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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7)

― ‘행복의 잔’, ‘가을의 일’, ‘식사 장소까지의 거리’ 다듬기

등록|2008.07.23 19:16 수정|2008.07.23 19:16
ㄱ. 행복의 잔

.. 아이들에게 행복의 잔을 들이마시고 어른을 신뢰할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  《야누쉬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64쪽

 ‘신뢰(信賴)할’은 ‘믿을’로 다듬습니다.

 ┌ 행복의 잔을 들이마시고
 │
 │→ 행복스런 잔을 들이마시고
 │→ 행복이라는 잔을 들이마시고
 └ …

 “행복이라는 잔” 또는 “행복스런 잔”으로 다듬어 보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행복의 잔”이라고 적으면서 나타내려는 뜻이 두루뭉술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나타낼까요. 행복이 어떻다는 소리일까요. “행복이 담긴 잔”을 들자는 소리일까요. “행복으로 가득한 잔”을 들자는 소리일까요.

 ‘행복(幸福)’을 ‘즐거움’이나 ‘기쁨’이라는 낱말로 풀어내어, “즐거움이 넘치는 잔”이나 “기쁨이 가득한 잔”처럼 다듬으면 어떠할는지요.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우리 말을 헤살 놓지 말고, 알뜰하고 알맞게 추스르면서.

ㄴ. 가을의 일

..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  《쇼지 사부로/정필화 옮김-새와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특수교육,1990) 177쪽

 ‘작년(昨年)’은 ‘지난해’로 다듬어 줍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으로만 다듬어서 ‘지난가을’로 적어도 좋습니다.

 ┌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
 │→ 지난해 가을 일이었다
 │→ 지난해 가을에 있던 일이다
 │→ 지난가을 일이다
 │→ 지난가을에 있던 일이다
 └ …

 가을에 있던 일이라면 “가을에 있던 일”로 적으면 됩니다. 기을에 겪은 일이라면 “가을에 겪은 일”로 적고요.

― 지난가을이었다

 한 마디로 고쳐쓰자면, “지난가을이었다”입니다. “지난봄이었다”라든지 “지난겨울이었다”처럼 적으면서 손쉽게 적어도 됩니다.

ㄷ. 아침 식사 장소까지의 거리

.. 잠자리에서 아침 식사 장소까지의 거리는 1마일이다 ..  《알도 레오폴드/송명규 옮김-모래 군의 열두 달》(따님,2000) 111쪽

 “아침 식사(食事)”는 “아침밥”이나 “아침”으로 다듬고, ‘장소(場所)’는 ‘곳’이나 ‘자리’로 다듬습니다.

 ┌ 아침 식사 장소까지의 거리는
 │
 │→ 아침밥 먹는 곳까지는
 │→ 아침을 먹는 곳까지는
 └ …

 잠깐 생각해 봅니다. “아침 식사 장소” 같은 말처럼 “점심 식사 장소”와 “저녁 식사 장소”라는 말을 쓸까 하고. 음, 저 같은 사람이야 이런 말은 조금도 쓰지 않습니다만, 회사원이나 공무원들 가운데에는 제법 쓰겠구나 싶습니다.

 ┌ 아침 먹는 곳
 ├ 낮밥 먹는 곳
 └ 저녁 먹는 곳

 밥을 먹는 곳은 말 그대로 “밥먹는 곳”입니다. 한 낱말로 줄여서 ‘밥터’나 ‘밥자리’로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은 ‘밥’이라고 하기보다는 ‘식사(食事)’라고 말하고 있기에, ‘아침밥’이 아닌 ‘아침 식사’가 되고, “아침밥 먹는 곳”이 아닌 “아침 식사를 하는 장소”처럼 되어 버리는구나 싶어요. 잘못 뿌린 말씨 하나가 자꾸만 잘못을 퍼뜨립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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