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990형’ 영어알파벳과 숫자, 한글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10년을 나와 동고동락한 단말기다. 그 해 5월, 그러니까 1998년 7월(?), 10년 전이라 정확히 7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놈과 나는 30만원(월급 70만원이었던 나에게는 엄청난 금액)을 통하여 하나가 되었다.
SCH-990형 단말기는 숱한 고초를 당했다. 괴팍한 주인 성격 때문에 방바닥에 던져지는 수모를 겪었다. 방바닥에 처박힌 단말기는 배터리와 몸체가 분리되어 버린다. 결국 SCH-990형 주인인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주인님 제발 성격 좀 너그럽게 하세요. 기분 나쁘다고 저를 던지면 어떻게 합니까? 월급 절반짜리인데 방바닥에 내팽개쳐질 정도 밖에 안 되나요?"
"무엇이라고, 월급 절반짜리라고. 이놈이 주인 마음이지 단말기 주제에."
"아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눈이 있으면 한 번 보세요. 몸체와 배터리가 분리된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요? 단말기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 미안하다. 다시는 던지지 않을게."
SCH-990형 녀석 말을 듣고 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 후로는 던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놈과 영원한 이별을 고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2004년 10월. 매주 월요일마다 공부모임을 하는 목사님들과 함께 지리산 등반을 했다.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데 엄청나게 비가 왔다. 변화무쌍한 산 날씨라고 하지만 엄청난 비 앞에서 노고단 정상을 뒤로 하고 서둘러 내려오고 있는데 애절한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저 힘들어요!"
"누구야?"
"SCH-990형이에요. 액정이 이상해요. 숨도 막히고. 어떻게 좀 해보세요."
아차! 주머니에 단말기를 넣고 그 엄청난 비를 맞은 것이다. 단말기가 비에 젖으면 고장 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하여 고장을 방지해야 하는 것도 모르고, 빨리 내려오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액정이 이상하다는 말에 얼른 단말기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액정은 이미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희미해진 액정이 점점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시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인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방바닥에 던지는 버릇은 고쳤지만 이제 액정을 죽였으니 어떻게 하실 거예요. 비오는 날 주머니에 단말기가 있으면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시키는 것은 기본 상식 아니에요?"
"액정이 사라져서 화나는데 자꾸 화나게 하지마라. 6년 동안 같이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해야지. 다른 주인들은 단말기 1년에 한 번 교체한다고 하더라. 너는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6년 동안 지긋지긋했는데 잘 됐다. 잘 됐어. 이제 너하고는 끝이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방바닥에 던지고, 비를 맞게 하는 주인과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옆에 있던 목사님들이 빨리 분리시켜 말리면 액정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분리시켰지만 죽어가는 액정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 날 밤 단말기는 사라진 액정 때문에 끙끙 앓았다. 자기 몸이 깨어졌는데 단말기라고 아프지 않겠는가? 주인 잘못 만나 정말 고생만 시켰다. 그 날 밤 나 역시 엄청난 비를 맞은 때문인지 감기에 걸려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결국 6년 동안 동고동락한 그놈과 나는 아픈 것도 같이 하게 되는 모양이다.
아침 일찍 단말기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액정 절반가량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SCH-990형! 액정이 조금 살아났어. 살아났다고."
"새벽에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액정이 살아난 이유를 알겠네요. 앞으로는 비 맞지 않게 해주세요."
"알았어."
액정이 절반 가량 돌아왔지만 문자 메시지가 문제였다. 전화 거는 것과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절반만 살아난 액정으로는 문자 메시지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SCH-990형 문자가 절반 밖에 보이지 않는데.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 받을까?"
"좋아요! 단말기 교체하면 돈도 많이 들고, 액정 수리만 하면 얼마 들지 않잖아요."
"야 너도 나하고 정이 많이 든 모양이다. 단말기 교체하지 말고 액정 수리하라고 하니?"
"6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정들지 않으면 이상하죠."
서비스센터에 가니 액정 수리비로 5만원이 든다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을 그때 알았다. 돈 조금 더 보태면 새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다는데 수리할 마음이 사라졌다.
"어이, 액정 수리하는데 5만원이래. 돈 조금만 더 보태면 새 단말기 살 수 있다. 그냥 단말기 교체해버릴까?"
"…!"
"왜 말이 없어."
"주인님 마음대로 하세요. 6년 동안 저를 사용해준 것도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은 1년, 2년에 바꾸고, 몇 개월마다 단말기 교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버려도 원망하지 않겠어요."
SCH-990형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정도 많이 들었고, 액정이 절반이라도 살아있으니 문자메시지를 완전히 확인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그냥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우리 같이 살자. 단말기 교체도, 액정 수리도 하지 말고 같이 살자."
"주인님 진심이네요?"
"그래 6년을 같이 살았는데 다른 단말기와 같이 살기 힘들 것 같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벌써 4년이 지났다. 이제는 액정만 문제가 아니라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가 접촉이 잘 되지 않아 몸체와 배터리를 테이프로 감았다. 테이프로 감았지만 한 번씩 접촉이 되지 않아 전화를 받으면 전원이 꺼질 때도 있다. 통화 중에는 상대방 목소리는 들리는데 상대방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불평이다. 결국 유선전화로 통화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테이프로 감은 단말기, 10년 동안 쓴 단말기를 보고 제수씨가 마음이 아팠는지 얼마 전 번호 이동을 한 단말기를 나에게 주었다. 시골집이 번호를 이동한 통신사 전파가 잘 미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통신회사가 달랐다. 번호 이동만 하면 제수씨가 준 단말기를 쓸 수 있었지만 번호 이동을 하기 싫었다. 어쩌면 10년 동안 같이 살았던 SCH-990형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수씨가 준 단말기는 아이들 장난감이 되었다.
