서울과학고등학교 교감 수행 경험을 제시하며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문제가 안 되는데 한 사람 때문에 만 명이 잡아먹힌다면 문제"라며 자사고 및 고교다양화 정책에 대한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는 "특목고 및 자사고들이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 교육청이 감시하며 파행적 운영이 될 경우 문제 학교를 과감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장옥 후보는 "경쟁논리를 도입한 고교 자율화 조치는 진행되어야 하지만 특목고 선발전형에 교육청이 감독권을 행사해 특목고 입시전형 변화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를 덜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현장경험상 외고나 과고에 가면 애들이 대학입시에 더 불리하다"며 특목고에 대한 학부모들에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원어민 교사 확충] 주경복, "이명박 정부 계획대로는 다른 투자영역 소외돼" 

주경복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 대다수는 영어교육 강화를 위한 원어민교사 확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 적용 폭에 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었다.


▲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이인규 후보는 "원어민 교사 확충 문제는 찬성하지만 어느 정도 협의가 필요한 것 같다"며 "차라리 학생들이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원어민 교사 확충에 드는 재정을 영어권 국가 내 학생들과 교환학생제도를 위해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박장옥 후보는 "은서초등학교에서 대학 기숙사를 방학 동안 빌려 영어마을을 시행한 바 있었는데 효과가 좋았다"며 원어민 교사 확충 및 영어마을 제도를 제안했다.

이영만 후보는 "원어민 교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인 영어교사를 상대로 '몰입교육'을 하면 원어민 교사보다 훨씬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며 "일본에서도 동일한 제도가 확대 중이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도 이를 단기간 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2의 대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주경복 후보는 "원어민 교사 확충 문제는 그 폭과 배치 시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금도 영어교육 중 원어민 교사 인건비로 총 재정의 40%가 소요되고 있는데 원어민 교사를 이명박 정부 안 대로 100% 확충한다면 투자해야 할 다른 영역이 소외된다"고 비판했다.

또 주 후보는 "언어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외국어-모국어의 관계, 영어가 아닌 외국어와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비과학적인 영어 교육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급식 문제] 이인규, "직영농장 제휴, 미 쇠고기 등 먹거리 안전 보장하자"


최근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문제부터 식중독 사태까지 매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학교 급식에 대한 의견에서도 미묘하게 의견이 갈렸다.


▲ 이인규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주경복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등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2~3개 교육청을 하나로 묶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해 재정 등은 교육청에서 지원하되 급식제공은 학교가 하는 직영급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인규 후보 역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서울시 교육청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따로 시행하고 직영농장과의 제휴를 통해 급식 자재를 공수해 와 일선 학교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직영이 어려운 학교를 돕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급식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만 후보는 "급식과 관련한 전문가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선결조건"이라며 "직영 급식의 경우 현재 교장에게 급식문제를 떠넘기는 결과와 비리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장옥 후보는 "사실상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돼 있는 대형 학교의 경우 직영이 불가능하다"며 "대형 학교는 위탁 급식으로 가고 타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박 후보는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길거리에 나가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며 "그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양식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이영만, "정식 교과서도 문제, 검증된 역사만 가르쳐야"

일제강점기 역사를 근대화 과정으로 기술하고, 군부독재정부에 면죄부를 준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에 대한 토론에서는 각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이영만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주경복 후보는 "그들의 역사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보수세력이라 자칭하는 이들이 일본에 대해서 관대하고 심지어 왜곡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통령 역시 국가정체성을 지키며 호혜적인 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뀐 경우가 많다"며 독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인규 후보 역시 "일제강점기 역사를 근대화론으로 왜곡하고 해방 및 근대화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군부독재를 합리화한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에 대한 심한 분노를 느낀다"며 "교육감으로서 절대 인정할 필요 없고 대안 교과서를 정식 교과서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는 다른 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장옥 후보는 "지난 정부들이 역사교육을 선택제로 바꾸면서 역사교육을 약화시키고 어떤 교사는 6·25 전쟁을 북침전쟁이라고 가르친다"며 "국경일 하루 전날에는 학교 내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등 학생들의 애국심과 국가관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만 후보는 논란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박 후보와 비슷했다. 이 후보는 "정식 역사 교과서에도 문제가 있다"며 "한쪽으로 유도하는 얼빠진 역사교육 대신 정확하게 검증된 역사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평가제] 박장옥, "종합적인 교원평가제 필요, 부적격 교원은 퇴출시킬 것"

▲ 주경복, 이인규, 박장옥, 이영만(오른쪽부터)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이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후보 초청토론회를 마친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는 유보 입장을 밝히고 있는 주경복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거셌다.

이인규 후보는 "제3의 교원평가모형 마련과 연수제도 내실화"를 주장한 주 후보를 향해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후보는 "교원평가제는 수업만족도 평가에 불과하고 그것을 해야 학생한테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며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은 교사들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영만 후보 역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교원평가제를 통해 '특급교사'를 선정해 동상을 세운다"며 "교장과 교감까지 교원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교원평가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장옥 후보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교원단체는 교장, 교감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해 일부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데 그것은 자신이 없다는 뜻"이라며 "외부인사 11명을 위촉해 교장, 교감이 내린 교원평가를 시행해본 결과 결과는 똑같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후보는 "수업만 평가하는 것이 아닌 교사가 인성·생활 지도에 앞장서고 있는지 등 종합적 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원을 교육청 내 평가위원회를 통해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 ⓒ 오마이뉴스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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