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점심, 팥 칼국수 어때요?
아내와 함께 맛있게 만들어 먹은 고소하고 달콤한 팥 칼국수
▲ 고소하고 달콤한 팥 칼국수 ⓒ 이승철
"여보!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는데 팥 칼국수 어때요?"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내가 미리 예매해 온 영화 <놈놈놈>(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그냥 쉽게 이르는 말)을 가까운 영화관에서 조조로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불감청이언정고소원'이라고 했던가. 얼마나 반가운 말인데 그걸 어찌 사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맛보았던 그 고소하고 달콤한 팥 칼국수라니, 갑자기 입안에 사르르 떠도는 감미로운 맛이 새삼스럽게 입맛을 자극했지요.
집에 돌아와 보니 붉은 팥은 이미 물에 담가 불려 놓았더군요. 아내는 미리 점심으로 팥 칼국수를 생각해 두었던 모양입니다. 곧 팥을 압력밥솥에 넣고 삶았습니다. 팥이 익는 동안 밀가루 반죽을 해서 둥글넓적하게 밀어 칼로 썰어 국수를 만들었지요.
물론 저도 한 몫 거들었지요. 이 나이에 아내 혼자 만들어 주는 걸 받아먹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늘그막의 백수남편들 모두 저와 같지 않나요? 아내가 곰국 끓이면 눈치를 살핀다는데요, 하하하. 그래서 반죽하는 것도 도와주고 방망이로 미는 것도 도와줬지요.
삶아낸 팥을 물에 담가 껍질을 벗겨낸 다음 손으로 잘 으깨어 조리용 철사얼망으로 걸러냅니다. 냄비에 적당히 물을 부어 섞어 간을 맞춘 다음 다시 끓입니다. 팥 국물이 펄펄 끓고 있을 때 칼국수를 넣고 다시 한 번 더 끓여내면 고소하고 달콤한 팥 칼국수가 완성됩니다.
▲ 반찬은 시원한 열무물김치 하나면 충분합니다 ⓒ 이승철
참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쉽게 끓여 먹는 방법도 있다고 하네요. 첫째 팥을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낼 필요 없이 그냥 믹서에 넣고 잘 갈아서 바로 끓이는 방법입니다. 둘째 칼국수 만드는 것이 귀찮으면 만들어 놓고 파는 칼국수를 사다가 바로 끓여먹는 방법이지요.
이렇게 끓인 팥 칼국수를 먹을 때는 많은 반찬이 필요없습니다. 열무물김치 하나만 놓고 먹어도 맛이 그만이니까요. 뜨거운 팥 칼국수와 시원한 열무물김치, 절묘한 어울림 아닙니까? 팥 칼국수가 입안에서 뜨거울 때는 열무 물김치 한 숟갈로 식혀가며 뚝딱 한 그릇,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팥 칼국수로 점심 한 끼 거뜬히 해치웠지요.
아내는 본래 손이 큰 편이어서 둘만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은 절대 만들지 못합니다. 몇 그릇 더 만들어 앞집과 위층 할머니. 그리고 아래 층 또래 아주머니랑 네 집이 함께 나눠 먹었지요. 비오는 날 점심으론 팥 칼국수가 그만입니다. 내일 점심에 한 번 만들어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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