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적' 없애야 말 된다 (82) 거시적

― '거시적으로 보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듬기

등록|2008.07.24 17:25 수정|2008.07.24 17:25
ㄱ. 거시적으로 보면

.. 주변의 농지를 보는 범위에서 틀림없이 이러하지만, 멀리 세계를 볼 때 자연이 제공한 그대로의 지형에 아무런 개량을 가하지 않은 채 농경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다 … 현재 지구상의 인구분포를 거시적으로 보면, 표토의 식량생산력이 높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하여 있다 ..  <소농>(쓰노 유킨도/성삼경 옮김, 녹색평론사, 2003) 82, 87쪽

 “주변(周邊)의 농지(農地)”는 “둘레 논밭”으로 손보고, ‘범위(範圍)’는 ‘테두리’로 손봅니다. “자연이 제공(提供)한 그대로의 지형(地形)에”는 “자연이 내어준 땅에 그대로”로 다듬고, “아무런 개량(改良)을 가(加)하지 않은 채”는 “아무런 손을 대지 않은 채”로 다듬으며, “농경(農耕)이 이루어지는 사례(事例)”는 “농사를 짓는 일”로 다듬습니다. “지구상(-上)의 인구분포(人口分布)를”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로 손질하고, “표토(表土)의 식량생산력이 높은 지역(地域)”은 “곡식을 거두기에 좋은 겉흙이 많은 곳”으로 손질합니다. “인구가 밀집(密集)하여 있다”는 “몰려 있다”나 “몰려 살고 있다”로 고쳐 줍니다.

 ┌ 거시적(巨視的)
 │  (1) 사람의 감각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   - 거시적 물체 / 거시적인 현상
 │  (2) 사물이나 현상을 전체적으로 분석ㆍ파악하는
 │   - 거시적 차원 / 눈앞의 일만 챙기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고 대비하여라
 ├ 거시(巨視) : 어떤 대상을 전체적으로 크게 봄
 │
 ├ 지구상의 인구분포를 거시적으로 보면
 │→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두루 보면
 │→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 …

 보기글 앞쪽을 보면, “멀리 세계를 볼 때”로 적습니다. 뒤쪽을 보니 “거시적으로 보면”으로 적습니다.

 ┌ 거시적으로 보면 (x)
 └ 멀리 보면 (o)

 잘 쓸 줄 아는 말투면 잘 쓸 줄 아는 대로 써 주어야 알맞습니다. 아직 잘 쓸 줄 모른다면 글쓰기와 말하기를 좀더 배워야 합니다. 전문 갈래 지식이 있어도 전문 갈래 지식을 알맞는 말과 글에 담아내는 솜씨가 없다면, 이러한 솜씨를 기르는 공부를 따로 해야 합니다. 수학과 영어를 잘 가르치는 재주만 있다고 해서 교사가 될 수 없어요. 자기가 익힌 수학 지식과 영어 지식을 아이들한테 더욱 손쉽고 알맞춤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따로 익혀야 비로소 교사 노릇을 할 자격이 주어져야 합니다.

 ┌ 거시적 물체 → 눈에 보이는 물체
 ├ 거시적인 현상 → 눈에 보이는 일
 ├ 거시적 차원 → 넓은 테두리
 └ 거시적으로 보고 대비하여라 → 넓게 보고 맞이하여라

 생각을 키우는 한편, 말을 키워야 합니다. 마음을 넓히는 한편, 글을 넓혀야 합니다. 지식을 늘리는 한편, 지식을 담아낼 말도 늘려야 합니다. 전문 갈래로 깊이 파고드는 한편, 전문 갈래 지식을 이웃과 넉넉히 나눌 수 있도록 글쓰기도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못난이가 되거나 바보가 되고 맙니다.

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공은 태양이라는 거대한 불덩이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 ..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리처드 파인만/정무광,정재승 옮김, 승산,2008) 19쪽

 ‘관점(觀點)’이란 ‘보는 눈’입니다. 이리하여 “무슨 관점에서 보자면”처럼 적으면 겹치기입니다. “무슨 관점에서”라 하거나 “어떻게 보자면”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태양(太陽)’은 ‘해’로 고치고, ‘주변(周邊)’은 ‘둘레’로 고쳐 줍니다.

 ┌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
 │→ 크게 보자면
 │→ 넓게 보자면
 │→ 큼직하게 보자면
 │→ 널리 보자면
 │→ 마음을 열고 보자면
 └ …

 크게 보는 눈은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눈입니다. 좁게 보는 눈은 마음을 닫고 바라보는 눈입니다.

 넓게 보는 눈이니 넉넉하게 바라보는 눈입니다. 작게 보는 눈은 모자라거나 어리숙하게 바라보는 눈입니다.

 널리 보는 눈이니 자기 품으로 고이 껴안는 눈으로 거듭납니다. 꾀죄죄하게 보는 눈이니 껴안지도 어깨동무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스스로 고인 물이 되고 맙니다.

 널찍하게 보는 눈으로 새로워질 수 있으면 생각도 트고 마음도 트고 말도 틀 뿐더러 세상을 트는 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좁다랗게 보는 눈으로 자기 뒷걸음을 하면 생각도 좁아지고 마음도 오그라들며 말도 막힐 뿐더러 세상을 어둡게 닫아걸고 마는 눈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습니다.

 말하기 앞서 바라보기입니다. 글쓰기 앞서 헤아리기입니다. 이야기로 엮어내기 앞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