마음을 먹었다. SCH-990형이 완전히 망가져, 도저히 쓸 수 없을 때까지 같이 살기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비난받을지라도, 나는 내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와 SCH-990형 단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SCH-990형 단말기는 숱한 고초를 당했다. 괴팍한 주인 성격 때문에 방바닥에 던져지는 수모를 겪었다. 방바닥에 처박힌 단말기는 배터리와 몸체가 분리되어 버린다. 결국 SCH-990형 주인인 나에게 한 마디 했다.
"무엇이라고, 월급 절반짜리라고. 이놈이 주인 마음이지 단말기 주제에."
"아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눈이 있으면 한 번 보세요. 몸체와 배터리가 분리된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요? 단말기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 미안하다. 다시는 던지지 않을게."
SCH-990형 녀석 말을 듣고 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 후로는 던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놈과 영원한 이별을 고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2004년 10월. 매주 월요일마다 공부모임을 하는 목사님들과 함께 지리산 등반을 했다.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데 엄청나게 비가 왔다. 변화무쌍한 산 날씨라고 하지만 엄청난 비 앞에서 노고단 정상을 뒤로 하고 서둘러 내려오고 있는데 애절한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저 힘들어요!"
"누구야?"
"SCH-990형이에요. 액정이 이상해요. 숨도 막히고. 어떻게 좀 해보세요."
아차! 주머니에 단말기를 넣고 그 엄청난 비를 맞은 것이다. 단말기가 비에 젖으면 고장 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하여 고장을 방지해야 하는 것도 모르고, 빨리 내려오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액정이 이상하다는 말에 얼른 단말기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액정은 이미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희미해진 액정이 점점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시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인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방바닥에 던지는 버릇은 고쳤지만 이제 액정을 죽였으니 어떻게 하실 거예요. 비오는 날 주머니에 단말기가 있으면 몸체와 배터리를 분리시키는 것은 기본 상식 아니에요?"
"액정이 사라져서 화나는데 자꾸 화나게 하지마라. 6년 동안 같이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해야지. 다른 주인들은 단말기 1년에 한 번 교체한다고 하더라. 너는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6년 동안 지긋지긋했는데 잘 됐다. 잘 됐어. 이제 너하고는 끝이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방바닥에 던지고, 비를 맞게 하는 주인과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옆에 있던 목사님들이 빨리 분리시켜 말리면 액정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분리시켰지만 죽어가는 액정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 날 밤 단말기는 사라진 액정 때문에 끙끙 앓았다. 자기 몸이 깨어졌는데 단말기라고 아프지 않겠는가? 주인 잘못 만나 정말 고생만 시켰다. 그 날 밤 나 역시 엄청난 비를 맞은 때문인지 감기에 걸려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결국 6년 동안 동고동락한 그놈과 나는 아픈 것도 같이 하게 되는 모양이다.
아침 일찍 단말기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액정 절반가량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SCH-990형! 액정이 조금 살아났어. 살아났다고."
"새벽에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액정이 살아난 이유를 알겠네요. 앞으로는 비 맞지 않게 해주세요."
"알았어."
액정이 절반 가량 돌아왔지만 문자 메시지가 문제였다. 전화 거는 것과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절반만 살아난 액정으로는 문자 메시지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SCH-990형 문자가 절반 밖에 보이지 않는데.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 받을까?"
"좋아요! 단말기 교체하면 돈도 많이 들고, 액정 수리만 하면 얼마 들지 않잖아요."
"야 너도 나하고 정이 많이 든 모양이다. 단말기 교체하지 말고 액정 수리하라고 하니?"
"6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정들지 않으면 이상하죠."
서비스센터에 가니 액정 수리비로 5만원이 든다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을 그때 알았다. 돈 조금 더 보태면 새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다는데 수리할 마음이 사라졌다.
"어이, 액정 수리하는데 5만원이래. 돈 조금만 더 보태면 새 단말기 살 수 있다. 그냥 단말기 교체해버릴까?"
"…!"
"왜 말이 없어."
"주인님 마음대로 하세요. 6년 동안 저를 사용해준 것도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은 1년, 2년에 바꾸고, 몇 개월마다 단말기 교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버려도 원망하지 않겠어요."
SCH-990형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정도 많이 들었고, 액정이 절반이라도 살아있으니 문자메시지를 완전히 확인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그냥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우리 같이 살자. 단말기 교체도, 액정 수리도 하지 말고 같이 살자."
"주인님 진심이네요?"
"그래 6년을 같이 살았는데 다른 단말기와 같이 살기 힘들 것 같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벌써 4년이 지났다. 이제는 액정만 문제가 아니라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가 접촉이 잘 되지 않아 몸체와 배터리를 테이프로 감았다. 테이프로 감았지만 한 번씩 접촉이 되지 않아 전화를 받으면 전원이 꺼질 때도 있다. 통화 중에는 상대방 목소리는 들리는데 상대방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불평이다. 결국 유선전화로 통화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테이프로 감은 단말기, 10년 동안 쓴 단말기를 보고 제수씨가 마음이 아팠는지 얼마 전 번호 이동을 한 단말기를 나에게 주었다. 시골집이 번호를 이동한 통신사 전파가 잘 미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통신회사가 달랐다. 번호 이동만 하면 제수씨가 준 단말기를 쓸 수 있었지만 번호 이동을 하기 싫었다. 어쩌면 10년 동안 같이 살았던 SCH-990형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수씨가 준 단말기는 아이들 장난감이 되었다.
마음을 먹었다. SCH-990형이 완전히 망가져, 도저히 쓸 수 없을 때까지 같이 살기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비난받을지라도, 나는 내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와 SCH-990형 단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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