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준서 기자 =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과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대외부문과 대내부문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사실상 한쪽 날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경제가 대외변수에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수출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지표상으로는 비교적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내수 부문에 미치는 파급력이 낮아 그 효과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 수출.내수 양극화 심화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절조정치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분기에 64.9%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반면, 내수에 해당하는 민간소비의 비중은 48.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GDP증가율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이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3.3%로 내수의 기여도(1.8%)에 비해 2배 가까이 컸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90년대 들어 국내 산업이 수출 대기업, 특히 IT.전자 등 자본.기술집약적인 업종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재수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장은 "국내 산업이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자본집약적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줄었고 이로 인해 '고용 창출→소득 증가→소비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아웃소싱 추세 속에서 대외비중이 커진 점도 이 같은 불균형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대기업과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은 커진 반면 국내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 수출 호조 '실속없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수출이 아무리 호황을 이어가더라도 국내에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한은의 '2003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수출의 부가가치유발 계수는 2000년 0.633에서 2003년 0.647로 높아졌으나 95년의 0.698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일본의 0.892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부가가치유발 계수가 0.647이라는 것은 1천원어치 상품을 수출했을 때 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647원이며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액 10억원당 취업자 유발효과는 95년 26.2명에서 2000년 16.6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03년에는 12.7명으로 더 낮아졌다. 즉 수출을 늘리더라도 국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모두 낮다는 얘기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수출 효과는 크게 낮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수출의 부가가치유발 비율은 우리나라가 58.3%로 아이슬란드, 멕시코,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27개 OECD 회원국 중 22위를 차지해 최하위 수준이다.
◇ "내수 자체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간 연계성이 줄어든 것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그리고 세계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있는 만큼 그 고리를 되살리기에 앞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내수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임경묵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등 내수 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상당 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져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 추세를 피할 수 없다면 중소기업들도 대기업들처럼 해외 아웃소싱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서비스업의 성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에서는 전문화된 고부가가치 업종보다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수가 성장하려면 서비스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서비스업이 뒤처져있다 보니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며 "수출만으로 언제까지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고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야만 고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재수 한은 팀장은 "자본집약적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주요 자본재를 해외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부 해외에 원천기술이 있는 부품소재가 아니라면 대기업들이 국내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는 데에 자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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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대외부문과 대내부문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사실상 한쪽 날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경제가 대외변수에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수출.내수 양극화 심화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절조정치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분기에 64.9%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반면, 내수에 해당하는 민간소비의 비중은 48.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GDP증가율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이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3.3%로 내수의 기여도(1.8%)에 비해 2배 가까이 컸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90년대 들어 국내 산업이 수출 대기업, 특히 IT.전자 등 자본.기술집약적인 업종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재수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장은 "국내 산업이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자본집약적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줄었고 이로 인해 '고용 창출→소득 증가→소비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아웃소싱 추세 속에서 대외비중이 커진 점도 이 같은 불균형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대기업과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은 커진 반면 국내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 수출 호조 '실속없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수출이 아무리 호황을 이어가더라도 국내에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한은의 '2003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수출의 부가가치유발 계수는 2000년 0.633에서 2003년 0.647로 높아졌으나 95년의 0.698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일본의 0.892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부가가치유발 계수가 0.647이라는 것은 1천원어치 상품을 수출했을 때 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647원이며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액 10억원당 취업자 유발효과는 95년 26.2명에서 2000년 16.6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03년에는 12.7명으로 더 낮아졌다. 즉 수출을 늘리더라도 국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모두 낮다는 얘기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수출 효과는 크게 낮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수출의 부가가치유발 비율은 우리나라가 58.3%로 아이슬란드, 멕시코,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27개 OECD 회원국 중 22위를 차지해 최하위 수준이다.
◇ "내수 자체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간 연계성이 줄어든 것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그리고 세계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있는 만큼 그 고리를 되살리기에 앞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내수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임경묵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등 내수 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상당 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져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 추세를 피할 수 없다면 중소기업들도 대기업들처럼 해외 아웃소싱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서비스업의 성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에서는 전문화된 고부가가치 업종보다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수가 성장하려면 서비스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서비스업이 뒤처져있다 보니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며 "수출만으로 언제까지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고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야만 고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재수 한은 팀장은 "자본집약적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주요 자본재를 해외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부 해외에 원천기술이 있는 부품소재가 아니라면 대기업들이 국내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는 데에 자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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